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박용기/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초빙연구원

겨울 나무 -1 자신은 벗고 있어도 새들의 포근한 둥지는 꼭 붙들고 서 있는 커다란 겨울 나무의 모습은 때로는 마음씨 따뜻한 키다리 아저씨처럼 보이기도 한다. PENTAX K-1, 48 mm, HD PENTAX-D FA 24-70mm F2.8ED SDM WR, f/7.1, 1/1250 s, ISO100
겨울 나무 -1 자신은 벗고 있어도 새들의 포근한 둥지는 꼭 붙들고 서 있는 커다란 겨울 나무의 모습은 때로는 마음씨 따뜻한 키다리 아저씨처럼 보이기도 한다. PENTAX K-1, 48 mm, HD PENTAX-D FA 24-70mm F2.8ED SDM WR, f/7.1, 1/1250 s, ISO100
어릴 때 좋아했던 동요 중에 '겨울 나무'라는 노래가 있다.

'나무야 나무야 겨울 나무야/ 눈 쌓인 응달에 외로이 서서/ 아무도 찾지 않는 추운 겨울을/ 바람 따라 휘파람만 불고 있느냐' 이 노래를 듣거나 부를 때마다 가슴 어딘가에는 겨울 찬바람이 불고 쓸쓸함이 밀려 들지만, 그래도 추위를 이겨내는 강인하고 듬직한 겨울 나무의 느낌도 느껴지곤 하였다.

겨울 나무 – 2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부터 꽃들이 사라진 겨울에는 겨울 나무가 나에게는 꽃처럼 아름다워진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작은 가지 하나하나가 너무도 섬세하고 아름다운 자연의 작품임을 발견하게 된다. PENTAX K-1, 200 mm,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f/5.6, 1/2000 s, ISO100
겨울 나무 – 2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부터 꽃들이 사라진 겨울에는 겨울 나무가 나에게는 꽃처럼 아름다워진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작은 가지 하나하나가 너무도 섬세하고 아름다운 자연의 작품임을 발견하게 된다. PENTAX K-1, 200 mm,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f/5.6, 1/2000 s, ISO100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부터 꽃들이 사라진 겨울에는 겨울 나무가 나에게는 꽃처럼 아름다워진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작은 가지 하나하나가 너무도 섬세하고 아름다운 자연의 작품임을 발견하게 된다. 자신은 벗고 있어도 새들의 포근한 둥지는 꼭 붙들고 서 있는 커다란 겨울 나무의 모습은 때로는 마음씨 따뜻한 키다리 아저씨처럼 보이기도 한다.

겨울 나무-3 이 겨울 나는 나무들이 겨울의 추위를 어떻게 이겨 낼지가 궁금해졌다. 하지만 무방비 상태처럼 보이는 나무 역시 생존을 위한 겨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PENTAX K-1, 31 mm, HD PENTAX-D FA 24-70mm F2.8ED SDM WR, f/3.5, 1/15 s, ISO400
겨울 나무-3 이 겨울 나는 나무들이 겨울의 추위를 어떻게 이겨 낼지가 궁금해졌다. 하지만 무방비 상태처럼 보이는 나무 역시 생존을 위한 겨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PENTAX K-1, 31 mm, HD PENTAX-D FA 24-70mm F2.8ED SDM WR, f/3.5, 1/15 s, ISO400
나이가 들면서 겨울이 더 춥게 느껴져서일까? 이 겨울 나는 나무들이 겨울의 추위를 어떻게 이겨 낼지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자료를 찾아보니 무방비 상태처럼 보이는 나무 역시 생존을 위한 겨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겨울 나무 – 4 많은 나무들은 일부의 동물들이 겨울잠을 자 듯 겨울이 되면 휴면상태에 들어간다. 휴면상태에서는 모든 것들이 느리게 진행되거나 일시적으로 멈추게 된다. PENTAX K-1, 70 mm,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f/3.5, 1/40 s, ISO100
겨울 나무 – 4 많은 나무들은 일부의 동물들이 겨울잠을 자 듯 겨울이 되면 휴면상태에 들어간다. 휴면상태에서는 모든 것들이 느리게 진행되거나 일시적으로 멈추게 된다. PENTAX K-1, 70 mm,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f/3.5, 1/40 s, ISO100
많은 나무들은 일부의 동물들이 겨울잠을 자 듯 겨울이 되면 휴면상태에 들어간다. 휴면상태에서는 모든 것들이 느리게 진행되거나 일시적으로 멈추게 된다. 이러한 휴면 상태는 가을부터 서서히 진행된다.

