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하며 청강하는 가족도···'과학마을축제·기계제작대회·X-STEM' 대거 참석
미래 박사들 질문에 현직 박사도 당황 "아이들 수준 점점 높아진다"

"개구리를 공중부양 시킨 괴짜 과학자의 정체는 2010년 노벨상 수상자입니다." 박시후 초등 5학년생이 청중을 향해 당당하게 즉석 발표했다. <사진=윤병철 기자>
"개구리를 공중부양 시킨 괴짜 과학자의 정체는 2010년 노벨상 수상자입니다." 박시후 초등 5학년생이 청중을 향해 당당하게 즉석 발표했다. <사진=윤병철 기자>
"기어가 회전하지 않아. 뭐가 문제지?"
"무게가 많이 실려서 그래. 무게를 분산시켜봐."
"물건 분리가 늦는데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코딩으로 반응속도를 1초 앞당겨 볼게. 감지값도 낮춰보고."

공학도 실험실 이야기? 연구자간 대화? 믿기 어렵겠지만 초등학생들의 대화다. 지난주 토요일 열린 기계제작대회에 참가한 초등학생팀이 전문가적(?) 대화를 나누며 문제를 해결, 미래 과학의 희망을 보여줬다.

6일 열린 과학마을축제 현장에서는 초등학생들이 초롱초롱한 눈빛을 빛내며 각 체험에서 과학지식으로 진행자를 놀라게 했다. IBS(기초과학연구원)의 주어진 재료로 자유롭게 만들고 멀리 던지기에 참여한 초등학생들은 균형과 면적 원리를 이용해 일등을 차지했다. 코딩 체험에 참여한 초등학교 1학년생은 코딩으로 탱크를 움직인 소감을 진지하게 적으며 미래 과학자로 가능성을 짐작케했다.

올해로 3년차를 맞이하는 X-STEM은 전국 과학 괴짜들의 몰렸다. 초등학생 가족들과 과학 애호가들이 해마다 참석하며 축제의 수준을 높이고 있다.
 
각 영역의 최신 과학기술을 현직 과학자로부터 접할 수 있는 과학 강연 박람회 '요즘 것들과學 X-STEM'이 지난 21일부터 22일 동안 IBS 과학문화센터에서 열렸다.
 
X-STEM은 과학(Science)·기술(Technology)·공학(Engineering)·수학(Math)을 융합한 교육을 통해 과학적 사고와 문제 해결력을 증진할 목적으로, 대전광역시(시장 허태정)와 대전마케팅공사(사장 최철규)가 주최하고 따뜻한 과학마을 벽돌한장(회장 정용환)과 대덕넷이 주관했다.
 
3년차를 맞이하는 올해는 강연에 더해 토크쇼 '요즘 것들과 과학대화'와 과학 실험쇼 '사이언스 매직 쇼'가 마련됐다. 좌석은 전국에서 온 청중으로 12개 강연들이 대부분 만석이었다. 강연을 진행한 과학자들은 초등학생들의 질문이 무척 전문적이고 지식을 바탕으로 한다며 흐뭇해했다.
 
현직 과학자들의 '솔직 토크', "그래도 과학자 되길 잘했다"

어린이들의 질문이 끊이질 않았던 토크쇼 '요즘 것들과 과학대화' <사진=윤병철 기자>
어린이들의 질문이 끊이질 않았던 토크쇼 '요즘 것들과 과학대화' <사진=윤병철 기자>
 
"과학자는 천상 괴짜입니다. 만사에 의문을 품고 자신이 옳은지 덤비기 때문이죠."
 
분야가 다른 네 명의 현직 과학자들이 입을 모았다. 이들에 의하면, 과학자에게 '괴짜' 성질은 숙명이자, 덕목이다. 대답을 확인한 아이들의 눈은 자신감으로 빛났다.
 
