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타계···국내 전자 산업계 발전 이끌어
병상 중에도 학교 찾아···"후학 양성, 기술 발전에 기여"

국내 전자산업의 산증인 김정식 대덕전자 회장 겸 해동과학문화재단 이사장이 11일 타계했다. 향년 90세.

故 김정식 대덕전자 회장은 1929년생으로 함경남도 조선전기공고를 졸업했다. 서울대 전자공학 학사, 광운대 명예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故 김정식 대덕전자 회장.<사진=서울대 제공>
故 김정식 대덕전자 회장.<사진=서울대 제공>
고인은 지난 1965년 대덕산업 주식회사 법인을 설립한 이래 기업을 이끌며, 인쇄회로기판(PCB)를 생산을 통해 국내 전자 산업계의 발전을 이끌었다.   

주요 직책으로 대덕전자, 대덕GDS, 히로세코리아 회장직을 역임했다. 지난 2006년 '한국을 빛낸 엔지니어 60인'으로 선정됐으며, 2009년 서울대 총동창회 관악대상 등을 수상했다. 

고인은 기술 확산과 인재양성에도 남다른 관심을 가졌다. 이공계 인재 육성을 위한 장학사업부터 연구를 지원하는 해동상 설립으로 과학계 저변을 넓혔다. 재단이 후원하는 해동상은 공학기술 문화 확산과 공학교육 혁신에 기여한 자를 발굴해 시상해 왔다.

그는 지난해 11월 중순 이후부터 건강이 악화돼 병상에서 투병활동을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픈 중에도 지난 2월 서울대를 직접 찾아 해동첨단공학기술원(가칭) 설립에 써달라며 500억원을 쾌척하기도 했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고인과 관련해 "기부금을 주기 위해 매우 서두르셨다며 자신이 숨지고 나면 어떻게 될지 모르니 바로 줘야 한다고 강조해 하루만에 모든 절차를 마치고 바로 다음날 500억원을 입금했다"고 밝혔다.

학교 측에서는 입원중임을 알고 병원에서 기부절차를 밟는 것을 제안했으나 아픈 몸을 이끌고 굳이 학교를 방문해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500억원이란 사상 최대 기부금은 전적으로 개인 돈으로 알려졌다. 

오 총장은 12일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AI 밸리를 반드시 성공시키겠다"고 강한 의지를 밝혔다. 

고인은 생전에 한국의 기술 수준에 많은 우려를 표하며 외국 기술을 많이 공부해야 하고, 특히 일본의 기술은 우리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에 세운 해동일본기술정보센터도 그 맥락에서 설립했다. 일본정보센터에서는 매주 일본의 기술 관련 최신 정보를 발신해 배포하고 있다. 

이원규 해동일본기술정보센터 총괄 처장은 "2015년 9월경 처음 고인을 만났는데 직무실에 신문, 책이 수북이 쌓여 있고, 색연필로 공부한 흔적이 남아있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면서 "학교에 기부만 한 것이 아니라 종종 들려 센터와 학교 발전을 위해 고민하시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 처장은 "고인은 학교, 후배를 위한 일이라면 마다하지 않고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다"면서 "이러한 분을 모시고 일할 수 있어 행운이었으며, 별세 소식이 안타깝다"고 애도했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됐다. 회사 장례 위원회는 조의금과 조화를 받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발인은 15일이다. 

故 김정식 회장은 생전에 후학 양성에 힘썼다. 그가 사람을 키우기 위해 설립한 해동일본기술정보센터에 '기술은 사람만들기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사진=강민구 기자>
故 김정식 회장은 생전에 후학 양성에 힘썼다. 그가 사람을 키우기 위해 설립한 해동일본기술정보센터에 '기술은 사람만들기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사진=강민구 기자>

故 김정식 회장은 병상중에도 해동첨단공학기술원(가칭) 건립을 위해 학교를 찾았다.<사진=서울대 제공>
故 김정식 회장은 병상중에도 해동첨단공학기술원(가칭) 건립을 위해 학교를 찾았다.<사진=서울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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