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 석유와 숨바꼭질 "황금 찾기로 자원 강국 만들죠"

[과학청년, 부탁해㊿] 이경북 지질자원연 석유해저연구본부 선임연구원
"디지털오일필드 시스템 개발해 해외 수출까지 실증화 진행 중"
"자원 개발은 30~40년 걸리는 일 장기적 안목의 정책 필요"
이경북 지질자원연 박사는 석유공학을 전공하고 디지털 오일 필드 시스템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사진=길애경 기자>이경북 지질자원연 박사는 석유공학을 전공하고 디지털 오일 필드 시스템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사진=길애경 기자>

"한국이 산유국이라는 거 아셨어요? 95번째 산유국입니다."

틀린 말이 아니다. 울산시 동쪽 58km 정도 거리에 위치한 해상 동해가스전에서 하루 1100톤 정도의 천연가스와 1000배럴 정도의 초경질유가 생산되고 있으니 말이다.

'기름 한방울 나지 않았던 나라' 대한민국이 어떻게 산유국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을까. 과학기술 발전도 한 몫을 했다. 땅속 수 km 아래 저류층(원유나 천연 가스가 지하암석 사이에 존재하는 층)을 발견하고 자원 매장량과 생산방법, 경제성 등이 과학기술 역량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경북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석유해저연구본부 선임연구원. 그의 전공은 석유 공학이다. 2014년 박사 학위를 마치고 같은해 10월부터 지질자원연에 합류했다. 졸업식 날 연구원 합격 소식을 듣게 돼 기쁨이 배가 됐다고.

그의 연구는 저류층의 데이터를 분석해 자원 생산 가능성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하며 자원 매장량을 예측한다. 또 오일과 가스, 셰일 등 효과적인 자원 개발을 위해 ICT 기술을 자원산업에 도입한 디지털오일필드(DOF, Digital Oil Field) 시스템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 자원 개발 연구의 핵심 인력이다.

◆대학교 4학년 시기 닥친 유가 상승 보며 '석유 공학' 연구

"대학교 4학년 무렵 2000년대 후반이었는데 유가가 끝없이 치솟았어요.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나라로 알려진 우리나라였으니 산업 분야는 물론 국민들의 어려움도 컸죠."

서울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에서 평범하게(?) 공부 잘하던 학생이었던 이 박사는 끝없는 유가 상승을 지켜보며 연구분야를 석유공학으로 정한다. 누군가 공부를 해야 할 분야라는 생각에서다.

"국내 대학에 석유 공학과는 없지만 재학중이던 대학에 마침 석유 공학을 연구하시는 최종근 교수님이 계셨어요. 석박사 연구 주제를 석유 공학으로 정했어요. 연구를 하면 할수록 공부해야 할 분야도 많았죠."

국내에는 석유 공학과가 없어 지도 교수의 강의와 연구지도 아래 해외 논문과 국제학회 참석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웠다.

평소 성실함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는 이 박사는 서울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를 최우등으로 졸업한데 이어 석박사통합과정 역시 5년 반만에 최우수 졸업으로 마쳤다. 공부 비결을 물었다. 별다른 공부법은 역시 없었다. 그냥 열심히 했단다.

"대구에서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에 왔는데 얼마만큼 열심히 해야하는지 짐작이 안돼 그냥 '잘하고 싶다'는 간절함으로 열심히 했어요. 그랬더니 장학금을 받게 되고 대학원 석박사 과정도 빠르게 마쳤어요."(웃음)

그의 연구 철학은 '시작이 반이다'를 넘어 '시작이 모두'다. 그만큼 철저하게 준비한다.

"연구방향을 정하고 연구 후 논문을 작성할때 그림과 표를 세팅해 놓고 합니다. 전체 개요를 작성해 놓고 진행하는 것이죠. 최종근 교수님이 항상 이부분을 강조하셨는데 연구를 지속할수록 도움이 된다는 걸 알게 됐죠."

