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의 시작, 나노⑱]아트로닉스, 정전기방지·노이즈필터 융복합 PI칩 개발
고속 데이터전송 제품에 대응하는 고부가가치 범용 융복합 아날로그 부품 제조사 목표

정전기는 전자부품의 노이즈다. 피할 순 없지만 줄일 순 있다.
2011년. 그는 성능이 유망한 정전기 보호소자와 노이즈 필터를 개발했다.
우선 수요가 많을 중국에 소개했다. 반응이 좋았다. 그런데 원하는 양산을 맞추기 어려웠다.
국내도 선보였다. 반응은 좋았다. 하지만 그의 기술을 본뜬 유사품이 나왔다.
역시 기술과 사업은 달랐다.

 

"그때 어떤 파트너와 협업해서 양산에 대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습니다. 지금은 각 분야 파트너들과 함께합니다. 그래서인지 내년부터 전망이 상당히 좋습니다.”

김진형 아트로닉스 대표는 말했다. 앞서 김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던 이들이 있었다. 자리를 양보한 그들은 문을 나서면서 "이따 뵙자"고 김 대표에게 인사를 남겼다.
 

김 대표는 사업을 설명하며 "방금 그들과 협업하는데, 분야 우수 기업"이라고 소개했다. 한숨을 돌리는 그의 뒤로 창문 너머엔 엑스포대교까지 뻗은 갑천이 보인다.

갑천은 한강처럼 큰 천은 아니다. 그래도 이 도시에 꼭 필요한 물줄기다. 김 대표도 전자제품에 없어서는 안될 부품을 만든다.

 
그는 많은 전자부품 가운데 노이즈를 없애고 정전기를 방지하는 부품을 만든다. 첨단제품일수록 노이즈 제거도 중요해진다. 아트로닉스는 시장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더 좋고 작고 싸게' 만드는 능력을 갖췄다.
 
정전기방지 기능의 노이즈 필터 PI칩···작고 빠르고 경제적
 

정전기방지 기능을 갖는 복합 노이즈 필터 칩 <그림=아트로닉스 제공>
정전기방지 기능을 갖는 복합 노이즈 필터 칩 <그림=아트로닉스 제공>
아트로닉스는 정전기방지 소자와 노이즈 필터 등 6개 소자를 합친 칩을 주력 생산한다. 칩은 가로 0.6, 세로 0.3, 두께 0.1mm 크기로 보기엔 먼지만 하다. 기존에는 6개 소자가 각 별개의 칩이었다.
 
성능은 업계 용어로 "정전용량이 0.2피코패럿 이하인데 8kV를 견디는 하이 스피트 등급"이다. 정전용량이 0.8피코패럿 이하면 USB 3.0 또는 외장하드 고속연결 eSATA용 속도다. 필터지만 부품 연결에 충분히 빠른 속도를 감당한다.
 
작고 빠른 부품이 가능한 비결은 김 대표의 아이디어로 만든 '폴리이미드(Pl) 필름 위의 칩'이기 때문이다. Pl 필름은 월등한 내열성과 내구성을 지닌 얇은 유연한 플라스틱으로, 최근 금속판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기존의 칩은 세라믹 반도체 판 위에 올렸다. 세라믹 구조 특성상 얇고 가볍게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 Pl 필름은 얼마든지 얇게 만들수 있다. 8인치 한장에서 15만개 칩이 나온다. 대량생산면에서 가격 경쟁력이 압도적이다.
 
여기에 반도체 명가 하이닉스에서 20년을 연구개발한 김 대표의 기술력으로 멤스(MEMS) 미세공정을 입혔다. Pl 필름에 미세하게 정전기방지 소자와 노이즈 필터를 심어 하나의 칩으로 만든 것.
 
김 대표는 "실리콘 기판에선 절대 나올 수 없는, 6개 소자가 하나의 칩에 담긴 새로운 융복합 부품"이라고 자신한다.

업계서 'ACMEF'라고 부르는 아트로닉스의 융복합 노이즈 필터칩은 쓰임이 다양하다. PC·노트북·스마트폰·통신장치·메모리장치 등 메인보드와 디스플레이를 연결하는 각종 제품에 들어간다.
 

 

시범용 PI 웨이퍼 한장에 새겨진 미세한 점들이 ACMEF 칩이다. <사진=윤병철 기자>
시범용 PI 웨이퍼 한장에 새겨진 미세한 점들이 ACMEF 칩이다. <사진=윤병철 기자>
 
◆ 호재 만나면 150억 연매출 가능···협력사 상생으로 아날로그 부품 선도 목표
 
칩의 판로는 밝다. 김 대표는 "중국에서 요청하기를 월 1억개 12억원 정도로, 꾸준히 이어지면 연매출 150억원"을 전망한다. 내년 본격 출시될 폴더블폰도 호재다. 고도화된 센서와 접히는 디스플레이에서 노이즈를 줄이는 부품이 더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양산은 대덕특구에 있는 협력업체를 통해 해결한다. 김 대표는 Pl 필름이나 그 밖에 공정도 실력 있는 업체라면 얼마든지 손잡을 용의를 보였다. 국내 중견기업도 포기한 성능개발을 한달만에 성공해 '파워 반도체 제조' 특허를 낼 만큼 원천기술이 있다. 대기업 임원 경험도 다양한 협력사와 구매사 사이 효율적인 소통과 사업 진행에 도움된다.
 
정전기 노이즈 복합 칩의 시제품 개발과 신뢰성 평가를 대전시와 한국탄소나노산업협회의 '실증지원사업' 을 통해 도움받았다. 네트워킹을 위한 나노지역 모임에선 단위공정 협업기업을 찾았다. 그는 협업거리가 생기는 기술설명회를 더 자주 갖길 바란다.
 
김 대표는 대전에 2006년 정착해 지역 나노산업의 변화를 지켜봤다. 그는 나노종합기술원의 첨단 장비들과 단지에 포진한 연관 기업들의 인프라를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인재와 기술 유출을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본다. 
 
그는 "나노 각 분야는 인재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직원 능력 향상과 양산 자립을 갖춰야한다"며 "반도체 후공정 공장을 만들어, 고부가가치를 낳는 범용 아날로그 부품분야의 세계적 기업이 되겠다"는 꿈을 밝혔다.
 

 

김 대표는 "아트로닉스 부품이 실증지원사업 전시장의 각종 제품에도 두루 적용대상"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아트로닉스 부품이 실증지원사업 전시장의 각종 제품에도 두루 적용대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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