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정 물질 특성 이용···유기 반도체 기반 트랜지스터 개발
윤동기 KAIST 교수 "차세대 새로운 소자 제작 가능성 제시"

각 액정상의 모식도와 다양한 온도와 러빙 조건의 일련의 POM 이미지.<사진=한국연구재단 제공>
각 액정상의 모식도와 다양한 온도와 러빙 조건의 일련의 POM 이미지.<사진=한국연구재단 제공>
국내 연구팀이 LCD(액정표시장치)에 주로 사용하는 액정을 다양한 유기 전자소자에 적용할 가능성을 확인했다.

한국연구재단(이사장 노정혜)은 윤동기 KAIST 교수 연구팀이 액정 물질의 특성을 이용해 고배향 유기 반도체 기반의 트랜지스터를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액정은 고체의 결정성과 액체의 유동성을 동시에 지닌 물질이다. TV와 컴퓨터를 비롯해 휴대전화기, 전광판 등 일상에서 널리 쓰이는 디스플레이의 핵심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이렇게 액정이 디스플레이의 필수 소재가 된 것은 우수한 자기조립과 대형화를 가능하게 한 유동성 때문이다. 이는 빛과 온도, 전기장과 같은 외부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액정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LCD 외에 다른 분야로의 응용 연구는 다양하게 진행되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우수한 결정질과 대면적 고배향이 쉬운 액정 반도체 소재를 합성해 배향 특성을 유기 전계효과 트랜지스터에 처음으로 적용했다.

또 기존의 용액 공정과 달리 액정 반도체의 유동성을 이용해 손쉽게 일축 수평 배향했으며, 고배열 특성을 보이는 스메틱 E 상을 통해 무결점·대면적 고배향의 액정 반도체 박막을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스메틱 E 상이란 네마틱 상(유동성을 갖는 결정과 액상의 중간 상태)보다 낮은 온도에서 분자들끼리 최대한 밀집되어 있는 상을 말한다.

유기 반도체에서는 분자들의 배열·배향, 밀집도가 전하의 이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지금까지는 용액 공정을 통한 일축 배향으로만 제작됐다. 용매 증발에 따른 결점이 많이 발생해 전기적 특성을 제어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이에 반해 연구팀이 고안한 액정 반도체는 자체의 유동성을 이용해 무결점의 고배향·고배열 박막을 제작할 수 있고, 두 개의 편광판만 있으면 가시적으로 전하 이동도까지 예측할 수 있는 특별한 플랫폼 제작이 가능하다.

윤동기 교수는 "이러한 액정 반도체는 유기 전계효과 트랜지스터뿐 아니라 다른 유기 광전자 소자나 센서 등 광범위한 분야에 응용할 수 있다"라며 "LCD 분야에만 국한되었던 액정 분자의 우수한 배향 능력을 다양한 유기 소자와 플랫폼에 적용해 차세대 소자 제작에 새로운 가능성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ACS 센트럴 사이언스'(ACS Central Science)에 지난달 28일 자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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