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중앙과학관서 '원자력연 창립 60주년 기념식' 열려
정부 "포상 원래 없는 것"···축전·화환도 없어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창립 60주년을 맞았다. 1959년 대통령 직속기구인 원자력원 소속기관으로 설립된 이래 원자력·방사선 기술을 자립하며, 에너지 독립국의 기틀을 마련한지 60년의 세월이 흐른 것이다. 한국에서 60이라는 숫자를 중요시 한다는 점에서 '환갑잔치'를 맞은 셈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9일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원자력연 창립 6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원자력연은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 첫 60주년이 된 기관이다. 그동안 한국 과학계와 산업계 발전에 기여한 점도 다수다. 모두가 기꺼이 축하할 만한 역할도 해 왔다.

그러나 대통령·국무총리는 물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조차 국무회의 일정을 이유로 현장을 찾지 않았다. 별도의 축하메시지나 화환도 없었다. 고위급 인사로 문미옥 차관이 참석했다. 문 차관도 이날 축사와 포상, 장관이 참석하지 못한 이유를 해명한 직후 자리를 떴다. '초라한 잔치'도 부족해 씁쓸한 자리가 됐다. 

최근 강원도 산불로 인해 대덕을 방문하기 어려웠다는 점을 감안해도 '원자력 홀대론'이나 '과학계 홀대론'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서울에서 열린 '5G 전략' 발표회에 참석해 정보통신관계자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정부의 지원 의지를 표명한 것과도 상반되는 대목이다. 

​원자력연은 애초 과기부 장관과 함께 OECD 원자력개발국장, IAEA 자문위원 등을 역임한 하재주 前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을 중심으로 IAEA 사무총장 초청을 추진했으나, 하 원장의 도중 하차 등으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념식에서는 특별 포상이나 정부 훈장이나 포상 없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표창 시상이 진행됐다.

문미옥 차관은 행사에서 "원자력연 60주년을 맞아 정부에서도 노력을 많이 했다"면서 "정부 훈장이나 포상은 '원자력의 날'에 수여하고 있으며, 이번에는 원자력 발전에 공헌한 이들에게 표창을 했다"고 해명했다.  

원자력연도 "지난 2009년 개최한 50주년 기념식에도 민동필 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이 최고위직 참석자였으며, 정부 포상도 반세기를 기념하는 특수성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행사 참가자들은 참담한 속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1999년부터 2005까지 기관을 이끈 장인순 前 한국원자력연구소장(現 한국원자력연구원)은 "60주년을 맞아 축제의 장이 되기를 바랐지만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맞물려 조촐하게 진행된 행사를 보면서 참담했다"면서 "문 차관의 변명이 이치에 맞지 않고 후배들의 모습이 씁쓸해 행사 도중에 돌아왔다"고 토로했다. 

장 前 소장은 "40주년 행사 당시에도 과기부 장관을 비롯해 IAEA 사무총장 등 과학계 인사가 함께 하는 축제의 장이었다"면서 "원자력계가 홀대받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원자력 60주년 기념식' 행사 주요 외빈으로는 문미옥 과기부 차관, 허태정 대전광역시장, 원광연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이사장 등이 참석했다.<사진=강민구 기자>
'원자력 60주년 기념식' 행사 주요 외빈으로는 문미옥 과기부 차관, 허태정 대전광역시장, 원광연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이사장 등이 참석했다.<사진=강민구 기자>

각 기관, 학회, 연구소 등에서 보내 온 화환. 정부서 보내온 화환은 없었다.<사진=강민구 기자>
각 기관, 학회, 연구소 등에서 보내 온 화환. 정부서 보내온 화환은 없었다.<사진=강민구 기자>
◆밤낮 연구로 기술 자립···"새로운 물결서 원자력 중요성 알리는 계기로"

원자력연은 지난 1959년 설립된 이래 한국표준형원전인 울진 3,4호기의 핵심이 되는 원자로계통 설계를 성공적으로 수행했으며, 중소형 규모 원자로인 SMART를 개발했다. 이를 통해 비용절감효과와 원자력 기술자립화를 이끌었다. 이 밖에 소듐냉각고속로, 핵융합, 수소생산용 원자로, 양성자가속기 사업 등 미래기술 개발에도 주력해 왔다. 

이날 기념행사에서는 원자력연 60년 기념영상 시청과 원자력연의 새로운 비전인 '안전하고 풍요로운 미래를 위한 원자력 과학기술, KAERI가 만듭니다'가 발표됐다. 

이와 함께 지난 60년간 원자력 연구개발에 이바지한 공로자 10명에 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표창 시상이 진행됐다.  
 
표창장은 ▲임연수 책임연구원 ▲박호진 선임연구원 ▲김태환 책임연구기술원 ▲허진목 책임연구원 ▲배형우 선임연구원 ▲신봉희 선임행정원 ▲홍대석 책임연구원 ▲배영민 선임연구원 ▲정성희 책임연구원 ▲장한 행정원이 수상했다. 

박원석 원장은 "한국 현대산업발전사와 유사하게 원자력연이 발전을 거듭해 왔다"면서 "빈약한 인적·물적·자원 한계 극복하고, 애국심과 소명의식을 갖고 밤낮 연구에 매진한 끝에 원자력기술자립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환경, 가치 기준 변화, 기술 동향이 급변하는 가운데 원자력도 새시대가 요구하는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면서 "창립 60주년을 맞아 국민과 함께 연구원의 미래를 고민하고, 마음가짐을 다잡는 계기로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허태정 대전광역시장은 "원자력연구원 60주년을 대전시민과 함께 축하한다"면서 "원자력연 발전은 대전시 미래와 궤를 같이 하며, 원자력연이 새로운 60년을 만들며 도약하기를 바란다"고 축사를 전했다. 

원광연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은 "지난 1959년 설립이래 원자력연 선후배들의 열정으로 결실을 이끌어냈다"면서 "원자력기술 발전을 위해 정부 지원이 있어야 하며, 원자력계도 국민의 지지를 받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아마노 유키아 IAEA 사무총장은 영상 축전을 통해 "원자력연은 IAEA의 중요한 파트너로, 한국이 기술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발전하는데 역할을 담당했다"면서 "원자력연은 이제 원자력 개도국들의 롤모델이자 세계 최고 수준의 원자력연구개발기관으로 발전했으며, 앞으로 IAEA와의 협력이 강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창립 60주년' 기념식 참석자들의 단체 사진.<사진=강민구 기자>
'한국원자력연구원 창립 60주년' 기념식 참석자들의 단체 사진.<사진=강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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