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과학관 수장에 2년 임기 관료? 전문가 필요

중앙과학관 11년간 8명의 과기부처 관료, 모두 임기 못 채워
과학 선진국, 길게는 10년 이상 임기로 과학문화 중심축 역할
국립중앙과학관(이하 중앙과학관) 수장 자리가 또 공석이다. 전임 관장이 임기를 7개월여 남기고 이번달 1일 다른 기관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벌어진 일이다. 그렇다고 임기를 마치지 못한 전임 관장을 탓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2년 임기 후 무조건 물러나야 하는 상황에서 사전에 자신에게 필요한 일자리를 찾아 가는 것을 나무랄 수 없다. 

중앙과학관 관장 공모는 개방형이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출신 관료의 전유물이 됐다. 2008년 김영식 관장을 시작으로 이후에 임명된 이은우 전 관장, 박항식 전 관장, 최종배 전 관장, 김주한 전 관장, 양성광 전 관장, 배태민 전 관장까지 과기부 출신이다.

개방형직위 공개 모집 이후 11년간 외부 전문가가 임명된 사례는 없다. 물론 전임 관장 중에 과학관에 남다른 애정을 가진 인물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과학계 현장에서는 이를 두고 '과기부처 고급관료를 위한 자리' '회전문 인사'라는 씁쓸한 지적도 다수다.

과기부 내부 임명 시 관장 임기는 3년이 아닌 2년이다. 취임 후 2년만에 임기가 종료되는 것. 그러다보니 그동안 임명됐던 관장 대부분 자의, 타의로 임기를 채우지 않고(못하고) 떠났다. 많게는 11개월, 적게는 4개월의 임기를 남겨두고 관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관장 취임 후 일년에서 일년 반 정도 일한 셈이다. 업무 파악 후 얼마나 업무에 집중 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렇다고 사명감을 강조하며 임기를 채우라고 할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임기가 종료되고 평가에 따라 재임명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국내에는 11개의 국립과학관과 87개의 공립과학관 등 129개의 국·공·사립 과학관이 있다. 주요 역할로 과학을 탐구하고 즐겁게 참여하는 과학문화 확산을 꼽는다.

대중의 과학적 관심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중앙과학관 누적 방문객이 설립 28년 5개월 만인 올해 3월 3000만명을 돌파했다. 1000만명 돌파에 11년 6개월, 2000만명 돌파에 22년 6개월 걸린 것에 비해 빠른 기간으로 과학관을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의미다.

이런 흐름은 과학문화 확산의 중심축인 과학관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는 시점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또 대중이 지속적으로 과학관을 찾을 수 있도록 관람객 관점의 프로그램 고민이 필요하다. 2년 임기도 다 채우지 못하고 떠나는 수장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게 사실이다.

이부분에서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의 사례를 살펴보자. 지난 3월에 열린 과학관 CEO 포럼에서 곽수진 더 쉐이크 크리에이티브 대표는 커크 존슨 박사(스미스소니언 자연사박물관 디렉터)가 2015년에 예일대 피다비 자연사박물관에서 발표한 내용을 정리해 소개했다.

우선 커크 박사는 2012년 스미스소니언 관장에 취임, 올해로 8년째 자연사박물관을 이끌고 있다. 스미스소니언의 흥미로운 자산은 지역사회와 연결돼 학생인턴이 많고 그들이 나중에 과학자가 되고 박물관 직원으로도 온다는 점이다. 그만큼 애정을 가진 전문가가 양성되는 셈이다.

박물관의 가치, 학습, 전략을 위해 방문객의 이해에도 관심이 높다. 어린이부터 할머니까지 다양한 연령층, 인종이 방문하는 곳으로 재미있고, 사회적이며, 흥미로운 박물관에 가치를 두고 관람객에게 초점을 맞춰가고 있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했던 미국 샌프란시스코 산타크루즈 예술·역사 박물관의 니나 사이먼 관장도 지역민과 함께하는 박물관을 주제로 해결책을 찾아갔다. 그 결과 폐관 위기에 처했던 박물관이 지역민의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1만7000명에 불과했던 방문객은 2018년 14만8000명으로 늘어났다. 니나 사이먼 관장 역시 2011년부터 산타크루즈 예술·역사 박물관 수장을 맡고 있다. 한국의 과학관 관장이 2년 임기도 다 마치지 못하고 떠나는 것과 대조적이다.

과학기술 발달로 과학이 실생활로 속속 들어오면서 대중의 과학적 관심도 일상이 됐다. 그에 맞는 과학 문화도 요구된다. 과학관은 과학 문화 확산의 중심축이다. 미국을 비롯해 영국, 독일 등 과학 선진국들의 강점은 과학관의 활성화로 자연스럽게 과학 문화도 성숙된다는 점이다. 어린이들이 수시로 과학관을 찾으며 과학자의 꿈을 키운다(영국 런던의 자연사 박물관은 오전 11시가 되면 발 디딜틈이 없을 정도다). 또 다양한 과학문화 행사가 열리며 지역의 커뮤니티 역할을 하고 있다.

때문에 과학관 수장은 관련 부처 관료들이 잠시 머물다 가는 '회전문 인사' 자리가 되면 안된다. 자리 따라 왔다가 쉽게 떠나는 관료 출신 수장이 아니라 과학관의 역할을 제대로 아는 전문성, 방향성을 갖춘 전문가가 와야 한다는 게 과학계 현장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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