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훈 KAIST 교수 "내시경·웨어러블 기기 적용 기대"

제노스페키의 시각기관을 통해 얻은 영상(좌)과 초박형 디지털카메라를 통해 얻은 영상(우).<사진=KAIST 제공>
제노스페키의 시각기관을 통해 얻은 영상(좌)과 초박형 디지털카메라를 통해 얻은 영상(우).<사진=KAIST 제공>
국내 연구팀이 곤충 눈 구조를 모방한 초박형 카메라를 개발했다.

KAIST(총장 신성철)는 정기훈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독특한 눈 구조를 가진 곤충인 제노스페키(Xenos peckii)를 모사한 초박형 디지털카메라를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제노스페키를 모사해 개발한 초박형 디지털카메라는 기존 이미징 시스템보다 더 얇으면서 상대적으로 넓은 광시야각과 높은 분해능을 갖는다. 감시·정찰 장비, 의료용 영상기기, 모바일 등 다양한 소형 이미징 시스템에 적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전자기기·광학기기의 소형화로 초박형 디지털카메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카메라 모듈은 광학적 수차를 줄이기 위해 광축을 따라 복수의 렌즈로 구성돼 있어 부피가 크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모듈을 단순히 크기만 줄여 소형기기에 적용하면 분해능과 감도가 떨어지게 된다.

정기훈 교수 연구팀은 문제 해결을 위해 곤충인 제노스페키의 시각구조를 적용한 렌즈를 제작했다. 이를 이미지 센서와 결합한 초박형 디지털카메라를 개발했다.

제노스페키의 SEM(Scanning electron micrograph) 영상과 형광 염색된 제노스페키의 시각구조.<사진=KAIST 제공>
제노스페키의 SEM(Scanning electron micrograph) 영상과 형광 염색된 제노스페키의 시각구조.<사진=KAIST 제공>
곤충의 겹눈구조는 수백, 수천 개의 오마티디아라 불리는 아주 작은 광학 구조로 이뤄져 있다. 일반적인 겹눈구조는 수백, 수천 개의 오마티디아에서 한 개의 영상을 얻지만, 제노스페키는 다른 곤충과는 달리 각 오마티디아에서 개별의 영상을 획득할 수 있다. 또 오마티디아 사이에 빛을 흡수할 수 있는 독특한 구조를 가져 각 영상 간 간섭을 막는다.

연구팀이 개발한 카메라는 2㎜ 이내의 매우 작은 크기로 제노스페키의 겹눈구조를 모방해 수십 개의 마이크로프리즘 어레이와 마이크로렌즈 어레이로 구성된다.

마이크로프리즘과 마이크로렌즈가 한 쌍으로 채널을 이루고 있으며 각각의 채널 사이에는 빛을 흡수하는 중합체가 존재한다. 각 채널 간 간섭을 막는다.

각각의 채널은 화면의 다른 부분들을 보고 있다. 각 채널에서 관측된 영상들은 영상처리를 통해 하나의 영상으로 복원돼 넓은 광시야각과 높은 분해능을 확보할 수 있다.

정기훈 교수는 "초박형 카메라를 제작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라며 "기존의 평면 CMOS 이미지 센서 어레이에 마이크로 카메라를 완전히 장착한 초박형 곤충 눈 카메라의 첫 번째 데모이며 다양한 광학 분야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 연구팀은 자연계에서 발견되는 광학 구조를 모방하는 연구를 꾸준히 진행해 왔다. 반딧불이의 배 마디 구조를 분석해 광 효율을 높은 LED 렌즈를 개발한 바 있고, 생체모사를 통한 무반사 기판을 제작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빛 : 과학과 응용(Light : Science & Applications)'에 지난달 24일 자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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