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이야기]이상목 바이오큐어팜 대표 "약값 비싸 치료 못받는 저개발국 보며 창업"
"조인트벤처 설립, 주주들이 우즈벡 관계자에 소개"
3월말 구체화 후 기초·바이오 의약품과 백신 제조 시설 건립 예정

지난 1월 우즈베키스탄의 초청으로 이상목 대표(사진 정면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우즈벡 현지에서 조인트벤처 설립안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이상목 대표 제공>
지난 1월 우즈베키스탄의 초청으로 이상목 대표(사진 정면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우즈벡 현지에서 조인트벤처 설립안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이상목 대표 제공>
"바이오 의약품은 20년 특허가 만료돼도 기술이 안돼 못 만들어요. 몇몇 선진국이 약품 생산을 독점하는 이유죠. 기업은 직원과 가족을 돌보고 사회와 인류에 공헌해야 한다는 마인드로 15년을 달려왔는데 국제적으로도 소문이 난 것 같습니다."(웃음)

이상목 바이오큐어팜 대표는 그간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치는지 이야기하며 미소를 지었다.

바이오큐어팜은 15일 중앙아시아 독립국가연합(CIS) 국가 중 우즈베키스탄(이하 우즈벡)과 기초의약품, 바이오 의약품, 백신 생산 시설 건립 협약을 맺었다. 우즈벡은 의약품 생산 시설이 없어 의약품을 전량 수입한다. 약품값이 고가로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는게 현실이다.

이번 우즈벡 의약품 시설 건립 예산은 저개발국 보건의료 분야를 돕는 홍콩 재단(업무는 골드 드림)에서 8200만 달러(900억원 규모)을 지원키로 했다. 즉 바이오큐어팜은 기술, 재단은 자금, 우즈벡은 부지와 각종 행정적 지원을 맡게 된다. 2월말 께 3개 기관이 만남을 갖고 3월말 진행 계획을 구체화 할 예정이다.

이상목 대표는 "창업 후 협력을 제안해 온 나라, 회사들이 많았다. 대부분 우리에게 자금, 기술을 다 대라는 식이라 이뤄지지 못했는데 이번에도 반신반의 했던 게 사실"이라면서 "지난해부터 양국을 오가면서 논의하며 접종 프로그램도 없는 그들의 절실함을 보게 됐다"며 그간의 과정을 설명했다.

◆친구들의 신뢰로 시작한 창업, 주주들의 소개로 우즈벡 이어져

대기업 제약사에서 23년간 연구와 생산 총괄을 맡았던 이상목 대표. 저개발국 대부분 기술력이 안돼 바이오 의약품을 생산하지 못하면서 같은 약을 고가에 구입해야 하는 현실과 그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치료 받지 못해 삶을 포기하는 광경을 지켜보며 2005년 창업에 나섰다. 기업의 역할이 인류와 사회 기여라는 철학으로 소신 있는 행보를 시작한 것. 그의 철학에 친구들이 앉은 자리에서 5억원을 모아 창업을 지원했다.

"바이오 의약품은 기술력이 중요해 지식집약적이고 고부가가치산업인데 실제 제조 원가는 높지 않습니다. 때문에 자국에서 생산하면 약값을 낮출 수 있습니다. 그런데 후진국에서는 기술력도 자금도 없어 많은 사람들이 치료를 포기하는 상황이죠. 그래서 창업 이후 터키, 중동 국가 등 저개발 국가들을 중심으로 조인트벤처 설립을 추진해 왔어요."

이상목 대표는 1년에 24만km 거리를 누비며 활동을 펼쳐왔다. 창업을 지지해준 친구들과의 약속이 그를 더욱 부지런하게 했다. 노력들이 쌓이며 바이오큐어팜은 이집트, 터키와 공장설립 프로젝트를, 캐나다에서는 자회사인 바이오큐어 테크놀로지가 캐나다 증권거래소에 진입했다.

그는 "이집트 사무실의 매니저 아내가 다발성 경화증에 걸렸는데 약값이 우리가 구할 수 있는 금액보다 몇배나 비쌌다. 치료를 하려면 10개가 필요한데 그들 수입으로는 치료에 집중하기 어렵다. 여러사람의 도움으로 한국에서 약을 구입해 줬다"면서 "조인트벤처 타겟 국가를 주로 저개발국으로 한 이유이고 기업의 역할로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더 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런 때문인지 바이오큐어팜의 주주 중에는 마니아층이 많다.  이번 우즈벡 진출 계기도 주주들의 추천이 계기가 됐다.

