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가 뽑은 올해 '바이오' 성과는? 'AI 유전자가위 등'

브릭, 의생명과학 종사자 1295명 대상 온라인 투표 실시
생명과학·바이오융합·의과학·일반뉴스·올해키워드 각 5건 발표
브릭은 의생명과학 종사자 1295명 대상 온라인 투표 실시, 올해 국내 바이오 분야 성과와 뉴스를 발표했다.<사진=이미지 투데이 제공>브릭은 의생명과학 종사자 1295명 대상 온라인 투표 실시, 올해 국내 바이오 분야 성과와 뉴스를 발표했다.<사진=이미지 투데이 제공>

'AI 유전자가위, 미생물로 PET병 분해, 스스로 광합성하는 인공세포 제작' 등. 의생명과학 연구자들이 선정한 올해 바이오 성과·뉴스 가운데 일부다. 

브릭(POSTECH 생물학연구정보센터)은 의생명과학 관련 연구자들이 선정한 '2018년도 국내 5대 바이오 성과·뉴스'를 17일 발표했다.

이번 설문은 이달 3일부터 7일까지 의생명과학 종사자 1295명이 온라인으로 참여했다. 그결과 국내 바이오 분야 ▲생명과학 5건 ▲바이오융합 5건 ▲의과학 5건 ▲일반뉴스 5건 ▲키워드 5건 등이 선정됐다.

◆ 생명과학부문 연구성과 Top5

연구자가 선정한 생명과학부문 연구성과 가운데 하나는 뇌에서 기억이 저장되는 장소 규명(강봉균 서울대)이다. 연구팀은 한 신경세포 수천 개의 시냅스들을 종류별로 구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활용해 기억의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고 알려진 뇌 부위인 해마를 연구했다. 그결과 수많은 시냅스 중에서도 학습에 의해 구조적·기능적으로 변화가 있는 '기억저장 시냅스'를 명확히 찾아냈다.

아데닌 염기교정 가위로 돌연변이 염기 교정(김진수 IBS) 기술도 선정됐다. 연구팀은 아데닌 염기교정 유전자가위를 이용해 생쥐의 DNA 중 원하는 염기 하나만을 바꿨다.

동물 개체에 아데닌 염기교정 가위를 적용한 첫 사례다. 또 특정 유전자에 변이가 있는 돌연변이 생쥐의 성체에 염기교정 가위를 적용해 정상 유전자로 되돌리는데 성공하고 난치성 유전질환 치료 가능성을 입증했다.

식물의 꽃잎이 떨어지는 원리를 밝힌 기술(이유리 IBS, 곽준명 DGIST)도 선정됐다. 식물이 발달과 노화 과정 중 리그닌(Lignin)이 이탈세포에서 형성돼 꽃잎이나 나뭇잎이 떨어져야 할 정확한 위치에서 잎을 떨어뜨리고, 리그닌의 이러한 역할은 식물의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유전자 조절의 실마리, RNA 보호하는 혼합 꼬리 발견(김빛내리 IBS) 기술도 리스트에 올랐다. 전령RNA의 긴 아데닌 꼬리 부위에 아데닌 이외의 염기가 혼합된 '혼합 꼬리'가 존재함을 발견하고 이들 혼합 꼬리가 전령RNA의 분해를 막아 보호함으로써 유전자의 활성을 높이는데 기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원핵생물-진핵생물 진화 비밀 규명(이철주 KIST, 황철상POSTECH) 기술도 뽑혔다. 연구팀은 두 생물의 단백질 생성과정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데 성공했다.

미토콘드리아가 포밀메티오닌 형태로 단백질을 생성하는 것은 에너지 절약을 위해 원핵생물을 흉내 내면서 생겨난 형태라고 결론짓고, 미토콘드리아는 원핵생물이 진핵생물에 기생하다가 같은 생물로 합쳐진 '공진화'의 결과였다는 기존 학계의 주류학설과 일부 상반되는 결과여서 과학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바이오융합부문 연구성과 Top5

바이오융합부문에는 미생물로 PET병 만들고 분해(이상엽 KAIST)하는 기술이 선정됐다. 친환경 바이오매스를 활용해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기술과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기술을 각각 개발했다.

체액 한 방울로 질병을 진단하는 기술(서정목 KIST, 이태윤 연세대)도 관심을 끌었다. 연구팀은 혈액이나 단백질이 묻지 않는 기능성 표면을 구현하고 그 위에서 혈액을 비롯한 눈물, 땀, 소변 등의 체액을 물방울 형태로 이동시키거나 수십 마이크로리터 단위로 분배하는 바이오센서 기술을 개발했다.

AI 유전자가위 효율예측 기술(윤성로 서울대, 김형범 연세대)도 주목받았다. 연구팀은 유전자가위 효율을 예측하는 AI를 구축했다. 대량의 유전자가위의 효율을 측정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딥러닝 모델을 적용했다.

