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2시 54분 엘리시움 평원 착륙···국내 과학기술인 반응
2년간 토양 5m 깊이 파헤쳐 온도 측정···핵과 맨틀 궁금증 푼다

인사이트호의 착륙 예상 모습.<사진=NASA 제공>
인사이트호의 착륙 예상 모습.<사진=NASA 제공>
"우리 아이들이 이런 것들을 재미있게 체계적으로 알게 된다면 풍부한 상상력을 키워 미래의 설계를 공무원 등 안정된 직업으로만 쏠리게 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화성을 향해 인류가 한걸음씩 내딛고 있는 상황에서 남의 이야기로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도전해야 한다. 우리도 개척의 DNA를 가져야 한다. 28일 발사되는 한국형 발사체 시험발사도 주목되는 이유다."

 

"인류가 지구를 넘어 화성을 바라보는 수준이 됐다. 우주라는 공간은 인류의 창조적 도전을 가능케 하는 가장 의미 있는 공간이다. 오늘의 성과는 짧게는 수십년 길게 보면 수백년간의 지식과 일류 과학자들의 피와 땀이 빚어냈다."

 

인사이트호 착륙 성공을 접한 국내 과학기술인도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대덕연구단지를 비롯해 각지의 과학기술인들은 인사이트 착륙에 부러움을 표시하면서 28일 발사되는 누리호에 관심을 보였다. 

 

NASA(미국항공우주국)의 화성 탐사선 인사이트(InSight)호가 26일(현지시간) 화성 적도 인근 엘리시움 평원에 착륙했다. 지난 5월 5일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아틀라스V로켓에 실려 발사된 지 206일 만이다.

 

인사이트호는 미국 동부시간으로 이날 오후 2시 54분쯤(한국시간 27일 오전 4시 54분) 도착했다. 애초 오후 3시 착륙을 예상했지만 다소 앞당겨졌다. 인사이트호는 4억8000만㎞를 날아가 화성에 안착했으며 신호를 지구로 보내는데 8분 7초가 걸렸다.

 

앞서 화성에서 임무를 수행한 7개의 탐사선은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주로 지표면과 생명의 흔적을 찾는 데 주력했다. 반면 인사이트호는 화성을 돌아다니지 않고 엘리시움 평원 한곳에 머무르며 2년 동안 지질 관련 자료를 수집한다.

 

인사이트호의 무게는 360㎏이며 1.8m 길이의 로봇팔 가지고 있다. 이를 이용해 지표면에서 전파를 흘려보내 주파수 변화를 감지하고, 압축 공기드릴을 이용해 화성 토양을 5m 깊이 가량 파헤쳐 온도를 측정한다.

 

인사이트호는 착륙한 곳에 고정돼 탐사하므로 과거 탐사선과 달리 바퀴가 없다. 이런 임무의 성격을 반영해 '지진조사, 측지, 열 수송 등을 이용한 내부 탐사'(Interior Exploration Using Seismic Investigations, Geodesy and Heat Transport)의 영문 이니셜을 따서 탐사선 이름을 인사이트라고 지었다.

 

NASA는 이를 통해 화성의 형성과정과 수십억 년에 걸친 변화과정을 파악할 예정이다. 특히 내부에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는 핵과 맨틀에 관한 궁금증을 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인사이트호에 실린 A4 용지 크기 초소형 위성···저비용 탐사 가능성 

 

우리별 1호 개발에 참여했던 최경일 프랑스 유텔셋(Eutelsat) 박사는 "화성이 태양을 도는 공전 주기가 약 2년이다. 지구와 가까워지는 기간이 2년마다 한 번씩 찾아온다"면서 "지난 2016년 발사를 위해서 준비한 프로그램이었는데 프랑스에서 준비한 장비 하나가 말썽을 부려서 발사 시기를 놓치고 2년 동안 보관되어 있었다"며 이번 성공의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난 수십년간 화성 탐사를 위해서 이미 다양한 우주선을 발사해왔고 앞으로도 계속되리라 생각된다"면서 "미국에서는 아직도 관이 주도하는 우주개발 프로그램이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준 프로그램이다. 여전히 전 세계의 우주연구소들과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준 사례"라고 설명했다.

 

최 박사는 인사이트호에 실린 MarCO A와 B 위성도 눈여겨 볼 것을 제안했다. 서류 가방 크기의 큐브샛은 화성 궤도를 돌며 지진 감지, 지열 감지 활동을 하게 된다.

 

그는 "이 두 위성은 크기가 A4용지에 두께가 10cm인 아주 작은 위성"이라면서 "이렇게 작은 위성이 화성까지 갈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는 것이 놀랍다. 큰돈을 들이지 않아도 앞으로 우주 탐사를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임무였다"고 평가했다.

