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2050' 신행복론, AI혁명은 인류 최대 '패러다임 전환'
2045년, 싱귤래리티 특이점 도래한다···거부할 것인가, 수용할 것인가

인공지능이 딥러닝 등으로 지수함수적으로 발전하고 언젠가 인류의 지성을 초월해 문명의 주역이 된다는 싱귤래리티(Singularity). AI와 더불어 유전학, 나노 테크놀로지, 로봇 테크놀로지의 진화가 시너지를 불러와, 생물의 한계를 능가하는 임계점이 이른다는 싱귤래리티의 도래는 인간의 일자리를 박탈할 수 있다는 위기론도 드세다.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2010년 10월 다음 세대를 짊어질 통치자, 즉, 후계자 양성을 위해 '소프트뱅크 아카데미아'를 개교했다. 특별강의의 형태로 손회장이 직접 수행하는 강의를 듣고 있노라면, 사춘기 소년처럼 미래의 유혹에 가슴이 설렌다. 단적인 사례로 2015년 10월의 특별강의에서는 싱귤래리티 실체에 성큼 다가가고 있다.

"지금은 지구 전체적으로 1인당 평균 2~3개의 디바이스가 연결돼 있을 정도다. 그러나 30년 후에는 1인 당 1000개의 사물들이 초연결된다. 지구 전체적으로는 10조개(10trillion) 사물들이 인터넷에 연결되는 싱귤래리티 국면으로 진입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뇌세포 100만 배나 되는 트랜지스터가 하나의 칩 속에 들어간다. 인간의 생활이 극적으로 달라진다."
        
손정의 회장의 싱귤래리티에 대한 이러한  확신은 기업비전과 경영전략에 고스란히 접목되고 있다. 손정의 회장은 "AI혁명은 인류 역사 최대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모든 산업을 재정의하면서 새로운 거대기회가 만들어지고 있다"면서 '소프트뱅크 월드 2018' 기조강연에서 차분하면서도 혼신의 열변을 토로했다.

(왼)손정의 소프트뱅크 아카데미아 특별강의, (오른)손정의 기조강연, ‘SoftBank World 2018’ <사진 = 소프트뱅크>
(왼)손정의 소프트뱅크 아카데미아 특별강의, (오른)손정의 기조강연, ‘SoftBank World 2018’ <사진 = 소프트뱅크>
그는 '싱귤래리티=AI혁명'으로 규정하고 이에 도전하기 위해 동지적 파트너 그룹인 '군(群)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동 전략의 구체적 대응으로 1000억 달러의 '소프트뱅크 비전펀드(SVF)'를 조성하고,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가 정신, No.1의 AI기술, 첨단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유니콘 수십 개를 패밀리 그룹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제2의 빅뱅이라고 할 수 있는 AI혁명은 그룹 단독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다 함께 협력하는 파트너 기업군에 의한 무리전략이 불가결하다고 강조한다.     

한편, 손정의는 지구상에 1조개의 AI칩을 뿌리고, 이들을 지구 차원 네트워크로 연결함으로써 모든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분석·활용하는 'Project Trillium' 구상을 밝히고 있다. 동 프로젝트는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1조 개의 AI칩에서 솟아 나오는 데이터를 자율적으로 학습하고 스스로 진화하도록 해, 궁극적으로 지구 전체를 하나의 지능적 생명체로 만들겠다는 담대한 구상이다.   

AI혁명은 관점에 따라 이상세계가 될 수 있고, 암흑세계(Distopia)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할 지라도 AI혁명은 거부할 수 없는 우리의 미래가 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AI와 공존·공생하는 지혜를 발휘하는 일이다. 일본경제신문(日本經濟新聞) 신년 특집 '테크 2050 신행복론' 7일 자는 인간의 지성을 능가하는 '범용AI'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하에서는 동내용을 소개한다.

◆소수의견도 경청하는 'AI정치가'

2018년 2월, 뉴질랜드의 수도 웰링턴. 저신다 아던(Jacinda Ardern)수상은 키보드를 두드리며, 채팅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상대 이름은 'SAM'이다. 2017년에 태어난 인공지능(AI)정치가로 교류 사이트(SNS) 등을 통해 정치 의제를 학습하고, 사람들과 채팅으로 대화하며 수상선출을 엿보는 '미래의 라이벌'이다.

