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신임원장 공모 진행 중, 3월께 원장 선임 예정

이상훈 원장이 이임사에 참석한 직원들과 송별 인사를 했다. <사진=김인한 기자>
이상훈 원장이 이임사에 참석한 직원들과 송별 인사를 했다. <사진=김인한 기자>
"동료들에 대한 열정, ETRI에 대한 긍지, 끈질긴 인내로 우리가 바라는 ETRI를 만들어갑시다. 바라는 미래는 갑자기 오지 않습니다. ETRI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길 바랍니다."

이상훈 ETRI 원장은 이임식에 참여한 300여 명의 직원들에게 담담하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3년 간의 시간을 회고하며 미래를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이상훈 원장은 개방·공유·협력을 강조하며 새로운 시대에 맞는 ETRI의 역할을 제안했다. 이 원장은 "각자의 연구 분야에서 커뮤니티를 만들고, 그 결과를 적극적으로 개방하고 공유하고 협력해야 한다"며 "우군을 만들어 우리가 꿈꾸고 바라는 ETRI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개인의 일탈이 조직에 해를 끼칠 수 있다며 엄격한 직업 윤리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몇 사람의 윤리 일탈이 동료와 일터에 큰 상처를 남긴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며 "자긍심은 스스로의 엄격한 직업 윤리에서 자라난다. 여지껏 그래왔듯 ETRI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고 탁월함을 추구하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이상훈 원장은 KT 출신으로 통신망연구소장, 연구개발본부장, 사업개발부문장 등에서 보직을 수행하고 KT 사장을 역임했다. KAIST에서 초빙 교수로 강단에 섰으며 2015년 12월 14일 ETRI 원장으로 부임했다. ETRI 부임 후 이 원장은 새로운 조직 문화를 위해 힘 써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사람의 마음은 관심과 사랑을 받을 때 열리기 시작한다"며 "열린 마음으로 상대방에게 관심과 배려를 가져 긍정적인 일터를 만들어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상훈 원장은 이임사에 참석한 직원들과 악수를 나누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사진=김인한 기자>
이상훈 원장은 이임사에 참석한 직원들과 악수를 나누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사진=김인한 기자>
이임식에 참여한 한 ETRI 연구원은 "낮은 자세로 격의 없이 대화하려는 태도를 가진 분으로 ETRI에서 많은 신임을 받았다"며 "연구원에게 자율과 권한을 부여해 연구원의 자발성을 이끌어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연구원은 "조직에 자율성을 부여하면서 ETRI 내 자발적 커뮤니티가 생기고, 연구를 공유하고 협력하기 시작했다"며 "향후 부임하는 분이 잘 짜여진 지금의 틀을 잘 유지해가면 좋겠다"라고 언급했다. 

ETRI는 기관장 공모 절차를 조속히 진행해 내년 3월께 신임 원장이 부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임원장 부임전 까지 김봉태 미래전략연구소장이 원장 대행을 맡게 된다. 아래는 이상훈 원장의 이임사 전문.
 

사랑하는 ETRI 동료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3년 전에 원장으로 부임하여 여러분들과 같이 일을 시작한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오늘 이렇게 ETRI 원장으로서 동료 여러분들께 마지막 인사를 드리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먼저, 이 자리를 빌려 지난 3년 원장 재임기간 동안 성심을 다해 도와주신 동료 여러분, 그리고 주위에서 격려와 성원을 보내주시고 도움을 주신 ETRI 선·후배 동문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사랑하는 동료 여러분

떠나면서 여러분께 부탁 말씀 드리고 싶은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 대한 열정과 배려입니다. 사람이 바뀌려면 우선 마음이 열려야 합니다. 사람의 마음은 관심과 사랑을 받을 때 열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열린 마음을 통로로 하여 변화는 시작됩니다. 즉, 사람은 상대방에게 관심과 배려를 받을 때 변화됩니다. 우리 ETRI 동료 여러분들이 서로 섬기고 서로 아낌으로 새로운 변화와 긍정적으로 바뀌는 미래가 여러분들의 일터, ETRI에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동료 여러분

두 번째는 여러분 스스로와 ETRI에 대한 자긍심입니다. 자긍심이 없는 조직은 내외부의 충격에 아주 취약합니다. 그런데 자긍심은 스스로의 엄격한 직업윤리를 기반으로 자랍니다. 몇 사람의 윤리 일탈이 같이 일하는 동료들과 그 일터에 큰 상처를 남긴다는 것을 꼭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지껏 그래왔듯이 ETRI는 자랑스러운 분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기억해 두셔야 할 것은 수월성의 측면에서 ETRI는 국내의 다른 연구소와 비교되지 않습니다. 다만 스스로 이루어 놓은 과거의 업적과 비교 될 뿐입니다. 항상 스스로에 대한 자긍심과 ETRI에 대한 긍지를 바탕으로 각자의 분야에서 수월성을 지켜 나갈 때 탄탄하고 탁월한 ETRI가 된다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동료 여러분
 
세 번째는 포기하지 않는 인내입니다. 바라는 미래는 갑자기 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늘이라고 부르는 하루 하루가 쌓여 '바라는 ETRI'가 만들어집니다. 여러분들께 한가지 끈질기게 권면하고 싶은 것은 여러분들이 연구하는 각 분야에서 커뮤니티를 만들고 거기에 여러분들의 결과를 적극적으로 개방하고 공유하고 협력해야 합니다. 

그래서 각 분야에서 여러분들의 내어 놓은 결과들이 최대한 많이 쓰여야 합니다. 그래야 ETRI의 팬클럽 같은 우군이 생겨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ETRI는 끈질긴 인내심을 가지고 앞으로도 열리고 또 열리고 더 열려야합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동료 여러분

동료들에 대한 열정 (Passion)과 ETRI에 대한 긍지 (Pride)와 그리고 끈질긴 인내(Perseverance)로 더딘 발걸음이더라도 내일을 만드는 오늘을 결코 포기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어차피 회자정리(會者定離)요 거자필반(去者必返)이라 하였습니다. 만나면 헤어지고 헤어지면 또 만나는 것이 인생이라 했습니다. 결국 남는 것은 사람과의 인연이 남습니다. 저는 이제 지난 3년 동안 혹 불편한 인연이 있었다면 그것은 머릿속에 기억으로 묻고 그 밖에 모든 인연은 가슴 속에 추억으로 묻고 떠나고자 합니다.

기억은 세월이 지나면 잊혀 지지만 가슴 속에 담은 추억은 새록 새록 생각이 나니까요. 인연이 허락하여 앞으로 인생의 또 다른 모퉁이에서 여러분을 만날 때는 반갑게 추억을 이야기 하면서 소주 한 잔 하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3년 동안 여러분들의 대표였던 것은 제게 큰 영광이고 자랑이었습니다. 하지만 '같이 있는 동안 조금 더 여러분들을 섬기고 사랑 할 수 있었는데'라는 후회는 이번에도 가지고 떠나게 되네요. 오늘이 지나면 제가 ETRI를 위해 직접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믿는 하나님께 'ETRI를 영광으로 인도하시고 축복의 손길을 거두지 말아 주시옵소서'라는 기도는 달고 살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십시오. 안녕히 계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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