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마 사토시 뇌연구원 박사팀 연구···아기 새, 비브라토 이용해 정확한 음정의 노래 배워

노래하는 새에게서 인간이 언어를 습득하고, 관련 뇌 영역을 발달시키는 매커니즘을 찾을 가능성이 제시됐다. 

한국뇌연구원(원장대행 임현호)은 고지마 사토시(Kojima Satoshi) 박사팀이 아기 새가 노래를 배울 때 비브라토(Vibrato)를 조절해 실력을 향상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16일 밝혔다. 

카나리아, 꾀꼬리 등 노래하는 조류인 명금류의 수컷 아기 새는 아빠 새의 노래(지저귐)를 듣고 따라 하면서 정확하게 노래하는 법을 배우고, 관련된 뇌 영역을 발달시킨다. 과학자들은 이 과정에서 인간의 언어, 외국어 학습과 관련된 뇌의 메커니즘을 연구하고 있다.

고지마 박사팀은 명금류의 일종인 금화조의 노래를 분석해 어린 금화조가 노래를 배울 때 음성의 흔들림인 비브라토를 상황에 따라 변화시키며 정확한 음정의 노래를 배우는 것을 발견했다.

아기 새는 비브라토의 시행착오와 연습을 거쳐 얻어낸 최상의 음정으로 노래를 부르면서 암컷을 유혹한다. 실제 수컷 새가 단독으로 발성연습을 할 때 비브라토가 크지만 암컷에게 구애할 때는 비브라토가 작아졌다. 

연구팀은 아기 새가 대뇌 기저핵에 있는 신경회로를 이용해 비브라토의 크기를 조절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그동안 명금류의 뇌에서 노래를 배우는 데 핵심적인 영역을 'X 영역(Area X)'이라고 불렀다. 연구팀은 대뇌 기저핵이 X영역을 포함하고, 이곳의 신경세포가 새의 노래학습에 필수 요소라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고지마 박사는 "후속 연구가 더 필요하지만 대뇌기저핵은 인간의 언어습득에도 중요한 부위로 보인다"며 "새의 노래학습을 통해 인간의 언어습득의 비밀을 풀고, 성인이 되어서도 외국어를 완벽하게 학습할 수 있는 기술을 발견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현재 아기 새가 성장하면서 발성학습 능력이 떨어지는 현상을 억제하는 약물을 연구하고 있다.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신경과학저널(The Journal of Neuroscience)' 10월호에 게재됐다.

고지마 사토시 한국뇌연구원 박사가 명금류 사육실에서 어린 금화조 새를 관찰하고 있다.<사진=한국뇌연구원 제공>
고지마 사토시 한국뇌연구원 박사가 명금류 사육실에서 어린 금화조 새를 관찰하고 있다.<사진=한국뇌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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