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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하재주 원장 돌연 사퇴···"5월부터 정부 압력?"

임기 1년 4개월여 남기고 연구회에 사임 표명
"원자력계에 압력설 퍼져, 과학자 홀대로 기술 후퇴 우려"
과학기술분야 연구기관 수장이 정부의 사퇴 압력으로 여전히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하차하면서 연구현장의 우려 목소리도 커지는 분위기다.

14일 하재주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장이 1년 4개월여의 임기를 남겨놓은 상태에서 돌연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이하 연구회)에 사의를 표명했다. 원자력연에 의하면 하 원장은 오는 20일 오후2시 원내에서 이임식을 갖고 물러난다.

그의 갑작스런 사퇴를 두고 '외압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도 커지는 양상이다. 몇몇 과학계 인사에 의하면 실제 관련부처 관료의 지속적인 사퇴 압박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한편에서는 이번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른 희생양이라는 소리도 나온다.

원자력연은 연구회 산하 기관으로 원장 임면권은 연구회 이사장에게 있다. 하지만 하 원장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모 국장에게 지속적으로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는 것. 과학계 원로에 의하면 하 원장이 국가과학기술연구회와 원자력계 원로에게 거취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원자력계 원로는 하 원장에게 "잘못없이 사퇴하지 말라"며 사퇴를 반대했다고 밝혔다.
 
과학계에서는 정권에 따라 반복됐던 과학기술분야 기관장 교체가 이번 정권에서도 되풀이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연구개발 등 과학계의 특성인 지속성보다 정권 중심의 인사가 여전히 우선하는 풍조다.

올해 2월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소장이 2014년 첫 소장으로 취임하고 2017년 1월 연임에 성공했지만 임기를 2년 남긴 상태에서 사퇴했다. 3월말과 4월초에는 한국연구재단 이사장과 KISTEP 원장,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원장이 임기를 2년정도 앞둔 상태에서 사임을 표했다. 또 KINS 원장도 임기를 1년 반 정도 남기고 물러났다.

그들 중 일부는 과기부 관료의 사퇴 종용이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강도 높은 감사가 이뤄지기도 했다. 사람 중심의 정책 기조를 내세운 이번 정부에서도 전 정권에서 임명된 기관장 대신 내 사람 심기의 코드 인사가  우선되는 셈이다. 

하 원장은 지난해 3월  원자력연 수장으로 임명됐다. 당시 그는 국제적으로도 실력을 인정 받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원자력기구(NEA) 원자력개발국 국장을 맡고 있었다.

원장 취임 전후 방사성 폐기물 무단 소각, 하나로 장기간 가동 중단, 핵폐기물 무단 방출 등 안전 불감증이 우려되는 이슈들이 지속해서 발생했다. 문제들은 꼬리를 문듯 연달아 발생했다. 이전 문제들이 하 원장 재임 중에 수면위로 올라왔던 것.

그는 대대적인 혁신을 통해 기관을 새롭게 재건하겠다고 취임 인사에서 의지를 표명했다. 원자력연을 보는 내외부 신뢰도가 바닥까지 추락한 상태에서 조직을 대폭 축소하고 소통, 안전을 강조하며 강도높은 쇄신을 추진했다. 지역주민, 국민과의 소통에도 적극 나섰다.

올해 초 기자 간담회를 통해 파이로·SFR, 우주, 심해저, 극지환경 개발을 위한 원자력 전지 등 미래 세대를 위한 연구개발(R&D)에도 집중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과의 공동 연구 진행도 소개했다. 그는 과학기술은 정치사회적, 경제적 논리가 아닌 기술개발 차원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돌연 "나름대로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역부족이었다"는 메시지를 끝으로 원자력연 기관장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원자력연 관계자는 "최근 정부는 명확한 사유나 공식적 의견 표명 없이 정무적 판단을 이유로 원장에게 사퇴를 강요해 온 것으로 안다"면서 "이번 정권의 탈원전 정책의 부작용을 가리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목소리를 냈다.

또 다른 원자력계 인사는  "원자력계에서는 지난 5월부터 정부의 압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모르게 알고 있었다. 그런데 현정권의 탈원전 정책으로 원자력계가 힘을 잃은 게 사실이다"면서 "그는 국제적으로 실력을 인정 받는 인물이다. 원자력 기술을 해외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기술개발이 필요한데 인재를 물러나게 하니 안타깝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연좌제도 아니고 이번 정권에 실망이 크다. 사람 중심의 정권이라는 말이 무색하다"고 덧붙였다.

과학계 인사는 과학자 홀대를 지적했다. 그는 "사회주의 국가도 과학자가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데 우리는 흔들기가 여전하다"면서 "이전 문제들로 현재 원장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면 상위 기관인 연구회, 과기부 장관도 다 책임을 져야하는게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원자력연은 하재주 원장의 이임식 이후 원장 공석으로 20일부터 부원장이 원장 대행을 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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