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지구 연구, 한달간 못씻어도 "인류위해 해야 할 일"

[과학청년, 부탁해㊳]최진혁 지질자원연 활성지구조연구단 선임연구원
"미래는 협력연구시대, 지진은 연구하고 대비한만큼 피해 줄일 수 있어"
최진혁 박사는 어떤 상황에서도 즐겁게 실행한다는 연구철학에 따라 젊은 과학을 '오락실(娛樂實)'이라고 적었다.<사진=길애경 기자>최진혁 박사는 어떤 상황에서도 즐겁게 실행한다는 연구철학에 따라 젊은 과학을 '오락실(娛樂實)'이라고 적었다.<사진=길애경 기자>

규모 8.1의 지진. 260킬로미터(km) 길이의 지표면이 1, 2분만에 다 파열되고 지상의 물체는 갈라진 땅속으로 흔적없이 사라졌다. 지표면이 어긋난 모습이 고스란히 보존된 지진 현장은 자료보다 훨씬 위협적이었고 자연의 경고로 다가왔다.

최진혁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국토지질연구본부 활성지구조연구단 선임연구원. 학부시기 지진으로 지표가 파열된 현장을 본 이후 지구 구조(地球構造, 이하 지구조)를 공부하기로 다짐한다. 누군가 위험을 알리고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연구를 해야한다는 생각에서다.

박사학위를 마치고 프랑스 파리지구물리 연구소에서 연구하던 그는 프랑스에 남으라는  지도교수와 동료들의 제안 대신 한국행을 선택한다.

2016년 9월 경주지진이 발생하면서 한국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분위기가 커졌다. 반복되는 여진으로 경주 지역 주민들의 불안은 오래도록 이어졌다.

지질자원연에서도 적임자를 찾는다는 공고가 붙었다. 최 선임연구원은 그동안 현장을 다니며 연구해 온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에서 기여할 수 있겠다는 판단에 망설임없이 한국행을 결정했다.

◆ "한달간 머리도 못감고 야외 생활이지만 끊임없는 호기심 자극"

"2007년 학부생으로 몽골학회에 다녀왔어요. 1957년 발생한 고비알타이 지진 50주년 기념학회였는데 규모 8.1의 지진 흔적을 그대로 보존한 현장을 보았어요. 260km 길이의 땅이 영화에서처럼 지표면 파열로 지구가 깨진 모습이 생생했는데 충격이었죠. 바로 이 공부를 해야겠다고 결정했어요."

학부를 마치고 석사시기에도 지구구조를 공부했다. 몽골은 1957년 규모8.1의 큰 지진이 일어난 곳. 사막에 발생한 지진 현장을 그대로 보존해두고 있어 현장 공부에 최적이었다.

그는 방학이면 백팩에 몇가지 옷가지와 텐트를 챙겨 몽골로 떠났다. 여유롭지 않은 예산에 야외취침으로 버티며 단층구조를 연구했다. 한달간 머리감기는 물론 샤워도 불가능했지만 현장 탐사는 그의 호기심을 끊임없이 자극했다.

"열악하지만 몽골은 습도가 낮아 견딜만 해요(웃음). 운이 좋으면 유목민을 만나 숙소와 먹을거리를 구하기도 하고요. 자동차가 모래에 빠지면 낙타의 도움을 받는데 한없이 낙타를 기다리기도 하죠. 그래도 현장 연구는 그런 불편을 다 뛰어 넘을만큼 매력이 넘쳤어요."

그런 때문인지 그는 젊은 과학을 '오락실(娛樂實)이라고 적었다. 항상 즐겁게 실행하며 연구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최 박사는 현장을 파고든 연구로 몽골 지진 관련 논문 여러편을 유명 저널에 게재했다. 1900년부터 2000년까지 몽골에는 규모 8.0 이상 지진이 4번정도 일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논문이 발표되자 몽골과 유럽에서 같이 공부하자는 제안이 들어왔다. 박사후 과정을 프랑스에서 하게 된 것도 그런 인연으로 이어졌다.

몽골은 1957년 발생한 규모 8.1지진으로 지표면이 깨진 현장을 그대로 보존해두고 있다. 최진혁 박사는 260km이르는 지진현장을 본 후 어려움이 있어도 인류 위해 누군가 해야할 연구라고 다짐하며 연구에 집중했다.<사진=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제공>몽골은 1957년 발생한 규모 8.1지진으로 지표면이 깨진 현장을 그대로 보존해두고 있다. 최진혁 박사는 260km이르는 지진현장을 본 후 어려움이 있어도 인류 위해 누군가 해야할 연구라고 다짐하며 연구에 집중했다.<사진=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제공>

◆프랑스에서 들은 경주 지진 소식, 한국행 결심

"파리에 있을 때 한국 경주 지진 소식을 들었어요. 지진은 기계로 관측한 계기지진(자료질 좋으나 역사 짧음), 역사서에 기록된 역사지진(시간정보 확실하나 자료 질 낮음), 지질학적 고지진(땅속 기록으로 남은) 3가지로 기록되는데 고지진은 비가와도 사라지지 않고 땅속에 기록으로 남아있어요. 다만 규모 5.5 이상 큰 지진만 남죠."

