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화학안전 실현' 정부출연연구소의 역할과 책임

글: 송창우 안전성평가연구소장
송창우 안전성평가연구소장.<사진=안전성평가연구소 제공>송창우 안전성평가연구소장.<사진=안전성평가연구소 제공>
 우리 몸은 화학물질 그 자체이다. 인류의 삶은 화학물질과의 동행이요 동숙이며, 화학물질의 발전이 곧 우리 삶의 발전이다.

현대인의 생활 속에서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는 삶은 없다. 모순되게도 우리는 화학물질로 인한 사고나 그 피해에 늘 직면해 있다. 화학물질이라고 해서 모두 위험한 것은 아니다. 안전한 용량과 용법으로 사용한다면 문제가 될 것이 없고, 우리에게 많은 편리함과 이득을 준다. 반대로, 화학물질을 안전하지 않은 용량과 방법으로 사용한다면 우리에게 치명적인 재앙으로 다가온다.

유해 화학물질 노출의 위해성 이슈는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최근 10년 내 가장 크고 참담한 결과를 낳았던 이슈는 2011년 세상에 드러난 가습기살균제 사태이다.

이러한 일은 화학물질을 처음 개발 당시의 용도, 용량과 다르게 제조하여 공급하거나, 안전성을 확보하지 않은 제품을 판매하고, 이를 안전하다고 믿고 사용했기 때문에 발생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는 당시 흡입독성 관련 자료가 미비했음에도 인체에 무해하다고 광고하여 피해를 더욱 크게 만들었다. 또한 공산품이 인체 안전성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중에 유통이 가능했던 검증제도의 허점도 문제였다.

사후 처리 과정에서도 국민들은 안심하지 못했다. 피해 발생의 인과관계 규명,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 책임 기업에 대한 대응 등에서 많은 지적이 있었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 이후 정부는 '화학물질관리법',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등 법과 제도를 정비해 화학물질 관리를 위한 안전기준을 강화하는 등의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국민들이 안심하고 신뢰할 수 있는 재발 방지 대책마련과 투명한 정보 공개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 또한 있어왔다.
 
화학물질로 인한 피해와 사건은 최근에도 계속되고 있다. 2018년에만 해도 라돈침대, 과불화화합물 수돗물, 액체괴물 유해물질 등 뒤늦게 인체에 유해한 화학물질이 발견되면서 사회적 혼란과 국민적 불안을 야기한 사건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특히 일상생활에서 빈번하게 접촉하는 화학제품에 대한 불신이 날로 커지며 '케모포비아', '노케미족'등과 같은 현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화학물질에 대한 왜곡된 정보가 확대 및 재생산되어 불필요한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화학제품에 대한 불안, 불신을 떨칠 방법은 무얼까? 명확한 해답은 없다. 하지만, 이미 발생한 화학물질 안전 이슈는 물론이고 미래의 잠재적 이슈까지도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독성연구자를 중심으로 정부와 기업 그리고 국민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소통이다. 국민들이 독성학자들로부터 제공되는 유해성에 대한 정보를 신뢰하고, 정부의 인허가 과정과 위해성 관리를 신뢰해야 한다. 국민들이 기업의 안전한 제품 생산과 공급을 신뢰할 때 국민의 불신과 불안은 중단될 것이고 화학물질이 아니라 화학물질을 잘못 사용하여 발생하는 화학제품의 사고는 사라질 것이다. 정부당국은 이런 점들을 주목해야 한다.

정부 뿐만 아니라 과학계도 큰 역할이 있다. 현재와 미래의 안전이슈를 연구, 고찰하여 정부와 국민이 알게해야 한다. 화학물질의 독성, 인체 건강영향, 그리고 안전한 사용을 계몽해야 한다. 기존 연구결과의 공백을 갖는 물질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연구해야 한다. 신물질, 기후변화 등으로 변화되는 생활환경이 인체에 미치는 독성 및 건강영향을 연구하고, 예측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들어야 한다. 어떤 연구든 결과를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비로소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국가를 만들 수 있다.

안전성평가연구소(이하, KIT)는 대한민국 대표 독성연구기관으로서 국민들을 위한 화학물질 안전성평가 기술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생활환경 속 화학물질의 노출영향에 대한 연구를 확대하고 있다. 환경유해인자(살생물제, 미세먼지, 담배연기 등) 흡입에 따른 인체위해성 연구, 생활환경 화학물질(과불화 화합물, VOCs 등)에 대한 위해성연구, 유해화학물질(환경 호르몬 등)로 인한 환경독성평가 및 대응기술개발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KIT의 화학물질 독성연구는 매년 새롭게 개발되는 화학물질의 독성자료를 생산하여 정부 및 국민에게 제공을 가능하게 한다. 각종 피해예방과 규제정책에 필요한 과학기술적 기반을 확보할 수 있게 한다. 또한, 국민의 불신, 불안을 불식시킬 수 있게 된다. 이런 것들은 화학물질의 인체건강위협 속에서 국민이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국가를 만들 수 있게 할 것이다. 아마도 이것이 정부출연연구기관인 KIT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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