 

최 박사는 엘런 머스크부터 제프 베조스까지 우주개발 민간회사들이 늘고 있는 만큼 정부와 민간의 협력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와 민간이 어떻게 협력을 하고 어떤 형태로 업무 분산을 할 것인지, 어떻게 가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큰 결과를 만들어낼 것인지는 고민하게 하는 상황"이라면서 "아직은 정부의 역할이 크지만 앞으로 지속해 줄어들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권세진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 센터장은 "미지의 세계를 향해 도전하는 인류의 욕망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라며 "인류는 지구를 넘어 화성을 바라보는 수준이 됐다. 국가적으로도 우주를 개척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자긍심이 강하게 자리잡았을 것"이라고 소회했다.  

 

중국통 전문가인 백서인 STEPI 박사는 인사이트호 성공 의미와 중국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우주라는 공간은 인류의 창조적 도전을 가능케 하는 가장 의미 있는 공간이다. 오늘의 성과는 짧게는 수십년 길게보면 수백년간의 지식과 일류 과학자들의 피와 땀이 빚어냈다"면서 "중국을 비롯한 많은 후발 국가들이 공격적인 화성 탐사 계획을 발표하지만, 성공하지 못하는 분야가 유일하게 우주인데 그 이유는 아마도 수백년간 축적되어온 지식과 그 지식을 만들어 낸 문화와 시스템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양자통신을 비롯한 우주굴기에 고무되면서도, 미국의 팰컨해비, NASA의 인사이트 호 착륙 성공 앞에 숙연해지는 중국 과학자들의 모습이 생각난다"고 전했다.

 

◆ "국민 품에 과학 있기를··· 우리도 자신감 갖고 도전해야"

 

페이스북·유튜브 등의 SNS에도 인사이트호 관련 다양한 반응이 이어졌다. 재두루미 아이디를 쓰는 이용자는 "미국 인사이트호 화성 착륙 소식을 도서관에서도 생중계했다는데 나라도 그랬을 것이다. 대단하다"고 반응을 표했다. 

 

또 다른 사용자는 부러움을 표시했다. 그는 "이런 소식이 들릴 때마다 무척 부럽다. 기술력, 생각, 지원 문화와 분위기 모두 부러움"이라면서 "저들이 화성까지 도달하는 꿈을 꿀 수 있는 것도 부러움의 대상이다. 국민 품에 과학이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적었다.

 

'국민 곁에 있는 과학'을 키워드로 소감을 남긴 윤종록 前 과기부 차관은 "우리 아이들이 이런 것들을 재미있게 체계적으로 알게 된다면 풍부한 상상력을 키워 미래의 설계를 공무원 등 안정된 직업으로만 쏠리게 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언론에서도 깊이 있게 다뤄서 국민의 과학 수준과 상상력 제고를 해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새벽에 유튜브 생중계를 모두 지켜봤다는 조남석 무인탐사연구소 대표는 " 착륙 기술부터 사진 전송까지의 기술적 진보가 놀라웠다"라며 "화성을 향해 인류가 한 걸음씩 내딛고 있는 상황에서 남의 이야기로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우주에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를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재필 나라스페이스 대표는 "위대한 도전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화성에 목표를 설정하고 관측, 부지탐사, 내부 관찰 등 단계별로 성취해나가는 부분이 인상적이며 우리나라도 우주 분야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알리면서 우주 개발에 적극 나섰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인사이트호 착륙을 보고 '새로운 생명체를 찾는 도전'이라고 해석한 최형빈 대전시민천문대 대장은 "50억년 후쯤이면 태양의 온도가 3000℃로 떨어지며 지구를 덮칠 만큼 팽창 할 것"이라며 "때문에 지구 이외에 생명체가 존재하는 곳을 찾아 떠난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임철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화성에 가는 일은 인류에 엄청난 도약이다. 화성의 지질분석이 이뤄지면 인류가 화성으로 갈 수 있을지 없을지 판단될 것"이라며 "인사이트호가 지구로 신호를 보내는 데 8분이 걸리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단계별 철저한 준비가 있었기 때문에 만들어진 성과"라고 피력했다.

인사이트호가 화성 적도 인근의 엘리시움 평원에 착륙해 첫 사진을 찍어 보냈다.<사진=NASA 제공>
인사이트호가 화성 적도 인근의 엘리시움 평원에 착륙해 첫 사진을 찍어 보냈다.<사진=NASA 제공>

인사이트가 화성의 넓은 평원에서 안전하게 착륙하자 NASA 연구팀들이 환호하고 있다.<사진=NASA 제공>
인사이트가 화성의 넓은 평원에서 안전하게 착륙하자 NASA 연구팀들이 환호하고 있다.<사진=NASA 제공>

미국 국민들이 뉴욕 타임즈스퀘어에서 인사이트호 착륙 모습을 실시간으로 시청하고 있다.<사진=NASA 제공>
미국 국민들이 뉴욕 타임즈스퀘어에서 인사이트호 착륙 모습을 실시간으로 시청하고 있다.<사진=NAS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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