요즘 것들과 과학대화는 과학자들로부터 현장의 속내를 알아보기 위한 자리로 마련된 토크쇼다. 무대에는 최지원 KAIST 박사과정생, 이은경 IBS 박사, 김튼튼 IBS 박사, 위현호 국가핵융합연구소 박사가 자리했다. 청중은 송곳 같은 질문을 던지며 과학에 강한 호기심을 보였고, 과학자 또한 생계와 진로, 사랑에 대해 솔직한 대답으로 대중의 막연한 선입견을 걷어냈다.
 
무대 위 과학자들은 과학자가 되려는 학생들에게 "괴짜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남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관습을 다르게 바라봐야 새로운 문제를 밝혀낼 수 있고, 그런 점이 과학자에게 매우 중요한 덕목임을 사례를 들어 말했다.
 
최지원 박사과정생은 강의실 천장에 걸린 거미줄을 보고 다들 혐오스러워하는 데 반해, 엉뚱한 연구 주제를 발상한 교수의 일화를 꺼냈다. 그 교수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우리나라 최초로 대학원 과정 중 논문을 실은 김대수 교수다.
 
과학자의 진로에 대해 김튼튼 박사는 "내게 재미있는 공부인가를 묻고 열심히 하다 보면, 어느 순간 과학자가 되고 우수한 연구라면 노벨상도 탄다"고 피력했다.
 
위현호 박사는 현재 수행 중인 핵융합 연구를 소개하며 "뜬구름 잡는 연구로 보이지만, 관련 기술들이 산업계로 이전돼 예상 밖의 큰 수익을 내고 있다. 하지만 수익을 노리고 연구를 시작한 것은 아니다. 과학적으로 필요해서 시작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아르바이트하는 등 다양한 인생 경험을 밝힌 이은경 박사는 "연구실에서 바라던 실험 데이터를 얻으면 이보다 더 기쁠 때가 없다"며 "그 순간, 내가 내 일을 정말 좋아하는구나. 과학자 되길 잘했다"고 일상의 보람을 말했다.
 
과학자들은 서로 과학자가 된 사연과 경로는 달랐지만 "과학자의 삶에 대해 만족하고, 연구실에서 행복을 느낀다"며 청중들에게도 과학자가 되기를 권유했다.
 
서른살 청년 김승보 씨는 "이공계 전공자로서 개인의 연구 소신과 회사의 생태가 맞지 않아 진로를 고민 중이었는데, 토크쇼에서 괴짜끼리 통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생각이 정리됐다"고 밝혔다.
 
22일에는 화학 반응으로 만들어내는 과학실험 쇼가 펼쳐져 볼거리를 제공했다.

호기심에 나온 체험자의 손에 불꽃이 휘감겼다. <사진=윤병철 기자>
호기심에 나온 체험자의 손에 불꽃이 휘감겼다. <사진=윤병철 기자>
12인의 과학자, 첨단 과학 강연에 "살아있는 진짜 지식 얻어가요!"
 

"따라 해 보세요, 천상열차분야지도!"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세계에서 석각 천문도로는 가장 오래된 천상열차분야지도를 소개했다. 돌에 새겨진 기록과 실제 측정을 통해 확인된 원본 지도의 제작 연대는 고구려, 주극성의 측정 위치는 평양성이다.

문 연구원은 "1500여개 별들의 위치와 밝기까지 체계적으로 정확하게 기록돼, 현대 별자리와 별반 다르지 않고 별 밝기도 새겨져 있어, 당시 선조들의 우수한 천문학 수준을 보여 준다"며 "그만큼 높은 과학기술을 갖추고 있어 당시 중국과 대적하며 넓은 영토를 가졌던 것"으로 풀이했다.

그는 소행성에서 희귀 광물을 채취하려는 룩셈부르크의 국가적 도전을 빗대며 "우수 인재는 많지만 자원 빈국인 우리의 미래는 바로 여러분의 손에 달려있다"고 학생들에게 우주로의 꿈을 키우기를 당부했다.

