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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단상]미래 놓치는 문 정권의 위태로운 '과학 행보?'

출연연 기관장 이어 KAIST 총장 사퇴 압박
내편 네편 편가르기 구태 여전, 과학계 흐름 인식하며 방향 제대로 잡길
올해 초부터 시작된 과학계 난맥상이 연말까지 계속되는 상황이다.

문재인 정권은 4차 산업혁명을 과학기술정책 기조로 내세우며 과학계에 역할을 당부했다. 촛불 정부로 과학계에서도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문 정권 출범 1년 반이 지난 이즈음 과학계 현장은 그야말로 처참하게 망가졌다. 사망선고를 내려도 별반 놀라지 않을 정도다.

연구현장은 올해 2월부터 시작된 과학계 기관장 물갈이가 끊이지 않았다. 문 정권 이후 10여명의 과학계 기관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사임한 대부분의 기관장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사의 지속적인 사퇴 압력과 과도한 감사에 시달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몇몇은 버티기도 했지만 기관을 통째로 흔드는 비열한 방법에 결국 모두들 석연찮은 이유로 사임을 발표하고 말았다. 물론 과학계는 일련의 상황에 대해 누구도 의견을 피력하지 않았다. 과학계 특성을 강조하며 지속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 하나 안나왔다.

연구 현장도 뒤숭숭했다. 새로운 연구인력 TO와 예산없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압박으로 기관의 숨통을 조였다. 기관 종사자들은 새로운 연구를 기획하는 대신 당장 현안 고민에 한숨만 깊어졌다. 연구환경 개선을 위한 PBS(과제중심제도) 개선안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현장 의견을 듣는다던 과기부 관료는 정부측에서 듣고 싶었던 이야기만 골라 현장 의견인양 보고서에 적었다.

더욱 과학계 현장을 참담하게 한것은 겉으로는 과학에 기반한 4차 산업혁명을 외쳤지만 대통령은 과학계 현장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국가연구기관이 밀집된 대덕연구단지를 유일하게 찾지 않고 있다. 현장을 모르니 문 정권의 과학계 정책 전반의 실패는 어쩌면 자명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문 정권의 과학계 무시는 국내 이공계 연구중심대학의 중추인 KAIST까지 넘봤다. 과학계를 비웃기라도 하듯 KAIST 총장에게 직무정지 권고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서슴지 않았다. 전 정권에서 임명된 신성철 총장에게도 여느 연구기관장처럼 압박을 가했다. 검찰 조사가 마무리 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직무정지 권고안을 KAIST 이사장에게 보내며 사퇴를 종용했다.

신 총장이 기존의 과학계 기관장과 달리 기자회견을 통해 목소리를 냈다. 미국 로렌스 버클리대학교 물리학연구소(LBNL)에서 적법한 절차였다는 사실을 밝혀왔다. 국제 저널 네이처는 과기부의 성급함과 한국 정권의 인사행태를 지적했다. 과기부는 궁색한 변명을 했다. 국내법 위반이라고. 그동안 쌓아온 한국 과학계의 국제적 명성에 끼친 망신과 위상 추락은 누가 책임질 것인지 묻고 싶다.

KAIST 교수진과 사단법인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이 과기부의 행태를 지적하는 성명서를 냈고 14일 KAIST 이사회는 신성철 총장과 과학계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신 총장과 과학계에서 목소리를 내면서 문 정권의 과학계 코드인사에 잠시 제동이 걸렸을 뿐이다. 이번에는 KAIST 이사회에서 결정을 유보했지만 다음 이사회에서 안건으로 심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14일 과기부 차관 인사도 났다. 캠코더 인사로 불렸던 문미옥 대통령 비서실 과학기술보좌관이 과기부 1차관에 임명됐다. 보좌관에 임명된 후 과학계 현장에서는 거의 그를 볼 수 없었던 게 사실이다.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낙마한 인사를 추천한 장본인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때문에 그는 과학계 인사 참사의 원인으로도 지목된다.

연구 현장에서는 이번 인사에 우려가 크다. 과학계 목소리를 외면한 채 정권 코드에 맞는 과학 정책으로 현장을 더욱 곤란에 빠뜨릴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연구 현장에서는 그의 행보를 주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 이상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자칫 과학계가 사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 영국, 중국 등 열강들은 새로운 미래 동력을 위해 AI와 우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14일 英 버진 갤럭틱의 스페이스쉽2가 민간 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우주 공간 진입에 성공했다는 뉴스가 대표적이다. 이 성공으로 유료 우주여행의 가능성은 한결 높아졌다.

우리를 앞선 나라들은 이처럼 미래를 보고 나아가는데 우리는 조선시대 당파 싸움 하듯이 여전히 내편, 네편 편가르기로 후퇴하는 형국이다. 21세기에 구태 행보는 누구에게도 도움되지 않는다.

같은 날 14일은 32년전 에너지 독립과 과학기술 자립을 위해 44명의 결사대가 태평양을 건넌 날이다. 그들은 태평양에 빠져 죽겠다는 각오로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미국 작은 도시 윈저로 출발했다. 그들의 열정과 치열한 노력이 있었기에 한국은 원전 기술 최고 수준에 오르며 기술 원조국에서 수출국이 됐다.

과학은 지식과 기술이 축적되며 새로운 발견과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의미 깊은 14일에 과학계에 누를 끼친 인사의 차관 발령이 과연 바람직했는지 의문이 든다. 무엇보다 미래를 봐야할 과기분야에 미래가 안보인다. 다른 분야는 적폐 청산에 몰두하더라도 미래 먹거리와 국방의 중요 토대인 과학에서는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 그런데 미래가 안보인다. 문 정권 1년반 동안 무엇을 했는지, 앞으로 어떤 비전을 갖고 있는지 연구현장에서는 깜깜하다. 앞으로 그가, 또 그를 중용한 문 정권에서 이런 과학계 흐름을 깊이 인식하며 제대로 방향을 잡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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