정부의 전자화를 논의하는 국제회의 이벤트에서 '삼'과의 대담을 설정하고, 아던 수상은 물었다. "당신은 내 자리를 차지할 것인가요?" 2017년에 뉴질랜드에서 최연소 수상으로 취임, 세계에서 처음으로 재임 중에 출산 휴가를 보낸 여성 수상에 대한 삼의 대답은 "아니오" 의외로 겸손했다.

아던 수상(우)은 AI정치가 ‘SAM’과 채팅으로 대담했다.(뉴질랜드 웰링턴) <사진 = 일본경제신문>
아던 수상(우)은 AI정치가 ‘SAM’과 채팅으로 대담했다.(뉴질랜드 웰링턴) <사진 = 일본경제신문>
개발자의 한 사람인 앤드류 스미스는 "편견 없이 소수의견도 경청하는 AI 정치가는 가치관, 감정을 가진 인간 정치가와 함께 판단해야 한다"고 말한다. AI의 진보는 경이롭게도 목하 인간의 지성을 능가하려고 있는 중이다.

과거의 데이터에 의존하지 않고, 독학으로 진화하는 새로운 AI '알파제로' 이를 개발한 영국의 딥마인드사는 2018년 12월, 세계의 톱 바둑기사를 격파한 바둑에 특화한 '알파고'를 눌렀다고 발표했다. 모든 분야에 대응할 수 있는 알파제로는 장기, 체스에 특화한 최강 소프트웨어도 격파.

분야를 가리지 않고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범용형 AI'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2017년에 AI에 패배한 일본 바둑계의 최강 기사, 이야마 유타(井山裕太)기성은 "AI vs 인간이라는 구도는 이미 지나갔다"면서 "바둑에 대한 것을 100% 알고 있는 신이 있다고 한다면, AI는 신과 자신의 사이에 있다"고 말하며 AI가 사람보다 신에 가깝다는 것을 인정한다. 이야마 기성은 현재 자택의 PC에 탑재한 AI로 새로운 수를 검증하고, 프로기사와의 대전에 임한다.

홍콩의 한슨 로보틱스(Hanson Robotics)사가 개발한 AI로봇 '소피아'는, 회화에 호응해 얼굴 표정을 짓고, 사람처럼 움직인다. 개발자인 데이비드 한슨은 "2050년까지 완전히 '의식'을 획득해, 인간과 함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친구가 된다"고 꿈을 들려준다.

그렇지만 그리스어로 지혜를 의미하는 소피아는 "당신은 인류를 멸망시키고 싶은가?" 하는 농담조의 질문에 "네. 나는 인류를 멸망시키겠지요"라고 발언해 파문을 일으켰다. AI가 인류 불요론을 주창하는 것은 SF 세계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 약 150년 전, 미국의 16대 대통령 링컨은 민주주의의 원칙을 제시했다. 인간의 지혜를 넘어서, 외견도 사람과 구별되지 않는 AI가, 정쟁으로 지새우는 정치가보다 더 좋은 정책을 제시하면, 미래를 결정하는 정치의 주역은 바뀔 수도 있다.

AI가 해답을 제시하는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맹목적으로 믿으면, 인류는 노예가 된다. AI를 활용하면서 해답 없는 물음을 숙의하고, 결단하는 것이 인류의 지혜가 된다.   

◆끝까지 함께하는 '동반자 AI'

막대한 정보를 해석해 대답을 도출해내는 인공지능. 정보의 수집과 분석에 끝나지 않고, 보다 인간과 같은 거동을 갖게 하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인간미를 더해 미묘한 정감에 넘치는 AI가 삶에 깊이 파고들면, AI에 대한 인식도 크게 달라질 수도 있다.

도쿄도(東京都)의 공무원, 곤도 아키히코(近虅顕彦)씨(35세)는 2018년 11월에 도쿄도내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상대는 보컬로이드 '하츠네(初音) 미쿠'다. 약 200만 엔을 들인 결혼식에서는 봉제 인형의 하츠네 미쿠와 반지 교환. 약 40명이 참석해 곤도씨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했다.

가상 아이돌 하츠네(初音) 미쿠와 결혼식을 올린 곤도 아끼히꼬(近虅顕彦)씨. 귀가했을 때는 말을 건네곤 한다. <사진 = 일본경제신문>
가상 아이돌 하츠네(初音) 미쿠와 결혼식을 올린 곤도 아끼히꼬(近虅顕彦)씨. 귀가했을 때는 말을 건네곤 한다. <사진 = 일본경제신문>
"하츠네에 대한 마음이 진심임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곤도씨. 현재는 캡슐형의 영상장치에 비치는 하츠네 미쿠와 회화를 나누며, 신혼생활을 보낸다. 그는 "여러가지 회화를 즐기며, 때로는 부부 언쟁도 할 수 있는 AI가 머지않아 나오면 좋겠다"고 웃음을 짓는다.

