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서평]우주의 지도를 그리다

천문학자의 은하 여행
저: 제임스 기치, 역: 안진희·홍경탁, 출판: 글항아리 사이언스
◆ 천문학은 지금 전력으로 질주하고 있다

저: 제임스 기치, 역: 안진희·홍경탁, 출판: 글항아리 사이언스.<사진=YES24 제공>저: 제임스 기치, 역: 안진희·홍경탁, 출판: 글항아리 사이언스.<사진=YES24 제공>
매일 밤 우리는 하늘을 응시하며 수천 개의 별을 본다. 하지만 이 별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우리 은하Milky Way galaxy' 안의 별들에 지나지 않는다.

관측 가능한 우주 안에는 모양·크기·나이가 제각각인 수천억 개의 은하가 있고, 각 은하는 수천억 개의 별을 저마다 거느린다. 따라서 인간은 좌절을 느낄 만큼 아직까지 은하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했다.

저자 제임스 기치는 매일 빛을 모으는 일을 한다. 관측천문학자로서 우주를 더 깊이, 더 멀리,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함이다. 그는 '우주론적 질문'을 던지기보다는 오로지 은하의 생성과 진화를 연구하는 데만 집중한다.

이 책에서 그는 '우리 은하'와 다른 은하의 존재를 최초로 입증했던 100년 전의 '나선성운들'로 독자를 데려가고, 멀리 떨어진 은하들이 방출하는 빛을 수집·해석하는 인간의 능력을 추적한다.

그 가운데 우리는 은하가 어떻게 형성·진화했는지 그리고 외부 은하 천문학자가 현재 던지는 질문과 직면해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다. 초기 은하는 언제 생성되었을까? 은하는 어떤 방식으로 성장하고 은하의 운명을 좌우하는 물리학은 어떤 것일까?

이 책은 우리 은하에서 극도로 멀리 떨어져 있는 은하들의 성질과 그것들의 진화 방식에 대한 최신 관측에 이르기까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연구 분야의 사례들을 풍부하게 소개한다.

나아가 우주에 대한 '세계 모형world model'을 설명해주는 이론적 체계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깊이 있게 다룬다. 우리의 지식은 매일같이 더 방대해지며 연구 속도도 더 빨라지고 있다. 하지만 은하들이 어떻게 존재하게 됐으며 이 은하들이 140억 년이라는 우주 역사의 시간 동안 어떤 과정을 통해 형성됐는지에 대해선 거의 무지하다.

이해하기 쉽고, 종합적이며, 최고의 사진들을 담고 있는 이 책은 우주의 미스터리를 알려주는 잊지 못할 안내서다. 전 세계 천문학자들은 분명 이 책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 천문학자의 일: 우주의 광자를 모으다

우주의 역사 내내 방출되어 결합된 빛을 지구는 온몸으로 받고 있다. 은하 역시 매우 다양한 요소로 구성되어 있지만 이런저런 형태의 빛을 방출하거나 혹은 차단하는 공통된 특성을 지닌다.

따라서 만약 다양한 형태의 빛(아니면 빛의 '부재')을 탐지한다면 우리는 우리 은하와 외부 은하의 지도를 그릴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구성 성분도 밝힐 수 있을 것이다.

즉 이 책의 목표는 이들 빛 가운데 일부를 포착해 그것이 어디서 왔고, 어떻게 방출되었는지 알아내는 것이다. 인간은 직접적으로 우주의 물질을 관측하거나 측정할 수 없으며 오로지 방출·흡수·반사된 광자를 탐지하는 방식으로만 우주를 배울 수 있다.

역사를 통틀어 관측천문학자는 오직 한 가지 일에만 관심을 보여왔다. 바로 광자를 모으는 일이다. 그들은 빛 사냥꾼이다. 광자는 우리가 먼 우주에 대해 갖고 있는 유일한 직접적인 연결 고리다.

광자는 멀리 있는 별이나 가스구름으로부터 지구까지 수십억 년 동안 여행을 한다. 대부분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거침없이 오지만 이따금 흡수·재방출·변형·굴절을 겪기도 한다. 이처럼 꾸준한 빛의 쏟아짐 안에는 우주의 역사를 이해할 단서가 숨겨져 있다.

천문학자는 관측천문학자와 이론천문학자로 나뉜다. 이론천문학자는 우주 모형이나 은하 같은 구성 요소를 테스트하며, 특정한 천체물리학 과정이 기본 원리하에서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를 추적한다.

