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의원, 정부·국회·연구현장 오가며 관계자 설득···"오랜 노력 결실 숙원 해결 기뻐"
기재부·과기부도 전향적 협력···"과학계, 자율 확보한 만큼 책임감 갖고 신뢰 줘야"

"연구목적기관 지정이 과학계를 향한 긍정적인 신호라고 봅니다. 과학계 압박이 심해지던 상황에서 대통령이 대덕을 찾았고, 공공기관운영위원회도 전향적인 결정을 해줬습니다. 과학계 숙원 중 하나가 해결돼 기쁩니다."(웃음)

신용현 의원(바른미래당, 과학기정보방송통신위원회)은 과학자 출신 국회의원으로서 과학계 연구기관의 연구목적기관 지정의 의미를 이같이 강조했다.

신 의원에게 연구목적기관 지정 의미는 남다르다. 지난 2016년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운법)에 '연구목적기관' 분류 신설 등을 다룬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이래 연구현장과 국회를 오가며 실제 법률 개정부터 연구목적기관 지정을 이끌었다. 

이 과정에서 신 의원은 각종 연구정책 토론회를 열고 연구현장의 의견을 수렴했다. 또 정부부처, 국회 관계자들을 만나 설명하고, 실제 연구원장 경험을 살려 공운법 개정 필요성을 설득했다. 

연구목적기관 지정은 과학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동안 공공기관으로 분류되며 일률적인 법적용을 받던 연구기관들이 새로운 분류로 구분되며 보다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연구환경을 확보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과학계에서도 이번 연구목적기관 지정을 환영하며 신 의원의 그동안 노력을 치하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발의했던 민병주 전 국회의원은 "이번 연구목적기관 분류·지정은 완전 제외는 아니지만 다른 공공기관과 연구기관의 차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연구자 환경을 고려했다고 본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한성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기관지원팀장은 "신용현 의원이 아니었으면 연구기관 별도 분류 자체도 못했을 것"이라면서 "신 의원이 국회와 정부의 반대 속에서 오랜 설득작업을 통해 얻은 결실"이라고 강조했다. 

설 직전 본지와 인터뷰를 가진 신 의원은 "한때 논의가 진척되지 못해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다"면서 "국회의원 당선 이후 첫 과제로 생각했던 일이 원만하게 해결되고, 과학계 관계자들도 감사하다는 연락을 줘서 기쁘다"고 그간의 과정을 소회했다.  

신용현 의원의 정책토론회, 상임위서 발언 모습.<사진=신용현 의원실 제공>
신용현 의원의 정책토론회, 상임위서 발언 모습.<사진=신용현 의원실 제공>
◆신용현 의원 현장 경험 발판으로 기재부 등 설득···김성식 의원도 숨은 주역

"출연연 원장으로 재직하며 누구보다 공운법 개정 필요성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국회서 법률 개정안이 제출됐지만 결과가 없다는데 의구심을 가졌고, 관련 사항 해결에 주력했습니다."

신 의원에 의하면 연구목적기관 지정은 과학계 숙원 중 하나였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은 정부가 지난 2008년 도입한 공운법상 공기업, 준정부기관을 제외한 나머지 공공기관인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됐다.

때문에 강원랜드, 대학병원 등과 함께 분류되며, 이들과 동일한 법 적용을 받아야 했다. 임금피크제 적용, 마이스터고 학생 채용, 블라인드 채용, 고객 만족도 평가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임금피크제는 정년 환원 고려 없이 다른 공공기관처럼 예외 없이 적용을 받았다.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고객을 정의하고, 서식을 제출하는 것도 명확하지 않아 어려움이 많았다. 

이에 지난 18대 국회부터 국회 차원의 연구목적 기관 관련 주요 개정안 발의가 이뤄졌다.

국회 본회의 발언 모습.<사진=신용현 의원실 제공>
국회 본회의 발언 모습.<사진=신용현 의원실 제공>
유성엽 국회의원은 지난 2010년 10월 공공기관운영법에 '정부출연연구기관'이라는 분류를 신설하는 개정안을 제출했다. 이를 시작으로 민병주 전 국회의원, 이상민 국회의원, 오세정 국회의원 등이 과기출연연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수 없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신 의원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위 위원들이 법안을 챙기지 않았고, 정부에서도 바꾸겠다는 의지가 없어 발의만 되고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던 것을 확인했다"면서 "기재부도 현 분류체계가 공공기관을 일정 비율로 구분한 것이고, 특정 연구기관만 특혜를 주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고 토로했다.

