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연, '지식과 모험' 주제 특강 마련

"아는 것을 바탕으로 모르는 곳으로 넘어가려고 발버둥 치는 게 진짜 앎이다. 모든 위대한 것은 모험의 결과로부터 나왔다."

최진석 교수는 인간은 약하기 때문에 위험한 곳, 두려운 곳을 회피하는데, 모험심과 탐험심을 갖고 두려움을 이겨내자고 말했다.

한국기계연구원(원장 박천홍)은 본관 대강당에서 6일 '지식과 모험'이란 주제로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를 초청, 철학 특강을 마련했다.

인간은 왜 사는지 근본적 질문으로 강연을 연 최 교수. 그는 삶의 궁극적 목적은 생존이라고 언급했다. 우리가 하는 일련의 활동은 생존의 질과 양을 늘려나가기 위한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생존의 질과 양은 어떻게 늘려나갈 수 있을까. 높은 지식의 획득으로 가능하다. 지식이 높은 단계에 머물 때라야 강한 힘을 가질 수 있다.

더하기 빼기만 할 수 있는 사람보다 3차 방정식을 풀 수 있는 사람이 수학에서 통제력이 더 높은 것과 같다. 통제력은 곧 영향력으로 이어진다. 이는 곧 주도권을 갖기 위해서는 수준 높은 지식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 지식을 다루는 한국의 현실 "감각적 쾌락에 빠져있다" 

최진석 교수는 전국에 철학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사진=강교민 수습 기자>
최진석 교수는 전국에 철학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사진=강교민 수습 기자>
"서울 시내의 대표적인 유흥가는 대학 중심에 몰려 있다. 온갖 술집, 카페, 옷가게 등이 가득하다. 지식인들이 감각적 쾌락에 빠져있다."

최 교수는 한국의 현실을 꼬집었다. 그는 우리나라는 지식을 증가시키는 데 힘쓰지 않고 보이고 만져지는 쾌락에 빠져 있다고 일갈했다.

최 교수는 미국 하버드대 재학 시 근처 서점 수를 파악한 사례도 소개했다. 그가 직접 카운트한 결과는 총 39개. 그가 나온 중국 북경대 주변은 약 300개의 서점이 몰려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최 교수는 "이런 와중에 서강대·이대·홍대·연대가 있는 신촌 로터리에 서점이 하나밖에 없다. 4개 대학 실내에 있는 서점을 다 합쳐도 10개가 안 넘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사용하는 물건 중에 우리가 먼저 만들기 시작한 것이 하나라도 있는지 물었다. 그는 "우리 삶을 채우는 것 가운데 우리가 만든 건 한글뿐"이라며 "이는 우리가 질문에 익숙하지 않고 삶에 불편을 느껴본 적이 없었던 데 있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또, "대답은 이미 있는 지식과 이론을 먹어 누가 요구할 때 빨리, 원래 모습 그대로 뱉어내느냐의 여부에 따라 승부가 갈린다"고 말했다.

한국이 과거사 논쟁에 갇힌 것도 지식획득에만 몰두하기 때문. 과거를 따지고 철저하게 분석해야 진실한 삶을 사는 것처럼 훈련돼 있다는 것이다.

그는 "대답에 익숙한 인재는 참과 거짓, 옳고 그름, 선과 악을 따진다. 그러나 세계 위대한 것은 옳은 것의 형상으로 태어나지 않았다"며 "정해진 기준에 빠진 사회는 압도하는 문명을 갖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강의에서 청중들의 몰입도는 높았다. <사진=강교민 수습 기자>
이날 강의에서 청중들의 몰입도는 높았다. <사진=강교민 수습 기자>
◆ "'지식인' 특정 학문에 갇히지 말고 넓은 정체성 가져야"

"시대의 진화와 진보는 융합과 관련이 있다. 특정 학문에 갇히지 말고, 지식인이라는 넓은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

최 교수는 자신의 분야에 국한되지 말고, 넓은 시야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영역에만 머물면 기존의 해결방법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미국 오바마 대통령 사례를 들었다. 그는 "국방 장관은 무조건 군인이 맡아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오바마 정부 초대 국방 장관은 예상을 깨고 물리학자가 지명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지식과 이론은 삶과 분리돼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니다. 지식과 이론은 인간이 삶을 영위할 때 사용하는 매우 고효율적 장치"라며 "지식과 이론의 통로나 중간역으로 남지 말자"고 조언했다.

최 교수는 장자에 나오는 말도 인용했다. 그는 "참된 사람이 있고 나서야 참된 지식이 있다"며 "다른 사람의 호기심을 대행해주는 삶인지, 꿈을 가지고 사는 주체적 인간인지 생각해보자"고 역설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모든 지식과 이론은 문제를 해결한 결과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세상에 존재하는 문제를 발견해 해결하려 덤비는 것이 모험"이라며 "누가 더 빨리 불편함을 느껴 해당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지에 따라 문명의 주도권이 결정된다"고 했다. 그렇게 주도권을 가진 문명에서는 독립·자유·행복이 보장된다고 피력했다.

한 참석자는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였다. '나는 누구인지', '행복을 찾아서 가고 있는지' 등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질문을 많이 던지고 고민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새해 초 '탁월한 시선'을 갖기 위해 최 교수와 대덕인들과의 연속 공부 시간 마련을 논의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추후 공지될 예정이다. 최진석 교수는 2015년 3월부터 지금까지 창의적 인재와 후학을 양성하기 위해 '건명원'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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