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평가하는 10분 과학발표 '슬램B'···20일 부산 벡스코서 개최
부산 과학기술인 5명, 청중과 활발한 소통···참여자 "부산 미래 밝다"

20일 부산 벡스코에서 '10분 과학 경연, 슬램B'가 열렸다. 참석자들이 공감봉을 흔들어 발표에 호응하고 있다. <사진=김인한 수습기자>
20일 부산 벡스코에서 '10분 과학 경연, 슬램B'가 열렸다. 참석자들이 공감봉을 흔들어 발표에 호응하고 있다. <사진=김인한 수습기자>
"형광물질을 활용해 암세포만 제거할 수 있다는 내용이 인상 깊었어요."(김한준 부산 용소초등학교 5학년 학생)

"시민들에게 제가 하는 연구를 소개하면서 시민, 부산, 국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과학을 하는 게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오현주 국립수산과학원 해양수산연구관)

'해양도시' 부산에서 과학문화 행사의 첫 닻이 올랐다. 과학기술인 5명의 발표에 어린이와 시민이 환호했고, 자신이 뽑은 과학자가 우승해야 하는 이유도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과학문화 확산을 위해 올 초 대전에서 시작된 'Science Slam'(이하 슬램) 행사가 20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렸다. 과학자가 시민에게 10분 동안 자신의 연구를 소개하고, 발표를 들은 시민이 직접 평가하는 쌍방향 과학행사다. 벡스코 컨벤션 홀에서 열린 '슬램B' 행사에는 부산 과학자 5명이 각자의 연구 주제를 들고 무대에 올랐다.  

슬램B 행사는 발표에 앞서 발표자의 시간 엄수를 위해 청중 한 명을 선정한다. 발표 시간 2분이 남았을 때 청중이 이를 알려준다. 또 발표에 적극적으로 호응하기 위해 '서퍼'(청중 호응 유도자)를 뽑는다. 서퍼가 분위기 형성을 위해 "파도"를 외치면 청중들은 호응과 함께 공감봉을 흔든다. 

이날 행사에는 ▲오현주 국립수산과학원 해양수산연구관 ▲정주철 부산대학교 교수 ▲이송이 부경대학교 교수 ▲정영진 동서대학교 교수 ▲최태훈 부산대학교 전자공학과 박사과정 학생이 발표 경쟁을 펼쳤다. 

5명의 부산 과학기술인이 다양한 연구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사진=김인한 수습기자>
5명의 부산 과학기술인이 다양한 연구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사진=김인한 수습기자>
◆ 암세포 잡는 '형광 화학센서', '수산자원 변동 예측' 연구로 시민들과 활발한 소통

이번 슬램B 행사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송이 부경대학교 교수는 형광 화학 분야를 의학에 접목할 수 있는 연구를 소개했다. 이 교수는 "암은 전이가 빠르고 육안으로 봤을 때 일반 세포인지 암세포인지 확인이 쉽지 않다"며 "암세포에 형광을 내면 초기 단계에서 암세포를 제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형광 물질로 진단뿐만 아니라 치료까지 할 수 있는 'Theragnostic'(Therapy+Diagnosis)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형광 물질로 진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치료도 해보자는 것이 테라노스티"라며 "일반 세포도 다치게 하는 항암 치료에서 암세포만 치료할 수 있도록 형광 화학 센서를 지속적으로 연구하겠다"고 덧붙였다.

오현주 국립수산과학원 해양수산연구관은 '생태계 기반 수산자원변동 예측 기술'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오 연구관은 "한반도 주변해역의 수온 상승은 세계 평균에 비해 3배 이상"이라며 "수산자원 관리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수산자원의 과학적 관리를 위한 방안으로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과 빅데이터를 꼽았다. 그는 "빅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수산정보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수산자원을 활용해 국가와 도시 경쟁력을 높인 사례도 언급했다. 오 연구관은 "노르웨이는 연어와 고등어 수출로 부강한 국가가 됐다"며 "부산도 수산자원을 잘 관리해 먹거리와 관광 상품화 하면 더 경쟁력 있는 도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청중들이 발표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 이날 청중에는 부산 시민 가족들이 참여해 과학을 즐겼다. <사진=김인한 수습기자>
청중들이 발표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 이날 청중에는 부산 시민 가족들이 참여해 과학을 즐겼다. <사진=김인한 수습기자>
◆ 뇌, 스마트 유리창, 기후재난 대비 등 다양한 연구 소개 

정주철 부산대학교 교수는 '기후재난으로부터 부산은 안전한가'라는 주제를 들고 무대에 올랐다. 난개발로 부산이 기후 재난에 취약한 도시가 됐기 때문에 지역별 맞춤형 도시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기후 재난은 필연적인 결과이므로 대응이 필요하다"며 "도시와 인류가 겪은 과거 역사에서 실마리를 찾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그는 "도시도 기후변화와 재난을 철저히 대비하고 적응해야 지속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태훈 부산대학교 전자공학과 박사과정 학생은 커튼과 블라인드를 대체할 수 있는 '기능성 유리창' 연구를 소개했다. 최 연구생은 "최근 유리창은 온도, 날씨, 주행 정보 등과 같이 간단한 정보를 유리창에 표시한다"며 발표를 시작했다. 이어 "전압을 인가해 액정들을 반응하게 하고, 광학 특성을 변조해 스마트 유리창을 구현하는 것"이라며 "빛의 회절을 유도해 유리창의 선명도를 제어할 수 있다"며 유리창에 활용되는 과학기술을 설명했다.

정영진 동서대학교 교수는 의료영상을 활용한 뇌 연구를 소개했다. 정 교수는 "뇌는 신체를 관장하고 있기 때문에 행동이나 움직임을 관리하는 역할을 하는데 뇌가 건강하지 않다면 이 기능을 상실한다"며 "영상 촬영으로 뇌의 기능적 이상이나 구조적 특징을 확인해 뇌의 상태를 꾸준히 모니터링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의료영상 화질 개선 연구 등을 통해 우리 뇌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도록 계속해서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슬램B는 Science(과학)·Language(언어)·And(그리고)·Message(메시지)·Busan(부산)을 의미하는 과학소통 프로그램이다. 슬램B는 BISTEP(부산과학기술기획평가원)과 대덕넷(헬로디디)이 공동주관하고 부산광역시가 주최하는 행사다.

올 초 대전에서 시작한 슬램D는 10회차를 맞아 지난 회차 우승자들이 왕중왕전을 펼친다. 왕중왕전은 다음 달 15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국립중앙과학관 천체관에서 열린다.

올해 슬램D 우승자는 ▲박종원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 ▲김튼튼 IBS 박사 ▲최종순 한국기초지원연구원 박사 ▲류충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사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박사 ▲김미랑 UST 박사 ▲백효정 KISTI 박사 ▲임현의 한국기계연구원 박사 ▲정준휘 UST 박사 등 총 9명이다.

김한준 부산 용소초등학교 5학년 학생은 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사진=김인한 수습기자>
김한준 부산 용소초등학교 5학년 학생은 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사진=김인한 수습기자>

발표자와 청중이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김인한 수습기자>
발표자와 청중이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김인한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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