표적 부위의 염기서열뿐만 아니라 유전자가위가 표적 부위에 구조적으로 잘 접근할 수 있는 지까지 고려해 유전자가위의 효율 예측 정확도를 더욱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다.

스스로 광합성하는 인공세포 제작(정광환 서강대, 안태규 성균관대, 신관우 서강대) 기술도 선정됐다. 식물에서 광합성 단백질과 박테리아에서 광전환 단백질을 추출한 후 세포와 유사한 형태로 재조합해 인공세포를 제작했다. 개발된 세포는 빛을 사용해 스스로 생체에너지를 생산하며 세포의 움직임과 형태를 구성하는 세포골격을 합성한다. 또 빛에 반응해 스스로 움직임을 보였다.

생물처럼 움직이는 로봇 토대 마련(이태우 서울대) 기술도 조명됐다. 생물체 촉각 신경계를 분석하고 촉각 수용체, 뉴런, 시냅스에 해당되는 소자를 플렉서블 기판 위에 만들었다. 연구팀은 이후 각 소자를 어떻게 연결해 인공 시스템을 구현할지 연구를 진행했다.

그결과 실제로 생물체 내에서 일어나는 감각, 인지, 운동 기능을 모두 연결해 생체 신경을 모사하는 유기 소자를 이용해 생체 신경 모사 시스템을 개발했다.

◆ 의과학부문 연구성과 Top5

의과학부문 연구성과에는 바이러스 간염 악화시키는 '조절 T세포' 원리 규명(박준용 연세대, 신의철 KAIST) 성과가 관심을 받았다. 바이러스성 간염 환자에게서 조절 T세포가 염증성 변화를 일으켜 TNF라는 염증성 사이토카인 물질을 분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발견했다. 또 이 TNF를 분비하는 조절 T세포가 바이러스성 간염을 악화시킨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난치성 폐암 항암물질 171개 찾아낸(김현석 연세대) 연구팀도 주목받았다. 전체 100가지 종류의 다양한 폐암 세포주를 대상으로 20만종 이상의 소분자물질 스크리닝 데이터와 유전체 빅데이터를 통합 분석했다. 그결과 항암 효능을 갖는 171개의 표적 치료 후보물질과 동반진단법을 동시에 발굴했다.

암세포만 잡아먹는 '면역세포' 활성화 치료(박승윤 KIST, 김인산 KIST) 기술도 선정됐다. 식세포 내부의 암 전이를 촉진시키는 'ROCK(Rho kinase)' 신호를 억제할 수 있는 억제제를 사용하면 식세포의 암세포 탐식 능력이 항진된다는 것을 증명했다. 또 식세포 활성이 중요한 항암 면역 세포를 활성화시켜 암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난치성 뇌전증 동반한 '소아 뇌종양'의 실체를 드러낸(이정호 KAIST) 연구팀도 뽑혔다. 연구팀은 소아 뇌종양 환자의 뇌 조직과 동물 모델의 분자 유전학적 분석을 통해 태아의 뇌 발달과정 중 신경줄기세포에 '비라프 (BRAF V600E)'라는 돌연변이가 발생하면서 난치성 뇌전증이 동반된 소아 뇌종양이 발생하는 것을 규명했다.

암 환자 맞춤 표적치료법(이지연·남도현 성균관대) 기술도 리스트에 올랐다. 총 14종의 암종에서 462건의 종양 스페로이드를 수집해 각 스페로이드마다 60종의 표적항암제 반응성을 살펴 그 상관관계를 규명하고, 신규 분자표적과 병용치료 전략을 제시했다.

이뿐만 아니라 '일반뉴스 Top5' 부문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증선위 고의 분식회계로 결론 ▲제약·바이오 대형 기술수출 전성시대 총 4조 9천억 규모 ▲시간강사 처우개선법 시행 앞두고, 비전임 교수 줄이기 나선 대학들 ▲헬스케어산업 자칫하면 불법, 규제에 막힌 韓헬스케어 ▲바이오 투자, 올해 사상 첫 1조 돌파 예상 등이 선정됐다.

올해의 '국내 바이오뉴스 키워드'를 묻는 질문에서는 ▲발암물질검출 ▲유사학회 ▲미세플라스틱 ▲교수갑질 ▲면역항암제 등의 답변이 많았다.

한편 이번 조사는 써모피셔 사이언티픽 솔루션스 유한회사와 아베스코주식회사의 후원을 받아 5일간 브릭 홈페이지를 통해 진행됐다. 브릭은 지난 2003년부터 매년 의생명과학 관련 연구자들이 참여한 설문조사를 통해 '국내 바이오 10대 뉴스'를 선정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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