가을이 되어 일조량이 줄어들기 시작하면 나뭇잎이 달려 있는 끝눈 부근에서는 아브시브산(ABA, Abscisic acid)이라는 화학물질이 만들어져 잎을 떨구라는 신호를 보내게 된다. 그렇게 함으로써 겨울 동안 나뭇잎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부시브산은 소나무 등 침엽수나 상록수 등에서는 만들어지지 않고, 단풍이 들어 잎을 떨구는 낙엽성 나무에서만 만들어진다. 이 화학물질은 겨울 동안 식물의 세포 분열을 막아 성장을 지연시키기도 한다. 그러므로 겨울 동안 나무는 저장된 에너지를 생존에 필수적인 곳에만 사용하고 성장은 거의 멈춘 상태를 유지한다.

겨울 나무-5 나무가 혹한을 견딜 수 있는 전략은 아이러니 하게도 나무의 내부에 얼음을 만드는 방법이다. 나무는 세포와 세포 사이에 얼음을 만들어서 세포 내부가 어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PENTAX K-1, 45 mm, HD PENTAX-D FA 24-70mm F2.8ED SDM WR, f/11, 1/160 s, ISO100
겨울 나무-5 나무가 혹한을 견딜 수 있는 전략은 아이러니 하게도 나무의 내부에 얼음을 만드는 방법이다. 나무는 세포와 세포 사이에 얼음을 만들어서 세포 내부가 어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PENTAX K-1, 45 mm, HD PENTAX-D FA 24-70mm F2.8ED SDM WR, f/11, 1/160 s, ISO100
추운 겨울 집 밖에 있는 수도관이 얼 듯 나무 속의 물도 얼을 것이다. 하지만 살아있는 나무는 내부의 세포들이 얼지 않게 하기 위한 몇 가지 전략을 가지고 있다.

첫번째 전략은 자동차의 부동액과 같이 세포액이 어는 온도를 낮추는 방법이다. 이를 위해 부동 단백질을 만들고 세포액의 당도를 높여 어는 온도를 낮춘다. 이러한 방식으로 영하 20 ℃ 정도까지의 추위를 견딜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 추운 곳에서는 또 다른 전략이 필요하게 된다. 영하 70 ℃ 혹은 80 ℃ 까지도 견딜 수 있는 전략은 아이러니 하게도 나무의 내부에 얼음을 만드는 방법이다. 나무는 세포와 세포 사이에 얼음을 만들어서 세포 내부가 어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나무는 단백질 분자들을 만들어 세포와 세포 사이에서 얼음이 얼도록 유도하는 핵으로 작용하도록 한다. 이렇게 세포와 세포 사이에서 얼음이 얼기 시작하면 세포 내의 수분이 세포벽을 빠져 나가면서 세포 사이의 얼음층에 달라붙게 되는데, 이로 인해 세포 내부는 거의 탈수 상태가 되면서 고농도의 농축 용액만 남게 되어 세포 내부는 얼지 않게 된다.

나무는 사계절 어느 때고 다른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와 아름다움을 선물하고 또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봄이면 연록의 잎을 내어 생명의 경이로움을 느끼게 하고, 여름이면 무성한 잎으로 삶의 풍성함을 느끼게 하며, 가을이면 자연이 주는 가장 아름다운 빛깔로 가슴 속으로 들어와 무한한 그리움으로 남는다. 그리고 겨울이 되면 모든 치장을 다 벗어 버리고 의연한 모습으로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를 일깨워 준다.