"그 당시 우리 선조들에게 높은 과학기술이 있었기에, 중국과도 대적하며 큰 영토를 누릴 수 있었다고 봅니다" 문홍규 천문연 박사의 강연 <사진=윤병철 기자>
"그 당시 우리 선조들에게 높은 과학기술이 있었기에, 중국과도 대적하며 큰 영토를 누릴 수 있었다고 봅니다" 문홍규 천문연 박사의 강연 <사진=윤병철 기자>

ETRI 신뢰서비스연구실장 출신 금창섭 빅픽처랩 대표는 "가치를 교환하는 제2의 인터넷"이라고 블록체인을 설명했다. 블록체인은 정보에 인증까지 담은 거래장부를 블록화해 참여자에게 연결(체인)하는 기술로, 신뢰성을 확보하며 공유경제를 실현할 신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금 대표는 희귀한 진품여부나 금융과 교육 정보, 부동산 계약, 식품 안전 등 실생활에 쓰일 사례들을 소개했다. 그는 "블록체인은 자율적이고 민주화된 시대에 부합하는 기술로, 공동체에 협력과 보상을 끌어낼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어 그는 "현재 블록체인이 코인에 집중돼 서비스가 개발되고 있지만, 정보와 가치 신뢰를 실현하는 기술과 서비스도 비중 있게 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밖에도 가속기와 로봇, AI, 지진, 바이오, 과학수사, 핵융합, 에너지, 빅데이터 등 현재 주목되는 과학 현장이 현직 과학자들에 의해 소개됐다. 이처럼 집중된 기간에 스무명 단위의 과학자가 강연에 나서는 축제는 국내서 X-STEM이 유일하다. 이 때문에 외지에서 찾아오는 발걸음이 많다.
 
진주에서 온 초등학생 이어진·이진우 가족은 "거주 지역에선 과학적 갈증을 해소할 곳이 없다. 지난해 이곳에서 좋아하는 분야 과학자를 만나 메일을 통해 조언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포에서 가족과 함께 온 초등학생 임현우 군은 "X-STEM 청강을 위해 2박 3일 대전에 머물며 대전사이언스페스티벌과 국립중앙과학관 등을 즐겼다"며 "현직 과학자들로부터 살아있는 진짜 지식을 얻어간다"고 강연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로봇 분야를 강연한 박종원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는 "아이들의 수준이 해마다 높아진다"며 "미디어 발달로 본인이 원하는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어 자기주도적인 학습이 가능해진 것 같다"는 소감을 남겼다.

한편, X-STEM 2018에서 열린 12개 강연은 유튜브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꿈을 간직하는 방법을 알고 싶어요" <사진=대덕넷>
"꿈을 간직하는 방법을 알고 싶어요" <사진=대덕넷>

"일론 머스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진=대덕넷>
"일론 머스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진=대덕넷>

"아빠도 궁금해~" <사진=대덕넷>
"아빠도 궁금해~" <사진=대덕넷>

"다양한 경험을 했지만, 저는 과학자의 삶이 진짜 좋아요!"
"다양한 경험을 했지만, 저는 과학자의 삶이 진짜 좋아요!"

"박사님 말씀 놓칠세라~" <사진=대덕넷>
"박사님 말씀 놓칠세라~" <사진=대덕넷>

"연구하면 할수록 세포가 얼마나 신비한지요" <사진=대덕넷>
"연구하면 할수록 세포가 얼마나 신비한지요" <사진=대덕넷>

"영화서 보던 기후 변화가 이제 생활로 다가왔습니다." <사진=대덕넷>
"영화서 보던 기후 변화가 이제 생활로 다가왔습니다." <사진=대덕넷>

"과학과 예술은 서로 통합니다" <사진=대덕넷>
"과학과 예술은 서로 통합니다" <사진=대덕넷>

"제 생각은 다른데요, 박사님" <사진=대덕넷>
"제 생각은 다른데요, 박사님" <사진=대덕넷>

"우리 가족 또 왔어요" <사진=대덕넷>
"우리 가족 또 왔어요" <사진=대덕넷>

"과학 사랑하는 괴짜 만세!" <사진=대덕넷>
"과학 사랑하는 괴짜 만세!" <사진=대덕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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