"우즈벡에서 의료 선교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박영환이라는 의사 분이 지난해 4월 바이오큐어팜을 찾아 왔어요. 주주들이 추천했다면서. 그분이 우즈벡에서 병원을 짓고 있는데 의약품 생산시스템이 필요하다면서 같이 해줄 것을 제안하셨죠."

처음에는 이 대표도 믿지  않았다. 이런 방식으로 제안해온 사례들이 그동안에도 많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박 박사께서 3번을 찾아 왔다. 그리고 우즈벡 정부에서도 초청을 해서 1월에 갔는데 그들은 대통령을 중심으로 국가의 명운을 걸고 있었다. 협약 과정을 넘어 확정을 요청할 정도였는데 진정성이 전해졌다"며 당시를 돌아봤다. 공감대가 커지며 진행에도 속도가 붙었다.

이상목 대표(사진 왼쪽)가 15일 바이오큐어팜을 방문한 우즈벡 관계자에게 시설을 설명하고 있다.<사진=강민구 기자>
이상목 대표(사진 왼쪽)가 15일 바이오큐어팜을 방문한 우즈벡 관계자에게 시설을 설명하고 있다.<사진=강민구 기자>
◆60여종 기초의약품 바이오 의약품 백신 제조 시설 건립 추진
 
바이오큐어팜은 앞으로 60종의 기초의약품, 바이오 의약품, 백신 생산 시설 건립을 위한 기술적 지원을 하게 된다. 이 대표는 1단계로 기초 의약품(2년)과 바이오 의약품(3년) 시설을, 2단계로 백신 시설 건립을 예상하고 있다. 건립이 진행되는 동안 인력양성도 병행키로 했다. 

이 대표는 지난 1월 우즈벡 정부의 초정으로 그들과 미팅을 갖고 논의를 진행했다. 이 대표는 "당초 기초와 바이오 의약품 시설 건립안이었는데 우즈벡 정부에 백신 시설 건립을 제안했다. 8200만 달러(900억원)는 홍콩 재단, 2000만 달러의 예산은 우즈벡이 지원할 것을 요청했다"면서 "그들은 바이오 의약품 생산으로 리딩 국가가 되고자 하는데 국가적 진정성을 보여달라는 취지에서 그리고 우즈벡 국민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 백신 시설을 추가해야 한다고 건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의약품 총괄 관계자가 대통령 직속으로 바로 보고가 들어가면서 가장 먼저 할 일을 부터 물어왔다"면서 "처음부터 투자를 다 하지 못해도 투자를 하겠다는 의지 보여 그들의 진심성과 절박함을 느낄 수 있었다. 관련 기획안을 작성해 보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우즈벡은 구소련 붕괴로 1991년 독립했다. 전체 인구 3300만명 중 한국인 후손인 고려인이 30만명정도 거주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국민 1인당 GDP는 2000달러 규모, 의료 지원 시스템이 없어 국민의 70%정도가 간염 보균자로 평균 수명은 65세를 조금 넘는다.

아직은 후진국에 속하지만 중앙아시아 중심에 위치해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우즈벡은 헬스케어 사업으로 CIS 국가 중 리딩 그룹이 되고자 하는 열망이 크다. 최근에는 한국의 자동차 회사가 우즈벡  나망간 지역에 상용차 조립 생산 공장을 건립하는 등 한국 기업들의 진출도 늘고 있다. 이번 바이오큐어팜의 우즈벡 진출은 대덕벤처의 CIS와 유럽 진출 관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오큐어팜은 의약품 생산 시설 건립 후 우즈벡에 약품을 공급하고 이후 13개 CIS 국가에도 독점적으로 약품을 공급할 전망이다. 또 무슬림 국가에는 할랄(Halal) 의약품 제조 방식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바이오큐어팜은 관련 기술도 이미 확보한 상태다.

이 대표는 "2월말께 바이오큐어팜, 홍콩재단, 박 원장님과 미팅을 통해 조인트벤처를 구체화하면 3월말 우즈벡 사업도 속도를 낼 것"이라면서 "그동안 사업 과정이 비지니스적 접근보다 인도적 차원이 많았다. 나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됐지만 투자자들의 지원이 있어서 가능했다. 더 나은 사회로 가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고마움을 표하며 사업 철학을 강조했다.

한편 바이오큐어팜은 캐나다 증권 거래소를 통해 우즈벡 진출 내용을 18일자로 공시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과 지난 15일 바이오큐어팜을 방문한 우즈베키스탄 관계자들.<사진=이상목 대표, 강민구 기자>
지난해 12월과 지난 15일 바이오큐어팜을 방문한 우즈베키스탄 관계자들.<사진=이상목 대표, 강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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