최 박사는 "경주 지진은 779년 삼국유사에 땅이 흔들리고 지붕이 무너졌다고 기록돼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계기지진과 역사지진 기록상 큰 지진이 없지만 인구 밀집도가 높고 지진대비가 많이 안돼 지진 발생 시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역사지진에는 기록되지 않았어도 지표에는 많은 기록들이 그대로 담겨있다. 지표에 흔적을 남긴 단층 활성지구지를 찾고 활성단층지도를 만들고 있다"면서 "기존 자료에 한반도 남동부 지진 자료들이 있지만 전체적인 자료는 없다. 조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 박사는 2017년부터 행정안전부 과제로 우리나라 전역의 지구조를 연구하는 프로젝트에 지질자원연 연구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는 "네팔과 아이티 등 불의 고리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대비 연구를 못하면서 피해가 컸다"면서 "우리나라도 많은 사람들이 아직 지진을 경험하지 못했거나 가족 피해가 적어  크게 실감하지 못하지만 지진 재발주기, 지구조 등 지진을 정리하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만, 중국, 일본 지진 현장 연구하며 알리는 역할에도 적극 나서

"지진은 단층이 지구조 운동으로 힘을 견디다가 한계에 이르면 깨지면서 에너지를 해소하는데 우리에게는 지진파로 오게 됩니다. 규모 5.5 이상이면 단층이 깨지면서 지표에 기록돼죠."

최 박사는 대만, 일본, 몽골, 미국 등 지진 발생 후 현장이 그대로 보존된 지역을 다니며 지구조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대만은 우리보다 과학기술 역량이 높지 않지만 지진 연구는 크게 앞서 있다. 1999년 규모 7.6의 지진으로 큰 인명피해를 겪으면서 100km 길이의 지표가 깨졌다"면서 "대만 지진지역은 활성단층이라 반복될 수 있어 사라지지 않도록 돔으로 박물관, 공원화 해 시민에게 지진의 위험성을 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중국은 2008년 스촨성 지진 후 지진 연구자를 양성하고 있다. 일본은 1994년 고베지진, 미국은 1906년 샌프란시스코 지진 후 지진연구에 투자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경주와 포항 지진 후 지진 대처 매뉴얼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잊혀지고 있는게 사실"이라고 우려했다.

국내 지진 연구를 위해 최 박사는 현장에 직접가 대형장비를 동원, 땅을 파서 지진 흔적을 기록한다. 지진 흔적이 남은 토지가 개인 소유일 경우 소유주를 설득한 후 작업을 진행해야 해 어려움도 많다.

"우리나라는 아직 지진 인식이 높지 않아 지진 흔적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해요. 설득해서 땅을 파고 연구 후에는 원래대로 해놓겠다고 다짐한 후에 겨우 작업을 진행해요. 쉽지 않아요."

그의 쉽지 않다는 한마디에 그동안 연구하며 겪었을 어려움이 고스란히 배어났다.

때문에 최 박사는 지진을 알리는 일에도 적극 나선다. 강연제안이 들어오면 어디라도 찾아간다. 지진은 연구하고 대비한만큼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활동들은 최 박사의 연구 철학과도 맞닿는다.

최 박사는 "학부 시기 답을 잘 쓰기보다 현장 경험을 재밌게 표현했는데 지도 교수님이 그런점을 눈여겨 보시고 현장 연구를 제안하셨다"면서 "연구 결과가 공공의 목적을 위해, 지금 당장 설득이 안되더라도 미래 인류에 기여해야한다는 지도 교수님(김영석 부경대 교수)의 말씀이 여전히 가슴에 각인돼 있다"며 연구 철학을 밝혔다.

그는 이어 "프랑스에서 박사후 과정 중에는 팀연구를 경험했다. 일의 효율성을 위해서도 미래는 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지진 분야도 항우연의 위성사진, 기초지원연의 분석장비 등이 필요한데 대덕에서는 5분만에 다 해결되더라"면서 "과학기술도 협력하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서로 경쟁하기보다 멘토, 멘티 역할을 하면서 지원하고 협력할때 과학기술도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후배를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미래 시대에는 가치있는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어야 하는데 재미있게 연구하면서 사회에 활용되고 기여하는 연구를 한다면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국내 양산단층 지구조 연구. 중장비를 이용해 땅을 파고 진행하는 연구로 땅 소유주를 설득하는 작업부터 시작, 곳곳에 어려움이 산재해 있다.<사진=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제공>국내 양산단층 지구조 연구. 중장비를 이용해 땅을 파고 진행하는 연구로 땅 소유주를 설득하는 작업부터 시작, 곳곳에 어려움이 산재해 있다.<사진=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제공>

지진 현장 연구는 한달간 야외생활을 하기도 하고 씻지 못하는 날도 다수다. 최 박사는 "그래도 인류와 사회에 기여할 수 있어 연구가 즐겁다"고 말한다.<사진=한국지질자원연 제공>지진 현장 연구는 한달간 야외생활을 하기도 하고 씻지 못하는 날도 다수다. 최 박사는 "그래도 인류와 사회에 기여할 수 있어 연구가 즐겁다"고 말한다.<사진=한국지질자원연 제공>

◆최진혁 지질자원연 박사는
부경대에서 학사와 석박사를 마치고 프랑스 파리지구물리연구소에서 박사후 과정을 했다. 2016년 경주 지진 발생후 국내에서 지진연구로 기여해야 한다는 생각에 귀국, 2017년 2월부터 지질자원연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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