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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진료 사흘 연구···의학지식 생산자 '의사과학자'

[과학청년, 부탁해 ㊻] 이현승 충남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의대 졸업 후 KAIST 의과학대학원 박사과정서 기초연구
진료하고 연구하는···미토콘드리아 대사질환에 대한 역할 규명 목표
일주일에 이틀은 환자를 진료하고 삼일은 연구실에서 연구에 몰두한다. 교수실이 있지만 연구실 생활을 더 많이 한다는 이 교수. <사진=박은희 기자>일주일에 이틀은 환자를 진료하고 삼일은 연구실에서 연구에 몰두한다. 교수실이 있지만 연구실 생활을 더 많이 한다는 이 교수. <사진=박은희 기자>

일주일에 이틀은 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한다. 삼일은 실험실에서 임상적 특징을 연구하고 해결책을 고민한다. 틈틈이 학생도 지도한다. 주말은 두 아이의 아빠로 산다. '의사과학자'. 환자 치료와 병행해 과학자처럼 연구하는 의사다. 바쁜 날의 연속이지만 모두가 즐겁기에 가능하다는 이현승 충남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의사와 과학자. 한 가지도 힘든 분야인데 둘 다 가능한 이유가 어릴 때부터 선망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니 손사래부터 친다. 중·고등학교 때 과학 시험을 못 봐도, 관심이 전혀 없었다고 해도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단다.

"학창시절 과학과 멀었던 건 제 이야기입니다. 과학에 대한 관심이면 충분하지 싶어요. 좋은 선생님 혹은 좋은 환경을 만나면 뒤늦게 과학에 대한 동기부여가 폭발할 수 있어요. 특히 생명과학이나 의과학은 더 그렇죠. 물리학이나 수학처럼 천재적인 두뇌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새로운 가설을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은 조금 필요합니다."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던 이 교수는 돈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는 의대를 찾아 진학했다. 그는 "학창시절 꿈이 과학자나 의사는 아니었다. 성적이 잘 나오면 의대를 가야지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며 "장학금 주는 대학을 찾았고, 다행히도 6년 동안 학비 걱정은 안 하고 다녔다"고 말했다. 

인턴을 끝내고 전공을 선택하며 고민에 빠졌다. 피부과, 안과 등 소위 인기학과는 성적이 좋아야 했지만, 적성에도 맞지 않았다. 그래도 의사라면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에 관여해야 할 것 같아 메스를 잡지는 않지만 내과를 선택했다. 하지만 석사를 마치고 또다시 고민에 휩싸였다. 전문의 수련을 하며 박사를 할지, 의사 가운을 벗고 연구에 전념할지 갈림길에 섰다. 

◆ 의사과학자 길 가다 

젊은 과학에 대한 질문에 소신있는 답변을 내놨다. "본래 대전은 국가 과학의 중심이었는데 최근 모든 분야에서 수도권 집중현상이 심해져 과학도시로서의 대전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저는 대전이 미국의 실리콘밸리처럼 국가의 첨단과학을 선도하고 혁신기업이 많이 자생하는 도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국가에서 대전이라는 과학도시가 만들어진 배경이 바로 이것 아닐까요?" <사진=박은희 기자>젊은 과학에 대한 질문에 소신있는 답변을 내놨다. "본래 대전은 국가 과학의 중심이었는데 최근 모든 분야에서 수도권 집중현상이 심해져 과학도시로서의 대전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저는 대전이 미국의 실리콘밸리처럼 국가의 첨단과학을 선도하고 혁신기업이 많이 자생하는 도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국가에서 대전이라는 과학도시가 만들어진 배경이 바로 이것 아닐까요?" <사진=박은희 기자>

"석사 시기 이시훈 지도교수님은 그 당시 흔치 않은 의사과학자이셨어요. 동경대와 미국국립보건원 유학을 하고 국내에 들어오셨는데 제가 그분의 첫 번째 제자가 됐어요. 의사과학자 된 계기이기도 하죠."