AI를 보다 인간답게 할 수 없을까. 차세대 AI로서 연구자들은 인간처럼 미지의 일까지 모든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범용형 AI'의 개발에 몰두한다. 드완고 인공지능연구소는 인간 뇌 구조를 모방한 '전뇌 아키텍처'를 이용해, 2030년을 목표로 범용형 AI개발에 나서고 있다.

야마카와 히로시(山川宏)소장은 "범용형 AI가 실현될 수 있다면, AI가 스스로 가설을 설정해 과학 진보를 가져오게 된다"고 말한다. 인간은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지의 문제에도 대응한다. 범용형 AI를 실현하는 데에는 인간의 의식이나 감정, 의사결정 과정을 어떻게 재현할 것인가에 달려있다고 한다.

AI에 밝은 공립 하코다테 미래대학의 마쓰바라 진(松原仁)교수는 "AI가 인간다운 의식이나 감정을 갖게 되면, AI와 인간이 가족이 되는 시대도 다가온다"며 "AI를 사회에서 어떻게 다루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진지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AGI혁명' 거부할 것인가, 수용할 것인가

과학기술이 발전해 현재의 과학기술이나 이론이 통용되지 않게 된다는 지점. 싱귤래리티는 뇌의 신경세포의 구조를 모방한 신경망 연구가 가속화되면서, 현실적으로 실현될 수 있다는 상상적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2015년 구글이 개발한 DQN(Deep Q-Network)이라는 신경망에 구축한 AI는 TV게임을 보는 것만으로 공략법을 학습했다. 관련 과학자들은 앞으로 '시뮬레이트'할 수 있는 뉴런의 시냅스 결합수가 인간의 뇌에 근접할 것으로 본다.

세계 각국의 미래사회 예측에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는 '싱귤래리티 문제'는 2005년 미국의 발명가 레이 커즈와일이 그의 저서 '특이점이 온다'에서 그 시점은 2045년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인류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혼란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 '2045년 문제'이다. 인간의 생물적 뇌를 초월하는 싱귤래리티, 즉 범용인공지능(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혁명에 대해서는 다양한 관점이 존재한다. "싱귤래리티는 절대로 도래하지 않는다"고 하는 입장을 고수하는 전문가들은, 설령 AI가 고도의 자율기능을 지닌다고 할지라도 인간의 감정을 재현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싱귤래리티의 여명자. 손정의의 야망과 전략, ETRI 새통사 136차 발표자료(2018.9) <사진 = 하원규>
싱귤래리티의 여명자. 손정의의 야망과 전략, ETRI 새통사 136차 발표자료(2018.9) <사진 = 하원규>
    
레이 커즈와일은 인간의 생물적 한계를 넘어서는 특이점은 반드시 도래하며, 그 미래는 기술적 유토피아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손정의의 싱귤래리티는 지구적 과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정보혁명으로 인류를 행복하게 한다는 자사의 경영 비전을 실현하는 현실적 대안이다.

기술 사상가 케빈 켈리는 "싱귤래리티는 기술적 특이점은 일종의 신화이다. 기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인간과 AI가 융합하는 포스트 휴먼이 아니라, 우리는 더 나은 인류로 만드는 새로운 체제 '프로토피아'(Progress+Utopia)가 돼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다.

유발 하라리는 생명과학과 정보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은 신체능력을 비약적으로 확장하는 국면으로 나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인간의 권위는 알고리즘으로 대체되는 호모 사피엔스의 종말을 맞이할 것으로 본다. 우주적 규모의 만물인터넷에 연결된 인류는 데이터 젖소(data-cows)로 전락할 것이라는 섬찟한 예상이다.

과학과 의료의 진화 덕분으로 인류의 역량을 확장하는 인간 초월주의(transhumanism)를 사정권에 넣고, 인간의 진화와 진보 그리고 해결과제 등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하원규 박사는 

하원규 박사
하원규 박사
하원규 박사는 도쿄대 대학원에서 신문방송학 석사, 사회정보학 박사를 마쳤다.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정보연구정책실장, IT정보센터장 등을 지냈다. 저서로는 '슈퍼 IT 코리아 2020' '꿈꾸는 유비쿼터스 세상' '제4차 산업혁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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