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ETRI 반도체실험실 30주년 기념 워크숍' 열려
"중국 추격 경계해야···미래 먹거리 함께 창출"

"30주년을 맞았다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저도 ETRI 출신입니다. AP 시스템이 국내 반도체 소프트웨어, 열처리 공정 장비 분야 선두주자로 발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친정(ETRI)의 도움이 컸습니다. 앞으로도 실험실이 산업계와 밀착하며 발전하기를 기대합니다."(김도훈 AP시스템 부사장)

"중소기업이 단기간에 반도체 라인과 시설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을 때 ETRI를 통해 선행연구, 검증, 양산까지 적시에 지원을 받으며 기업이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한태현 알에프세미 이사)

'국가 반도체 개발의 산실' ETRI 반도체실험실이 30주년을 맞았다.

17일 ETRI 융합기술연구생산센터에서 열린 'ETRI 반도체실험실 30주년 기념 워크숍'에 참석한 산학연 관계자 400여명은 지난 30년 동안의 성과를 공유하고, 앞으로의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워크숍에서 ▲한태현 알에프세미 이사 ▲김도훈 AP 시스템 부사장 ▲박환배 경북대 교수 ▲박종문 융합기술연구생산센터장에게 감사패가 수여됐다. ETRI에서 이뤄지고 있는 융합부품실험실과 산학연 지원 프로그램 소개도 함께 이뤄졌다.  

워크숍 참석자들의 단체 사진.<사진=ETRI 제공>
워크숍 참석자들의 단체 사진.<사진=ETRI 제공>
◆ETRI 지원기반으로 발전···중국 추격 경계하며 AI 등 신기술 접목 필요

이날 행사에서 ETRI 동문기업의 성공사례가 소개되는 한편 최근 반도체 동향을 살피면서 미래 대응 방향을 모색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알에프세미는 ETRI 동문기업으로 모바일폰 핵심 부품인 마이크로폰용 반도체 칩(ECM 칩) 일부를 ETRI 반도체실험실을 활용해 양산했으며, 지난 10여년간 관련시장에서 전 세계 1위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한태현 알에프세미 이사는 설립 초기부터 현재까지 발전하는 과정에서 ETRI의 도움이 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한때 존폐 위기까지 겪었던 회사는 한국과 중국에 생산기지를 확보하고 ECM 칩 관련 세계 선두자리를 유지하며, TVS 다이오드 관련 사업 영역도 확장하고 있다.

한 이사는 "ETRI에서 10여년 동안 재직하며 청춘을 보냈다"면서 "회사는 패키지 라인, 공장 등을 순차적으로 확보하면서 이제는 세계 1위 제품을 보유한 기업이자 코스닥 상장을 이뤄낸 회사가 됐다"고 설명했다. 

한 이사는 "초기에 회사에 실험실이 없었지만 ETRI 장비와 시설을 활용해 연구했던 것이 실생산으로 이어지면서 회사가 발전했다"면서 "최근에는 '1실 1기업 지원 프로그램'으로 단위 공정, 정밀 분석 관련 지원이 적시에 이뤄지며 신사업 영역 진출에도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종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차세대 반도체 기술동향을 발표하며 새로운 미래 기술 개발이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호 교수는 3차원 반도체 소자인 '벌크 핀펫(Bulk FinFET)' 기술을 개발한 세계적 반도체 권위자이다. ETRI에서 지난 1990년대 초반 위촉연구원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다. 

이 교수는 최근 중국의 발전 속도에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는 "북경대를 비롯해 중국이 논문을 쏟아내고 있는 반면 우리는 뒤쳐져 있어 솔직히 자존심도 상한다"면서 "중국이 우수한 인력을 바탕으로 메모리 분야에 뛰어들면 우리 미래도 장담할 수 없어 걱정이 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종호 교수는 생물학적 신경망을 모방한 뉴로모픽(Neuromorphic) 칩 연구개발 등을 소개하며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을 비롯한 미래 기술 확보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종호 교수는 "메모리 분야에서 인공지능, 딥러닝, 저전력 센서, 3차원 적층, 인지 중심과 관련된 기술 접목이 중요해졌다"면서 "자기확신을 기반으로 미래기술을 개발해야 하며, 자체 기술 개발과 함께 이에 집중할 수 있는 연구시스템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엄낙웅 ETRI ICT 소재부품연구소장이 환영사를 전하고 있다.<사진=강민구 기자>
엄낙웅 ETRI ICT 소재부품연구소장이 환영사를 전하고 있다.<사진=강민구 기자>

이날 행사에서 감사패도 수여됐다.<사진=강민구 기자>
이날 행사에서 감사패도 수여됐다.<사진=강민구 기자>
경제파급효과 63조원···국가 ICT 산업 발전 발판

ETRI 반도체실험실은 지난 1988년 설립됐다.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길을 개척하였고, 초고속 정보통신의 초석을 마련했다. 지난 1994년 국내 최초로 OLED를 개발하고, 국내 유수 기업들이 세계 OLED분야 선두 기업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주요 기술로 ▲국내 최초 4M/16M/64M DRAM 등 반도체 개발 ▲광통신용 칩과 같은 초고속 통신 부품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개발하고, 개발된 기술은 산업계에 이전되어 상용화를 통해 국가 경제 발전을 이끌었다.

지난 30년간 개발한 주요 기술들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직접 효과 48조원, 간접 효과 15조원으로 총 6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험실은 전력반도체 및 센서 등 특화반도체 관련 국내 최고의 기술을 보유한 곳으로 6인치 웨이퍼 공정을 하고 있다. 실험실 내에서 소자를 만들 수 있는 장비를 활용해 일괄공정이 가능하고 특화반도체 관련 기술로 산학연에 관련기술을 지원하고 있다.

엄낙웅 ETRI ICT 소재부품연구소장은 "ETRI 반도체실험실은 지난 30여년 동안 산업계와 밀착하며 메모리 강국으로 발돋움하는데 기여했다"면서 "앞으로도 실험실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ICT 소재부품 이노베이터(Innovator)로서 국가 ICT 산업의 성장을 견인하는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반도체실험실의 반도체 소자분석 장비를 이용한 소자평가.<사진=ETRI 제공>
반도체실험실의 반도체 소자분석 장비를 이용한 소자평가.<사진=ETRI 제공>

ETRI가 주관해 국내 3사(삼성, 현대, 금성)와 공동개발한 국내 최초 4MDRAM 시제품(1989년도).<자료=ETRI 제공>
ETRI가 주관해 국내 3사(삼성, 현대, 금성)와 공동개발한 국내 최초 4MDRAM 시제품(1989년도).<자료=ETRI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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