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아이캡틴, 인공지능 기반 선박 대피 솔루션 연구·개발
매년 해양사고 지속적 발생···"안전 투자 강화해야"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국. 해상 영토는 우리의 수출 길을 열어주고, 해외로 뻗어 나가는 데 중요한 창구가 됐다. 하지만 매년 해상에서 크고 작은 해양사고가 발생한다는 이면도 존재한다. 선박 충돌이나 조난 사고 등이 발생하는 것이다. 국가지표체계 발표 자료에 의하면 지난 2015년 이래 매년 2000건 이상의 해양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과학기술로 해양 사고 피해를 최소화하고, 안전한 국가를 만드는 데 일조하겠다며 당찬 도전장을 내민 기업이 있다. 

KAIST 박사과정 학생들이 중심이 된 스타트업 아이캡틴(대표 김현철). 인공 지능 접목 선박 대피솔루션을 제공한다.

독자적으로 개발한 솔루션에 인공지능을 접목해 선박대피솔루션과 능동대피경로를 지시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사전에는 ​재난 구조 훈련이나 구조 설계에 활용하고, 재난 시 대피로 안내로 선박 사고 시 생존율을 35% 증가시키고, 대피시간은 45%로 절감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아이캡틴을 이끌고 있는 연구진.(왼쪽부터)김임규 KAIST 기계공학 박사과정, 유화롱 KAIST 기계공학 박사과정, 김현철 대표, 백승환 KAIST 전자·전기 박사과정.<사진=강민구 기자>
아이캡틴을 이끌고 있는 연구진.(왼쪽부터)김임규 KAIST 기계공학 박사과정, 유화롱 KAIST 기계공학 박사과정, 김현철 대표, 백승환 KAIST 전자·전기 박사과정.<사진=강민구 기자>
◆과학으로 재난 해결···소방서, 규제기관 등 현장도 찾아

"세월호 참사를 보며 충격을 받았습니다. 국가적 재난인데도 불구하고, 정치적 이용과 보상에만 초점이 맞춰져 안타까웠죠. 공학도로서 배운 지식을 활용해 앞으로 발생할 재난을 예방·방지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캡틴은 KAIST 대학원에서 기계공학, 전자·전기공학을 전공한 공학도로 4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지난 '세월호 참사'를 보며 책임감을 느꼈다. 대학원에서 각자의 영역에서 연구 역량을 확보하면서 이를 사회에 활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매년 선박사고가 끊이지 않고 인명피해를 초래한다는 것도 중요한 창업 배경으로 작용했다. 선박사고가 다양한 형태로 발생하고, 외부 변수가 많았는데 이에 대응할 메뉴얼이나 대응체계가 부족해 실효성 있는 체계 확립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연도별 해양사고 발생 현황.<자료=국가지표체계>
연도별 해양사고 발생 현황.<자료=국가지표체계>
김현철 아이캡틴 대표는 "선박대피 매뉴얼이 '배가 기울면 높은 곳으로 올라가라'고 되어 있고,
가천대 초고층방재융합연구소가 제시한 법정 자료도 시대에 뒤떨어져 대응체계에 실효성이 없다는 데 문제의식을 느꼈다"면서 "학업으로 대피 시뮬레이션·가시화 과정을 계속 배우면서 이를 활용해 실질적 국가 재난 안전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창업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 창업한 스타트업의 목적과 취지에 공감해 박사과정 학생들이 합류했다. KAIST 창업원을 비롯한 기관 지원과 함께 한순흥 교수의 자문도 큰 도움이 됐다.

선박대피 솔루션 개발 과정에서는 소방서, 시뮬레이터, 관련 기관도 찾았다. 김 대표는 "팀원들과 소방서를 찾아 실제 솔루션이 필요한지 의견을 들었다"면서 "실제 소방서 훈련에 과학적 체계를 확립하면 화재 시나 진압과정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두 손을 꼬옥 잡아준 소방관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주변에서 관심과 기대를 받았지만 기업 경영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수익이 필요해 한때 영화관, 아파트, 빌딩에 접목할 방안도 찾아야 했다. 또 KAIST 창의학습관 강당 대피 시뮬레이션처럼 목표와는 거리가 있는 용역과제도 수행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과정을 거쳐 개발하고 있는 솔루션을 갖고 한국선급에서 세미나도 했다. 김 대표는 "한국 선급 세미나서 좋은 코멘트도 들었다"면서 "국내 굴지 IT 회사, 보안회사 등과 연이어 미팅하고, 해경을 만나면서 다양한 현장 의견을 청취했다"고 강조했다. 

아이캡틴 연구진은 온라인으로 주로 대화하고, 오프라인으로도 종종 미팅 시간을 갖는다.<사진=강민구 기자>
아이캡틴 연구진은 온라인으로 주로 대화하고, 오프라인으로도 종종 미팅 시간을 갖는다.<사진=강민구 기자>
◆인공지능도 적용···안전에 관한 관심과 투자 필요 

아이캡틴 연구진에 의하면 전 세계적으로 65개 정도의 재해재난 시뮬레이터가 연구·개발되고 있다. PathFInder, FDS+EVAC이 대표적이다.

연구진은 자체 연구·개발하고 있는 시뮬레이터가 해외 선진국 시뮬레이터 이상의 효과와 성능을 가졌다고 자신했다. 기존 대피 시뮬레이션에서 제공하지 못했던 보행속도, 위험인지 경로 변경 등 인간 특성과 선박 기울기 효과, 화재해석 등을 반영했다는 이유에서다.

향후 국내 기관, 기업 비롯해 태국, 방글라데시 등 해외 시장 진출 가능성도 열려있다. 최근에는 뉴럴넷을 비롯해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해 다양한 재난 상황을 학습해 생존율을 최대화하기 위한 대피 경로 학습 연구도 접목하고 있다.  

연구진은 카메라, 센서 등을 설치해 위치정보와 외부상황인지, 사람 특성 인지로 최적 솔루션도 제공할 계획이다. 가령 연령, 성별, 주변 장애물을 파악하고, 벽에 방향 지시등으로 최적 경로를 안내해 대피를 도울 수 있다.

인공지능 분야를 책임지고 있는 백승환씨는 "뉴럴넷을 기반으로 재난 상황 시 최적 경로를 파악해 생존율이 높은 경로를 안내할 수 있으며, 이를 토대로 메뉴얼 제작과 안전 경로 탐색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솔루션과 함께 국가적 안전의식 향상과 해양 안전 관련 법 강화도 함께 이뤄질 필요성도 있다. 국제해사기구(IMO)에서는 선박 관련 안전 사항을 권고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소방방재법이 관련되어 있다. 안전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소방방재법을 비롯한 법률 개정도 필요한 상황이다. 

김 대표는 앞으로 안전 사회 구축을 위한 투자와 관심도 당부했다. 국가적 위상이 올라가는 만큼 안전에도 투자해서 '제2의 세월호'와 같은 국가적 재난·재해를 예방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전 관련 연구·개발이 주목받기 어렵고, 수익성이 큰 분야는 아니지만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있어야 합니다. 국민을 위해 재난을 대비하고, 안전 사회를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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