석사 시절 칼슘 대사와 부갑상선 호르몬에 대해 공부한 이 교수는 유전자 돌연변이가 인체에서 질환을 일으키는 것을 희귀질환 환자를 통해 알게 됐다. 

그는 "저-칼슘 증상을 보이는 환자는 부갑상선 호르몬이 작용을 하지 않거나 호르몬이 없는 경우다. 환자 혈액에서 유전자 변이검사를 진행했다. 지금은 기술이 발달해 쉽게 하지만 당시엔 일일이 실험해 밝혀야 했다"며 "특정 변이를 발견하고 그 변이가 질병을 유발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질병 원인을 밝히는 과정부터 해결하는 치료 물질을 찾는 일까지도 재미를 느낀 그는 잠시 의사 가운을 벗기로 결정했다. 

KAIST 의과학대학원 간질환연구실로 거처를 옮긴 그는 간섬유화의 발생 기전을 규명하고 해결 타깃을 발굴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전일제 대학원 교육을 받는 의사과학자가 된 것. 경제적으로 어렵고 보장되지 않는 진로를 생각하면 쉽게 내릴 수 있는 결정은 아니었다.

"예전에 비하면 지금은 학생처우가 많이 좋아졌죠.(웃음) 학비랑 생활비는 어찌 해결할 수 있었지만 가장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못했으니 미안했어요. 아내에게 군대는 가야하니 전문연구요원으로 군 생활을 대신하겠다고 설득했어요. 2년 동안 떨어져 있다 아내도 대전으로 오면서 함께 살게 됐죠."

박사 과정 연구 대상은 간섬유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진 간성상세포(hepatic stellate cell)와 활성화된 간성상세포를 억제하는 기능을 보유한 NK(natural killer) 세포였다. 이들 세포에서 레티놀(retinol) 대사가 간섬유화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간 주변에는 면역세포가 있어요. 이 세포가 간성상세포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간섬유화가 호전되기도 심해지기도 하죠. 그 원인과 해결책을 찾는 연구였어요."

4년간의 연구는 성과로 이어졌다. 국제 의학저널 '해파톨로지(Hepatology)'에 논문을 발표했고, 2014년에는 세포 생물학회로부터 젊은 연구자상을 받았다. 졸업할 때에는 KAIST에서 우수논문상을 수상했다.  

"사실 석사에서 내분비 대사 특히 칼슘 및 골다공증 대사에 관련한 연구를 했어요. 그런데 박사과정은 간에 관련된 연구였죠. 간은 내가 해보지 않은 것인데 잘 할 수 있을까? 내분비 대사 관련 다른 프로젝트를 다시 해볼까 등 답답함과 불안해했었어요. 하지만 연구를 할수록 다양한 공부를 할 수 있었고 간도 중요한 내분비 대사 기능을 갖는 장기임을 알 수 있게 됐죠. 연구에 대한 관용 혹은 포용하는 자세를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셈이죠."

4년 동안 기초연구자로 매진한 그는 현재 충남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로 살고 있다. 환자 진료와 연구를 병행한다. "진료를 하면서 연구도 할 수 있어 좋아요. 진단기술은 빠르게 발전하는데 신약 개발 등 치료제 개발 속도는 느리죠. 과학을 통해 암, 대사질환 등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누군가는 기초 연구를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미토콘드리아의 기능변화가 대사질환을 어떻게 유도하는지에 대해 연구해요."

◆ 기회를 열어 준 스승···"사람이 하는 일, 사람을 만나야" 

의사과학자인 이 교수에게 충남대 병원은 일터이자 연구실이 함께 있는 곳이다. <사진=박은희 기자>의사과학자인 이 교수에게 충남대 병원은 일터이자 연구실이 함께 있는 곳이다. <사진=박은희 기자>

"결국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라며 조언이 필요하거나 공동 연구를 하거나···, 항상 좋은 분들을 소개해 주시고 만날 기회를 제공해 주셨어요."

이시훈 가천대 길병원 내분비내관·유전체의과학과 교수, 정원일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 송민호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그를 의사과학자로 이끌어 준 스승이다. 

