원자력연, 잔디 추출물에서 제1·2형 당뇨 치료 효과 입증

잔디에서 추출한 천연물질로 당뇨병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잔디에서 추출한 천연물질로 당뇨병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국내 연구팀이 방사선을 활용한 천연물질로 당뇨병을 예방·치료하는 길을 열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하재주)의 첨단방사선연구소(소장 정볍엽)는 방사선을 활용해 잔디의 일종인 센티페드그라스에서 당뇨를 치료할 수 있는 천연물질을 추출하는 데 성공하고 이 기술을 유럽·미국·중국 등에 특허 등록을 완료했고 14일 밝혔다.

원자력연 배형우 박사 연구팀은 센티페드그라스에서 항산화 기능이 뛰어난 메이신(maysin)과 루테올린(luteolin), 이소오리엔틴(isoorientin) 등이 포함된 유용한 생리활성 혼합물질을 추출했다.

센티페드그라스에서 생리활성물질을 확인한 후, 방사선을 조사해 물질 함량을 증가시켜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생리활성물질이란 미량만으로 생체 기능을 증진·억제시키는 물질이다. 성인병을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이 물질에서 분리한 특정 성분이 당뇨 치료에 최적화되어 있음을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와 유럽, 미국에 특허를 등록했다. 지난 9월 중국에도 특허 등록을 마쳤다.

연구팀이 추출한 성분은 인슐린 수용체 변이 등으로 혈당을 조절하지 못하는 '제2형 당뇨'와 인슐린 자체를 분비하지 못하는 '제1형 당뇨', 이른바 '소아 당뇨'에 이르기까지 모두 치료 효과가 나타났다.

이는 현재 쓰이는 당뇨 치료제가 갖지 못하는 장점이다. 한 물질로 모든 당뇨를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추출물을 당뇨 실험용 쥐에 투여한 결과, 인슐린 수용체가 20~30% 더 활성화되는 것을 확인해 인슐린 수용체가 원인인 제2형 당뇨의 치료 가능성을 입증했다.

또 췌장의 베타세포가 파괴돼 인슐린 분비가 원활하지 못한 제1형 당뇨 실험용 쥐의 경우, 추출물 투약 후 인슐린 분비가 증가돼 4시간 만에 혈당이 실험 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고농도 추출물을 투여한 실험에서는 인슐린의 혈당조절 능력이 2~3배 증가하는 항당뇨 활성효과를 확인할 수 있어 당뇨 치료뿐 아니라 예방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연구를 이끈 배형우 박사는 "이번 연구는 천연 잔디추출물을 이용한 새로운 당뇨 예방·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라며 "국내·외 제약회사에 기술을 이전해 실제 치료제가 개발될 수 있도록 독성·안전성 테스트와 임상시험 등 후속 연구를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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