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봉철 금오공대 교수 "전자산업계 안전한 생산 공정 탈바꿈 기대"

반도체 제조 공정도와 실리콘 나노 캐니언 형성 원리.<사진=한국연구재단 제공>
반도체 제조 공정도와 실리콘 나노 캐니언 형성 원리.<사진=한국연구재단 제공>
국내 연구팀이 유해한 화학물질 걱정을 줄이는 친환경 반도체 제조공정을 개발했다.

한국연구재단(이사장 노정혜)은 강봉철 금오공과대학교 교수 연구팀이 복잡한 다단계 공정 없이 대기 환경에서 단일 공정으로 고성능 반도체를 제조할 수 있는 새로운 친환경·저비용 실리콘 기반 반도체 제조공정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실리콘은 반도체의 핵심 소재다. 실리콘을 반도체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정제, 도핑, 진공증착, 에칭, 표면 처리와 같은 까다롭고 복잡한 화학 공정을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설비 구축에 많은 비용이 들고 에너지 소모가 큰 데다 유독 화학물질 사용으로 인명사고와 환경오염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연구팀은 화학적 부식 과정과 복잡한 다단계의 진공·미세화 공정 없이 실리콘 막을 제조하기 위해 실리콘 나노결정 용액에 레이저를 쬐어 대기환경에서 단일 공정으로 광 반응성이 우수한 광전자 소자용 블랙 실리콘 반도체를 제조하는 데 성공했다.

레이저를 쬐면 실리콘 나노 결정이 용융돼 자기 군집화가 일어나고 이러한 과정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 서로 다른 크기의 마이크로와 나노 구조가 혼재한 실리콘 반도체 막이 형성된다.

이러한 실리콘 막은 100nm(나노미터) 이하의 나노 돌기로 덮여 있는 1~10μm(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마이크로 실리콘 막이 나노 협곡을 경계로 무질서하게 분포된 구조를 갖는데, 미국의 그랜드 캐니언을 1조 배 이상 축소한 형상과 매우 유사하다.

연구팀은 이러한 독특한 나노 협곡 구조를 '나노 캐니언(Nano Canyon)'이라 명명하고 학계에 최초로 보고했다.

나노 캐니언 구조는 빛 산란을 일으키는 경로를 다양화하기 때문에 자외선부터 적외선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파장의 빛에 대해 높은 흡수율을 나타낸다. 연구팀은 이러한 광학적 특성을 활용해 광 감도가 우수한 고감도 광센서를 제작하는 데도 성공했다.

강봉철 교수는 "기존 화학적 부식을 통한 하향식(Top-down) 반도체 제조방식에서 나노 크기 실리콘 결정의 응집을 통해 제조하는 상향식(Bottom-up)으로 반도체 공정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라며 "향후 이미지 센서, LED, 디스플레이, 태양전지, 배터리 등 다양한 전자산업계 생산 현장을 안전한 공정으로 탈바꿈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성과는 미국화학회가 발행하는 재료 분야 국제학술지 'ACS 어플라이드 머터리얼즈 앤 인터페이스(ACS Applied Materials and Interfaces)'에 24일자 논문으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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