모든 것이 얼어버릴 것 같은 겨울은 절망의 계절일까, 아님 희망의 계절일까? 희망과 절망은 얼핏 서로 지구 반대편에 존재할 것만 같은 상반된 말로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아주 가까이 존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절망은 늘 희망을 품고 있을지도 모른다.

겨울 나무-6 겨울이 시작되면 겨울 나무는 잠시 모든 걸 내려 놓지만, 어느새 봄을 준비하면서 봄에 필 꽃과 잎에 대한 희망을 간직한다. 얼마 전 만난 매실나무는 벌써 이른 봄에 피어날 매화를 위한 희망의 싹을 이미 달고 있었다. PENTAX K-1, 200 mm,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f/3.5, 1/200 s, ISO100
겨울 나무-6 겨울이 시작되면 겨울 나무는 잠시 모든 걸 내려 놓지만, 어느새 봄을 준비하면서 봄에 필 꽃과 잎에 대한 희망을 간직한다. 얼마 전 만난 매실나무는 벌써 이른 봄에 피어날 매화를 위한 희망의 싹을 이미 달고 있었다. PENTAX K-1, 200 mm,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f/3.5, 1/200 s, ISO100
겨울 나무는 바로 이러한 질문에 묵묵히 답을 들려주는 것 같다. 겨울이 시작되면 겨울 나무는 잠시 모든 걸 내려 놓지만, 어느새 봄을 준비하면서 봄에 필 꽃과 잎에 대한 희망을 간직한다. 얼마 전 만난 매실나무는 벌써 이른 봄에 피어날 매화를 위한 희망의 싹을 이미 달고 있었다. 그래서 정희성 시인은 '희망공부'라는 시에서 '희망은 절망 속에 싹트는 거지'라고 말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또한 겨울 나무는 무엇이 소중하고 무엇이 필요 없는지를 분별할 줄 아는 지혜를 지니고 있다. 얼마 전 만난 겨울 아그배나무는 모든 잎은 버렸지만 눈이 내리는 겨울날에도 아직 붉은 열매를 소중히 붙잡고 있었다.

겨울 나무-7 봄부터 가을까지 열심히 꽃을 피우고 키워온 붉은 열매 사이사이에 순 백의 눈을 담고 일년 중 가장 숭고한 모습으로 기도를 드리고 있는 아그배나무. 멀리 서 있던 산 그림자도 다가와 함께 기도 드리는 시간, 하늘에서는 말 없이 하얀 눈의 축복이 내리고 있었다. PENTAX K-1, 200 mm,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f/3.5, 1/200 s, ISO100
겨울 나무-7 봄부터 가을까지 열심히 꽃을 피우고 키워온 붉은 열매 사이사이에 순 백의 눈을 담고 일년 중 가장 숭고한 모습으로 기도를 드리고 있는 아그배나무. 멀리 서 있던 산 그림자도 다가와 함께 기도 드리는 시간, 하늘에서는 말 없이 하얀 눈의 축복이 내리고 있었다. PENTAX K-1, 200 mm,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f/3.5, 1/200 s, ISO100
봄부터 가을까지 열심히 꽃을 피우고 키워온 붉은 열매 사이사이에 순 백의 눈을 담고 일년 중 가장 숭고한 모습으로 기도를 드리고 있는 모습이 더 없이 아름다웠다. 멀리 서 있던 산 그림자도 다가와 함께 기도 드리는 시간, 하늘에서는 말 없이 하얀 눈의 축복이 내리고 있었다.

나목/ 성백군 

추울 텐데
한 잎 한 잎 입성을 모두 벗어버리고
알몸으로 겨울 문턱을 들어서는
나목

삶이란 나목처럼
때가 되면 내려놓는 것
나뭇잎 떨어지듯 명예도 권세도 부도
다 내려놓아야 편한 것
거친 겨울바람도 쉽게 지나가고

지나가야 다시 올 수 있지
차면 비워지고
비우면 채워지고
그러니까 회계도 하고 가난도 이기면서
사랑을 하게 되는 것이지

알몸, 저 겨울나무
춥기야 하겠지만, 수치는 아니야
용기지
봄은 용감한 사람에게만 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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