반면 관측천문학자는 자연이 작동하는 방식이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은하 같은 영역에서 그 작동 방식을 설명해줄 적절한 모형을 고안해낸다. 이론천문학자가 모형을 데이터와 비교해 현실성 여부를 판단한다면, 관측천문학자는 바로 이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관측천문학자이며, 이들은 나름 경험주의자라 할 수 있다(저자는 SCUBA-2 카메라를 이용한 'JCMT 우주 유산 관측'이라는 대규모 관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망원경, 카메라, 분광기가 이들의 주 관측 장비이며 현상을 관찰해 데이터를 얻고 '우주 모형'의 틀을 활용해 그 데이터를 해석한다.

그런데 관측천문학자는 통제실험을 수행하는 과학자와 동일한 처지에 있지 못하다. '경험과학'으로서의 천문학이 드문 이유다. 대신 그들은 '우주 안의 지구'라는 제한된 관측 위치에서 되도록 많은 빛을 쳐다보고 흡수해야 한다.

그런데 지구와 외부 은하 사이의 거리는 엄청나게 멀어 외부 은하에서 방출된 빛은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지구에 당도한다. 우리가 은하를 보는 것은 그 은하가 빛을 방출했던 때의 모습으로, 이는 수십억 년 전의 것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 면에서 과거 은하의 빛을 추적하는 천문학자는 과거의 유물을 발굴하는 '고고학자'에 빗대어지기도 한다.

◆ 은하의 형성과 은하의 진화를 탐구하다

은하란 무엇으로 만들어졌으며, 어떻게 생성되고, 얼마나 클까? 시간의 흐름은 은하를 어떻게 변화시켰을까? 은하를 형성하려면 고온 상태의 최초 혼합물이 필요하다. 그리고 기본적인 원소인 수소와 헬륨(그리고 가벼운 원소인 듀테륨과 리튬 소량)이 포함된 혼합물이 온도가 낮아지면서 밀도가 높은 무리를 형성해야 한다.

이러한 메커니즘이 없다면 단일한 수소원자가 구름으로 합쳐지지 않아 분자구름으로 결합할 수 없게 되고, 핵융합이 일어나지 않아 별을 생성하지 못한다.

하지만 은하는 그 같은 초기의 대혼란에서도 형성되었다. 빅뱅 이후 이러한 최초의 생성에서 현재까지 시간이 흐르면서 은하의 성질은 변화해왔고, 이러한 변화를 추적하는 것이 외부 은하천문학의 목표이기도 하다.

은하 형성 과정과 관련해 저자는 자신이 발견한 가장 놀라운 점은 광범위한 규모의 구조와 질서를 가진 매우 복잡한 체계인 '은하'가 기본 원소의 운동과 행동을 지배하는 단순한 물리 규칙 집합을 통해 최초의 상태로부터 진화한 방식이라고 말한다. 이를 가장 생생히 보여주는 예는 국부우주에 있는 은하의 아름다운 나선팔일 것이다.

한편 은하단은 방대한 무리의 은하가 중력에 의해 함께 묶여 있는 것이며, 우주에서 질량이 가장 큰 개체다. 즉 은하단은 우주 연결망의 한 점을 구성하는 은하로 가득한 거대한 암흑물질 헤일로이며, 극도로 뜨거운 기체(플라스마)에 둘러싸여 있다. 이 플라스마는 최초의 은하간 기체가 암흑물질 헤일로에 흘러들어가면서 형성됐고, 수백만 도의 온도로 가열되었다.

우리는 하나의 행성에 갇힌 채로 하나의 항성 주위를 공전하고 있고, 이 항성 자체도 '우리 은하'라 불리는 원반 모양의 항성계 주위 궤도를 돌고 있다. 우리 은하는 별과 가스와 티끌로 가득 차 있고 그 중심부에는 거대한 블랙홀이 있다.

우리는 우리 은하 바깥에 다른 은하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어떤 은하는 우리 은하와 비슷하게 생겼고 어떤 것은 그렇지 않다. 이들은 서로 엄청나게 멀리 떨어져 있으며 은하단, 은하군, 필라멘트 구조 같은 거대 구조를 이룬다.

은하들 사이의 거리는 아주 멀기 때문에 멀리 떨어진 은하와 우리가 가진 검출기 사이의 엄청난 거리를 빛이 가로지르는 데 걸리는 시간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은하의 현재가 아닌 옛날 모습들을 보고 있다. 먼 은하를 보면서 우주의 과거 모습에 대한 짤막한 정보를 얻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은하 진화 연구의 기본이다.

