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인 창업가들, 5대1 경쟁 뚫고 입주한 '대전1인창조기업지원센터'서 성과 창출
대전1인창조기업지원센터, 전국 센터 총매출 절반 견인···창업가들 "공간과 네트워킹 큰 도움"

대전1인창조기업지원센터는 대덕연구단지 초입 대전CT(문화기술)센터 2층에 위치한다. <사진=윤병철 기자>
대전1인창조기업지원센터는 대덕연구단지 초입 대전CT(문화기술)센터 2층에 위치한다. <사진=윤병철 기자>
고속도로 2차 사고를 막아주는 자율주행 안전신호 로봇, 폐기물인 굴껍데기로 만든 친환경 벽돌, 악보가 스트리밍 음악으로 재생되는 플랫폼···.

교실 두곳 크기 공간에서 대전의 '1인창조기업'들이 저마다의 무기를 갈고 닦는다.   
 
1인창조기업은 창의성과 전문성을 가진 대표 또는 5인 미만 구성원이 상시 근로자 없이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다. 이들은 '1인창조기업지원센터'로부터 공간과 교육, 인프라 등을 제공받는다. 1인창조기업지원센터는 전국 55곳에서 운영한다.
 
대전1인창조기업지원센터에 입주한 25개 기업은 VR·인공지능·센서·IoT·블록체인·로봇·소재·에너지 등 첨단기술 분야 기업이 대부분이다. 지난해 이들이 벌어들인 매출은 62억원. 전국 센터 입주기업 총 매출인 113억원의 절반을 넘겼다.

◆ 입주 기업 "네트워킹과 정보 습득이 가장 큰 기회"
 

굴껍데기로 벽돌을 만든 장동원 대표는 올해 창업우수기업 중소벤처기업부장관상을 받았다. <사진=윤병철 기자>
굴껍데기로 벽돌을 만든 장동원 대표는 올해 창업우수기업 중소벤처기업부장관상을 받았다. <사진=윤병철 기자>
"IT 전공자가 무슨 수로 친환경 소재 기술을 알겠어요. 센터에서 만난 박사님과 교수님 덕분에 기술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굴껍데기로 친환경 건축자재를 만드는 장동원 오케이엠텍 대표는 바닷가에서 악취를 풍기며 산처럼 쌓인 굴껍데기를 보고 창업에 나섰다.

굴은 양식으로 식용을 다 하면, 국내서만 연간 28만톤의 산업폐기물이 되는 껍데기를 남긴다. 껍데기는 썩지않고 투기는 불법이며 재활용하기엔 적당한 쓰임이 없었다.
 
장 대표는 잘게 부순 굴껍데기를 폴리머와 섞어 벽돌과 보도블록을 만들었다. 발품을 팔아 천안과 청주에 시공하고 독성평가도 했다. 성능이 뛰어나고 반응도 좋아 제조 파트너가 생겨났지만 판로가 문제였다.

장 대표가 시제품을 들고 찾아간 지자체에선 쓸모는 좋지만 선례가 없다면서, 조달 공급자인지를 물었다. 조달청에 입점하려면 '직접제조자'야 한다는 규제가 있다. 1인 창업가인 그가 시작부터 벽돌제조 공장을 갖추긴 무리다.
 
장 대표는 별도의 판로 다각화를 위한 응용 시제품을 추가 개발했다. 황토 보도블록·내외장재·인공어초·가변형 가로수 보호판 등이다. 

그가 응용 상품을 개발할 수 있었던 건 대전1인창조기업지원센터서 만난 전문가 덕분이다. 센터에 창업 교육과 평가가 많다 보니 인근 연구소와 대학 등 과학기술인들의 센터 방문이 많다. 장 대표는 도움을 줄 수 있는 과기인을 만나 추가 제품을 진행하고 특허도 출원할 수 있었다.
 
그는 "그동안 다양한 창업 지원을 받아봤지만, 초기 창업자들이 사업을 키우기에 센터만 한 곳이 없다"며 "여기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큰 기회"라고 말했다. 
 

센서 로봇을 개발하는 이준원 대표는 주변 ICT 창업가들과의 시너지를 기대한다. <사진=윤병철 기자>
센서 로봇을 개발하는 이준원 대표는 주변 ICT 창업가들과의 시너지를 기대한다. <사진=윤병철 기자>
 
ADD(국방과학연구소) 출신 이준원 센서랩 대표는 원거리 무인설치식 안전신호 로봇을 개발했다.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났을 때 2차 추돌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로봇은 사고가 난 지점 300m 떨어진 곳까지 이동해 뒤따라 오는 차들에게 LED 조명과 사이렌, 싸인 보드로 전방에 사고가 있다는 것을 알린다.
 
빛으로 물체를 감지하는 기술인 라이다(Lidar) 센서를 써 장애물을 피해 목표지점까지 자율주행하며 원격 조종도 된다. 전후방에 카메라가 달려 조종기 모니터에 영상을 전송한다.
 
사과상자 절반 크기 조립식 로봇은 트렁크에 작은 부피로 실리며, 순찰차와 도로 보수차가 쓰기에 알맞다. 국내서는 한국도로공사, 해외로는 호주 고속도로 관리기관과 납품을 협의 중이다.
 
로봇은 도로안전뿐만 아니라 군용 표적이나 무인 매대 등 소규모 장치 이동 시에도 쓰일 수 있다. 이 대표는 "다양한 기술을 가진 센터 입주 창업자들과 수시로 융합 기술과 제품 활용을 논하고 있다"며 "사무실 관리와 행정을 도와주는 센터 매니저 덕에 일에만 집중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전국 1인창조기업지원센터 입주 기업매출 절반이 대전서···대부분 기술 창업
 
허철호 대전1인창조기업지원센터 매니저는 "올해 입주 경쟁률이 5대 1로, 다른 지역 센터보다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한다"며 "서비스 창업보다 긴 호흡이 필요한 기술 창업이 많은 것도 대전 특징"이라고 밝혔다.
 
센터는 최소 1인당 3x2m 크기 개인 사무공간을 2년간 무료로 제공하고 통신과 사무기기, 회의실과 강연실을 갖췄다. 상근 매니저가 상주해 기업들의 애로를 돕고 사무를 지원한다. 세무·회계·특허 등 전문가 상담이 가능하고 창업 교육과 마케팅, 지원사업 정보를 제공한다.
 
2011년부터 운영 8년차인 대전1인창조기업지원센터는 최근 3년간 144억원 매출에 고용 63명, 특허 49건 등 전국에서 가장 우수한 성과를 냈다. 2016년에는 운영평가 최상위인 S등급과 중소기업청장상 수상, 2년 연속 우수운영인력 중소벤처기업부장관상도 수상했다.
 
이정근 대전1인창조기업지원센터장은 "창업가에겐 당장 현금 지원도 반갑겠지만, 반열에 오를 수 있는 2년 동안 공간과 인프라를 지원하며 기회를 만들어주는 지원이 더 효과적"이라며 "1인 기술 창업의 허브가 되는 것이 대전 센터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