출연연이 원하는 기타공공기관 제외는 현실적으로 진행되기 어려웠다. 여러 기관들이 속해있는 특성상 분류체계를 모두 다시 할 수 없었고, 기존 법 체계를 갖고도 연구기관 자율성을 보장할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이 있었다.

국회 입법조사처에서도 과학기술계 출연연만 해주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신 의원은 공공기관 제외 보다 연구기관 별도 분류에 집중했다.

신 의원은 "처음 법안 개정안을 발의할 때 2개 공공기관 완전 배제안과 별도 그룹화를 놓고 고민했는데 주요 연구기관을 공공기관에서 제외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될 확률이 낮다고 봤다"면서 "별도 그룹화하는 쪽으로 발의하고, 기재위 국회의원들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이때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이 필요성에 공감하고 신 의원을 적극 지원왔다. 김 의원이 국회 기획재정위 간사로 활동하며 실무적인 부분을 챙겼다. 기재위서 정부 관계자, 기재위 공무원과 논의하며 설득작업이 이뤄졌다. 

신 의원은 출연연 원장을 역임한 경험을 발판으로 공공기관 평가 시 어려움을 겪던 사례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연구기관 특성에 맞지 않는 어려운 점을 설명하면서 기재부 공무원들도 필요성에 공감하기 시작했다. 

다만 법률 개정이 계속 지연됐다. 연구목적기관의 별도 분류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다른 기관을 함께 분류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결정이 미뤄졌다. 이후 공공기관 내부에 별도 분류 기준을 신설해 분류하는 것으로 기획재정위서 가결되고,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이어졌다. 

법률 개정 이후도 순탄치 않았다. 개정법 시행령을 만들고, 이 과정에서 국가과학기술연구회,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산하 기관을 포함하는 것이 수락됐다. 하지만 IBS, ADD, 해양과기원, 4대 과기원 등을 포함하는 것에 대해 이견이 있었고, 연구기관마다 다른 사정도 고려해야 했다. 연구개발목적기관에 포함될 기관이 선정되고, 세부 항목 논의가 지속됐다.

신 의원은 "기관 선정에서 의원실에서 제안한 안이 많이 받아들여졌으며, 세칙에 대한 논의도 시작됐다"면서 "국회, 정부 등서 법안 통과 이후 시행령에도 취지를 훼손시키지 않고, 필요성을 인정시켜줘 좋았다"고 설명했다.

신 의원은 미래부 차관을 역임한 홍남기 기재부 장관을 만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신 의원이 공운위 결정 직후 보낸 문자에 홍 장관이 "과학기술인이 기를 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답장했다.

◆과학계 자율성확보 노력 필요···"권한만큼 책임도 가져야"

"연구현장에 자율성을 부여하겠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실질적으로도 그렇게 됐으면 합니다. 연구현장에서 원하는 방향으로 가도록 계속 챙길 계획입니다."

신 의원은 연구목적기관의 별도 구분에 성공한 만큼 이제는 세칙 등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학계가 본인들이 원하는 바를 적극 전달하도록 문화가 바뀔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그는 "과학기술인 성격상 정치권에 의견을 표출하는 것이 익숙지 않다는 점을 이해한다"면서도 "행정 분야 뿐만 아니라 다수 연구자에게 이러한 정책의 중요성이 전달되고, 협력해 필요한 부분을 개선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 의원은 "연구 자율성은 저절로 나오는 것이 아니며, 실제 변화를 이끌기 위해 현장의 의견을 모아 자료화하고, 정치권에 전달하는 것도 필요하다"면서 "앞으로 세칙 등이 법 취지에 어긋나지 않도록 감시하고, 실질적 개정 사항들을 챙겨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신 의원은 주변의 도움으로 연구개발목적기관 지정에 성공한 만큼 과학계가 자정하는 문화를 갖추면서 책임감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소수 연구자들의 부정학회 참석, 연구비 남용 등으로 정부나 국회에서 과학계를 생각보다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연구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만큼 이제는 과학계가 신뢰를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과학계 스스로 자정문화를 갖추고, 책임을 다하는 기회로 삼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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