이 교수는 "이시훈 교수님은 동경대와 미국국립보건원을 유학하셨다. 아무것도 모르는 제게 의학연구가 무엇인지 알려주시고 대가를만나게 해 주는 등 의사과학자가 되는 첫걸음을 인도해 주셨다"며 "정원일 교수님은 입에 쓴맛이 나도록 일해 주머니에 항상 사탕이 있다고 말하실 정도였다. 항상 더 열심히 일하라고 하셨고 졸업 후에도 제자의 학문적 발전을 위해 조언을 아끼지 않으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송민호 교수님은 의사과학자 1세대로 의사이면서 과학을 제대로 하시는 분"이라며 "과학자 중심인 학회에서도 중책을 맞고 계시다. 저뿐만 아니라 내분비대사 내과 의사의 롤모델"이라고 밝혔다. 

스승의 덕(?)을 많이 본 이 교수는 후배에 대해서도 애틋하다. 의대생에게 하는 말이 있다는 그는 "의사에는 세 가지가 있다. 의학적 지식을 소비하는 사람, 전달하는 사람, 생산하는 사람이다. 소비하는 사람은 환자고, 전달하는 사람은 처방이나 치료하는 의사다. 생산하는 사람은 기초의학을 접목해 병의 원인과 치료법을 찾는 사람이 아닐까 한다"며 "셋 중 어느 것이 나쁘고 좋은 것은 없다. 자기한테 좋은 것을 하면 된다"고 조언한다. 

의사로 과학자로 보람을 느끼는 경우가 많지만, 기초의학에 대한 관심이 줄고 있어 걱정도 크다. "작게는 논문 게재 승인이나 연구비 수주를 받았을 때, 크게는 내가 한 연구를 통해 산업, 경제적 파급효과를 경험하거나 환자의 회복에 직접적인 도움이 됐을 때 보람을 느끼죠. 하지만 연구자로서 아직 재정적부분이나 과학적 역량 등이 부족하기 때문에 함께 일하고 공부할 학생 혹은 연구원 선발이 어려울 때는 힘들다는 생각을 해요."

의사와 과학자로 목표는 무엇일까. 이 교수는 "단기목표는 연구자로서 파급력 있는 저널에 논문을 내야 한다. 또 한국연구재단 신진연구자로 두 번째 진행 중인데, 이후 중견연구로 선정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장기목표는 대사성 간질환과 골질환을 연구를 지속할 것이다. 송민호 교수님이 충남대 내분비대사-내과를 미트콘드리아 연구실로 키워놓으셨다. 맥을 이어 갈 수 있도록 미토콘드리아 대사질환에 대한 역할을 규명하고자 한다. 언젠가는 따라가는 사람이 아닌 새로운 분야의 선구자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지난 3일에는 당뇨병·대사성 간질환 병인규명 중개연구 수행을 통해 보건의료기술 유공자 정부포상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받았다.(왼쪽) 2015년 겨울 대둔산에서 아이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다. 이 교수는 항상 옆에서 든든한 지원군을 해주는 부인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들이 있어 행복하다고 말한다. <사진=이현승 교수 제공>지난 3일에는 당뇨병·대사성 간질환 병인규명 중개연구 수행을 통해 보건의료기술 유공자 정부포상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받았다.(왼쪽) 2015년 겨울 대둔산에서 아이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다. 이 교수는 항상 옆에서 든든한 지원군을 해주는 부인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들이 있어 행복하다고 말한다. <사진=이현승 교수 제공>

◆ 이현승 교수는?

2006년 가천대학교 의과학 학사, 2011년 동대학 대학원에서 내과학 석사를 했다. 2015년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간질환연구실에서 이학박사를 마쳤다. 2015~2016년 충남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전임의, 2017년 진료교수, 현재는 기금조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전문진료분야는 내분비대사질환, 갑상선 및 갑상선 초음파, 골다공증, 당뇨병 및 대사증후군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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