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영 UNIST 교수팀, 만성 간질환 진단·치료 단백질 발견

엔도트로핀에 의한 비만 연관 복합질환, 당뇨, 암 유발 핵심기전의 개요.<사진=UNIST 제공>
엔도트로핀에 의한 비만 연관 복합질환, 당뇨, 암 유발 핵심기전의 개요.<사진=UNIST 제공>
간은 침묵의 장기로 알려진다. 손상되거나 병에 걸려도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만큼 간 질환은 치료가 어렵고 치료제도 많지 않다. 그런가운데 만성 간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UNIST(총장 정무영)는 박지영 생명과학부 교수팀이 '엔도트로핀(EndoTroPhin, ETP)'이 간조직 내 미세환경을 변화시켜 만성 간질환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25일 밝혔다.

엔도트로핀은 제6형 콜라젠에서 잘려나온 단백질. 박지영 교수는 2012년 비만과 암의 연결고리로 엔도트로핀을 처음 제시했다. 2014년에는 엔도트로핀이 유방암의 전이와 항암제 내성, 당뇨환자의 합병증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밝혀냈다.

연구팀은 이번연구에서 간암 환자의 간조직에 엔도트로핀이 많을 경우 환자 생존율이 크게 떨어지고 예후도 좋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 실험쥐의 간 조직에서 엔도트로핀을 많이 만들어지도록 조절하자 간암이 발생한 결과도 확인했다.

박 교수에 의하면 엔도트로핀에서 나오는 신호가 간세포를 죽게 만들고 죽은 간세포에서 나온 물질이 비간세포와 상호작용하면서 염증을 일으켜 간조직을 딱딱하게 만든다. 즉 세포사멸과 섬유화, 염증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계속 진행되면서 만성 간질환과 간암까지 발생한다.

이번 연구는 엔도트로핀과 만성 간질환의 관계를 밝혀내 간질환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다.

박 교수는 "엔도트로핀의 활성을 억제하는 치료용 항체를 사용하면 간조직 세포 사이에서 일어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며 "엔도트로핀이 만성 간질환 환자를 치료하는 맞춤 치료제의 표적물질로 개발될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엔도트로핀은 세포 밖에 존재하는 물질이라 혈액에서 쉽게 농도를 파악할 수 있다"며 "만성 간질환 초기에 많이 나타나는 엔도트로핀을 진단용 마커로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의 연구중심병원 R&D지원 사업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유전자동의보감사업단, 개인기초핵심연구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결과는 병리학 분야 국제학술지 '병리학 저널' 지난달 23일 온라인판에 공개됐고 출판 편집 작업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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