은하들은 저마다 다른 진화 과정을 겪는다. 각 은하의 별 생성은 고유한 특징, 즉 총질량이나 환경 등의 변수가 결합해 모두 다르게 나타난다. 특히 은하가 처한 환경이 매우 중요한데, 이것은 은하 사이의 결합률과 상호작용에 영향을 미치며, 은하의 특성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 작용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그중 가장 극단적인 환경은 은하단이다. 은하단에 속한 은하는 다른 곳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다양한 천체물리학적 현상(램압 벗기기, 조석력을 이용한 중력의 '학대', 가스 '부족', '숨통 끊기' 등)을 경험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은하단 내부 은하의 항성 분포는 재구성되고, 그 결과 은하의 형태도 바뀐다. 결국 은하의 성장 속도는 환경의 함수로, 환경에 따른 은하의 진화가 어떻게 달라지는가는 핵심적으로 연구해야 할 분야다. 환경에 따라 변화의 양상을 측정할 수 있다면, 은하의 성장을 설명하는 물리 법칙과 대규모 암흑물질 성장 사이의 관련성을 밝힐 수 있을 것이다.

◆ 은하 연구, 우주를 가장 완전하게 이해하는 방법

그런데 은하 연구를 하는 데 쉽지 않은 이 모든 노력을 왜 기울여야 할까? 140억 년의 우주 역사가 만들어낸 빛나는 산물로부터 우리에게 약하게 내리쬐는 약간의 광자를 모으기 위해 왜 수백만 달러의 망원경과 기구를 구입하고 척박한 곳으로 독자를 안내해야 하는가?
사실 천체로부터 모을 수 있는 에너지 양은 엄청나게 적다. 가령 저자가 연구하는 은하로부터 매초 한 단위 면적당 얻는 에너지 양은 눈 한 송이가 영국 땅덩어리만 한 검출기에 부딪힐 때 생기는 운동에너지보다 1000배나 더 적다.

거리가 너무 먼 까닭에 외부 은하로부터 지구에 도달하는 에너지 양은 거의 없다시피 할 만큼 극소량이기 때문이다. 우주를 더 멀리 내다보려 할수록 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그 은하들은 더 작고, 더 희미해 탐지하기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은하는 우리 삶에서 그리 큰 역할을 하지 않는다. 결코 가보지 못할 그곳을 이렇게까지 관측해야 할까? 저자는 '그렇다'고 말한다.

실용성 면에서 그런 답을 내놓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도 인간이 더 넓은 은하계를 탐험할 가능성은 수백, 수천 년 안에는 희박하다. 게다가 우리가 외부 은하에 직접 가보지 못할 것은 거의 확실하다.

그런데도 외부 은하의 물리적 사항들을 밝혀내려는 이유는 있다. 인류는 자연계에 대한 본능적인 흥미와 자연계의 원리를 가장 완전한 수준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욕망에 의해 움직이고 발전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주를 전체로서 이해해야 한다.

즉 우주의 구성 요소와 우주의 진화를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그것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한다면, 폭풍우가 치는 것을 보고도 빗방울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천문학은 자연과 인간의 위치에 대해 더 또렷한 그림을 보여준다.

우리가 답하고 싶은 질문이 처음에는 단순히 알고자 하는 욕구에서 비롯됐다 해도, 역사상 과학은 '현실 세계'의 문제에 대해 새롭고 실용적인 해결책을 계속해서 제공해왔다. 우리가 천문학 연구를 멈추지 않는 이유는 우리가 예술활동을 멈추지 않는 이유와 같다. 그 자체가 우리 인간을 구성하는 일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단순한 물음을 제기하면서 여정을 시작한다. "별들 사이에 있는 희미하고 흐릿한 성운은 뭐지?" 이런 질문과 함께 이 책은 수백만 개의 은하를 탐지하고 은하군, 필라멘트 구조, 은하단을 이룬 모습을 관측하며 다양한 파장으로 전체 하늘의 지도를 그려낸다.

우주 초창기의 모습을 살피고자 하늘의 열쇠 구멍 같은 작은 부분을 촬영하고, 은하가 어떻게 변해왔는가를 측정하며, 우주의 화학적 성질과 구성 요소 및 모양과 역학을 알아낼 뿐 아니라 이 모든 것을 하나의 이론 모형으로 살펴본다.

<글=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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