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에프 테크놀로지, 소총과 대전차화기 저격훈련 VR 콘텐츠 '최고를 노려라'
게임 허구성 절제···실전용 군부대 실탄사격장 노하우 가상현실로 이식

저 멀리 능선에서 적군이 눈에 띈다. 오래전 군 시절 감각을 살려 개머리판에 뺨을 댄다.
 
조준 모드로 바뀌면서 눈앞에 생긴 십자 구경, 그리고 그 안에 들어온 적군. 북서쪽에서 초속 12m로 부는 바람이 분다.
 
구경 안에 들어온 적군이 나를 쏠 자세를 취한다. 그 순간, 컨트롤러의 방아쇠를 당긴다. "빵!" 적군이 앞으로 꼬꾸라진다. 명중이다.
 
다음은 전차다. 사방을 둘러보는 사이 나타난 전차에 공격 당했다. 사방이 붉은 것이 사망 신호다.
 
지에프 테크놀로지(대표 최광현)가 개발 중인 소총과 대전차화기 저격훈련 VR 콘텐츠 '최고를 노려라' 데모를 체험했다. 시중 현란한 설정과 그래픽의 전투 게임보다는 차분하고 단순하다. 그러나 사격 자세를 잡고 풍향을 느끼면서 격발하는 순간, 저격수가 된다.
 
화려한 오락 아닌 실전용 4D 저격 가상훈련 훈련···뺨 대면 저격 모드
 
권총에서 핵무기, 격투부터 전쟁까지 1인칭 시점에서 즐기는 전투 게임은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전 세계 수백만의 사람이 동시접속으로 전투 게임을 즐기며 가상에서 생사를 거듭한다.
 
"저도 전투 게임 마니아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개발하는 건 게임이 아니죠. 엄연히 전투를 위한 저격 훈련입니다."
 
김수본 지에프테크놀로지 선임연구원이 설명했다. 민간 게임은 오락을 위해 화려한 연출이 들어간다. 훈련용은 그런 것이 없다. 오직 저격과 사격에만 집중한다.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를 쓰면 VR로 산야가 펼쳐진다. 손에는 총기를 닮은 콘트롤러를 들고 있다가 개머리판에 뺨을 대면 사방이 어두워지며 조준경이 생긴다. 먼 피사체를 망원경으로 당겨 본다. 총포의 조준점과 탄착점이 일치시키는 영점 조준을 직접 할 수 있다.
 
화면 양편에는 풍향·풍속계가 있다. 실제 훈련장 사방에 송풍기를 놓아 실제 바람을 만들 수 있고 화면에 나타나는 풍속·풍향을 같게 제어한다. 저격수에게 바람은 거리와 비례하는 저항요소다.
 
콘텐츠는 물리학과 탄도학, 유체역학 등이 동원된다. 김 연구원은 "VR 게임을 만들 때 쓰는 엔진도 일부 쓰지만, 신뢰성 때문에 직접 알고리즘을 만들고 논산 훈련소에 자주 가 실증을 한다"고 말한다.
 
그는 "개발하는 과정에서 조준 기능보다 자세가 더 중요한 걸 알게 된다"며 "앞으로 이동과 전신 슈트 기능이 더해진다면 저격 훈련에 더할 나위 없다"고 기대했다.

모의총기 컨트롤러에 뺨을 대면 시야가 저격 모드로 바뀐다. <그림=지에프 테크놀로지 제공>
모의총기 컨트롤러에 뺨을 대면 시야가 저격 모드로 바뀐다. <그림=지에프 테크놀로지 제공>
 
군대 실탄사격장 설치 업력과 노하우를 사이버 전장에 이식
 
"우리는 군이 원하는 요건을 잘 압니다. 최대한 훈련에 가깝게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경험이 있죠."
 
지에프테크놀로지는 10년간 소총부터 대포까지 50여곳의 군대 실탄 사격장을 설치해 온 업력이 있다. 토목 공사부터 전기통신, 소프트웨어까지 사격장을 위해 필요한 장비와 기술을 갖춰왔다.
 
화약 연기 흙먼지 날리는 야전에서 부대용 스크린 사격장으로의 확장도 무리 없었다. 직접 실탄을 쏴도 되는 고무 스크린도 만들었다. 지금은 공간에 상관없이 다양한 훈련을 제공할 수 있는 4D VR 사격장으로 사업을 진화한다.
 
콘텐츠는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의 '지역 VR·AR 제작지원센터 구축사업'의 지원으로 개발한다.
 
최광현 대표는 "우리는 아이템마다 개발하며 진화해 왔다. 연구개발비를 안 아낀다"며 "이미 몇 곳의 군부대에 납품 계약을 맺었다"고 말했다. 

진흥원으로부터 받는 사업지원은 사무 공간과 테스트 장비도 있다. '게임테스트베드'에서 콘텐츠 유효성을 시험하고, 진흥원과 이웃 VR 업체와도 정보를 주고받는다.
 
대전의 지리적 이점도 크다. 전국 군부대로 비슷한 시간대에 갈 수 있는 교통 이점과 ETRI와 국방과학연구소 등 과학기술 협력성도 뛰어나다. 전자표적기를 만들 때 음파감지소자는 2013년 ETRI에서 도움받았다.
 
지에프 테크놀로지의 온·오프라인 사격 솔루션은 해외진출 가능성도 높다. 몽골과 중동 오만으로 수출계약을 맺었다. 특히 중동지역은 사설부대가 천억원대의 수입을 할 만큼 국방시장이 크다.
 
최 대표는 "그동안 다져온 풍부한 기술과 자원 역량을 군부대 요건에 맞게 개량해, 해외서도 군 사업을 선도하는 훈련용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Aim The Best!" 최 대표는 모의총기 컨트롤러로 저격 자세를 취했다. <사진=윤병철 기자>
"Aim The Best!" 최 대표는 모의총기 컨트롤러로 저격 자세를 취했다. <사진=윤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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