◆석유 공학은 다른 분야와 연계 중요, DOF 실증화 주력

해외 공동연구를 위해 중동권 국가도 자주 찾는다. 사진 위 왼쪽 이란 방문 회의, 오른쪽 UAE 방문 발표 모습. 아래는 이 박사와 지도교수인 최종근 교수.<사진=이경북 박사 제공> 해외 공동연구를 위해 중동권 국가도 자주 찾는다. 사진 위 왼쪽 이란 방문 회의, 오른쪽 UAE 방문 발표 모습. 아래는 이 박사와 지도교수인 최종근 교수.<사진=이경북 박사 제공>


이 박사는 현재 DOF 시스템 개발 과제에 지질자원연 연구책임자로 참여 중이다. DOF 시스템은 자원개발 현장에 ICT 기술을 적용해 필드 상황을 파악하고 문제시 솔루션을 제시한다.

이 박사에 의하면 DOF 시스템은 일종의 원격 의료 개념이다. 자원 개발 현장에 기본적 센서 등 모니터링 장비를 부착, 탐사와 시추, 생산 전 과정을 실시간 모니터링 한다. 또 데이터를 분석해 원격관리와 자동제어가 가능토록 개발하고 있다. 기초 연구와 ICT 등 자원 개발부터 마무리 단계까지 여러 분야와 협력은 필수다.

"DOF시스템 개발은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지원으로 기업, 대학, 연구기관 등이 협력해 진행되고 있습니다. 기술 실증화를 위해 기업, 다른 분야 연구자와 기민한 협력이 중요한데 타임스캐줄을 정해놓고 서로 시간을 맞춰가고 있습니다."

연구팀은 현재 캐나다에 위치한 광구를 대상으로 대기업, 중소기업과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DOF 시스템은 2020년 과제가 마무리되면 중소형 자원개발 현장을 운영하는 여러 국가에 공급할 계획이다.

이 박사는 "기업과 같이 연구를 진행하면서 연구에 그치지 않고 석유나 석탄 자원 개발 현장에 적용하는 실증화까지 진행하게 된다"면서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DOF 시스템이 해외에 수출되고 에너지와 ICT융합 산업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그러나 기술을 적용하고 공동연구를 진행하기 위한 과정은 녹록지 않다. 석유 산업 특성상 중동 국가들과 협력하기 위해 현장 방문은 필수다. 해외 국가 중 제재국도 포함돼 숙소 예약부터 비자발급도 쉽지 않다. 실제 이란에 다녀 온 후 신혼 여행을 미국으로 가기 위해 비자를 신청했다가 비자가 안나와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젊은 과학을 '설레는 여행'이라고 적었다. 이 박사는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 속에서 힘든 부분이 있더라도 지나고 나면 추억이 된다"면서 "연구도 진행하는 동안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논문이나 기술 실증 등 연구 성과로 남는데 여행 같다"고 설명했다.

◆"에너지와 인간은 공동체, 긴 호흡 정책 중요"

"산업이 발달하면서 에너지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죠. 석탄, 석유, 가스를 1차에너지로 사용하는 비중이 여전히 80% 이상입니다. 그런데 에너지 자원은 탐사부터 생산까지 보통 30년에서 40년이 걸려요. 때문에 긴 호흡의 정책이 필요합니다."

이 박사는 긴 호흡의 에너지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고 정책을 수립하면서 지원할때 유가로 인한 국가적, 국민적 어려움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지금 인류 기술로 확보할 수 있는 자원은 부존량의 50%가 안된다. 다른말로 저류층에 50%이상 남아 있다는 말이다. 기술이 발달 할수록 자원 확보량도 늘어 날 것"이라면서 "우리가 말하는 매장량의 정의는 현재 기술과 경제성으로 개발할 수 있는 양이다. 때문에 지속적인 기술 개발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 박사는 인터뷰를 마무리 하면서 "연구원에 처음 오면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한데 신진 연구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과제로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고 경험을 들며 신진 연구자 지원 중요성도 피력했다.

◆ 이경북 박사는
1987년생으로 서울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에너지시스템공학부 박사를 마쳤다. 2014년 10월부터 지질자원연 선임연구원으로 근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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