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계 "원전 빠진 에너지 정책' 가능할지 우려"
과실연 "일방적 탈원전 미세먼지·기후변화 문제 해결 어려워"

정부가 원자력발전은 제외하고 2040년까지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을 최대 35%까지 늘리겠다는 '3차 에너지기본계획안'을 발표한 가운데 과학계는 에너지 주권국이길 포기한 정책으로 사회문제인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저감 대안으로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자력발전을 사회적 논의의 장에 올리자고 제안했다.

지난 19일 산업통상자원부가 공개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정부안에 의하면 정부는 종전 공급 중심에서 소비혁신 중심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바꿔 산업, 수송, 가정 등 부문별 수요 관리를 강화키로 했다. 즉 2017년 에너지 수요보다 2040년 수요가 늘겠지만 수요 억제 관리를 통해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또 전기를 많이 쓰는 형광등은 시장에서 퇴출하는 등 에너지 소비를 줄이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안이다.

하지만 3차 에너지기본계획은 5년전 2차 에너지기본계획(에너지기본계획은 5년 주기로 수립하는 에너지 분야 최상위 법정 계획)과 달리 재생에너지 외에는 원전을 포함한 발전원별 비중 목표를 담지 않았다. 문재인 정권의 탈원전 정책 공약에 맞춰 원전 비중을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주먹구구식 에너지계획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정부의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안'의 지나친 신재생에너지 낙관론과 실천 가능성 여부 문제를 지적했다. 정부가 탈원전과 탈석탄화를 추진하다보니 정작 필요한 경제성, 에너지안보, 국가 전력망 설계, 적정 에너지 믹스에 대한 심도있는 고민을 다루지 못했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9일 정부의 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원자력발전 비중은 제외한 계획으로 전문가들은 주먹구구식 에너지계획이라고 지적한다.<이미지=산업통상자원부>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9일 정부의 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원자력발전 비중은 제외한 계획으로 전문가들은 주먹구구식 에너지계획이라고 지적한다.<이미지=산업통상자원부>
◆ 신재생 에너지 비중 35%? 국토 일조량 기술 부족

과학계는 정부가 3차 에너지기본계획안에서 제시한 2040년까지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 30%  이상은 어렵다고 진단했다. 국내 국토 면적이 좁고 일조량이 부족해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것.

또 향후 전력 수요를 낮춰 잡은 것도 현실과 맞지 않는다. 정부는 2040년까지 전기차 830만대, 수소차 290만대 보급을 예상, 실질적으로 2040년까지 에너지 소비가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인데 수요 억제 관리로 낮추겠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과학계는 꼬집었다.

정동욱 교수는 "새만금 부지만큼의 3기가와트급 태양광·풍력 발전단지가 계속 필요한데 국토 면적을 봤을때 현실성이 부족하고, 간헐성이나 단일전원 등의 문제도 극복하기 어렵다"면서 "정책이 탈원전, 탈석탄화에 집중되다 보니 에너지 안보, 전력믹스, 안정된 전력망 설계에서 취약한 발표가 이뤄져 미래가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태양광과 풍력에서 생산된 전기를 저장하는 장치인 ESS의 불안정성도 문제로 제기됐다. 정부는 ESS화재가 전국에서 20건 넘게 발생했으나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ESS는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으로 생산된 전기나 값싼 심야 전기를 배터리처럼 저장했다가 필요할때 쓸 수 있는 장치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위해 ESS는 바늘과 실처럼 따라 붙는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화재가 발생하면서 가동 중단이 어어지고 있다. 아직 정부는 원인도 파악하지 못하면서 ESS 가동 중단을 권고했다.

산업부는 이같은 문제에 올해 1월 출범한 민관합동 ESS 화재 사고 조사위원회가 원인 규명을 조사중이고 정부도 ESS 안전 대책과 ESS 생태계 육성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해명했다. 또 ESS 화재사고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와 관련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과학계에서는 ESS 구조상 화재는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출연연의 한 연구자는 "ESS는 태양광이나 풍력에서 생산된 전기를 저장했다가 사용하게 된다. 과충전시 더 이상 충전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제 역할을 못하면서 과부하를 견디지 못해 화재로 이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기술적으로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 신재생에너지 도입을 서두르며 문제가 이어지는 셈이다.

정부는 부문별 수요관리를 강화해 에너지 사용을 낮추겠다는 계획을 제시, 전문가들로부터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을 받았다.<이미지=산업통상자원부>
정부는 부문별 수요관리를 강화해 에너지 사용을 낮추겠다는 계획을 제시, 전문가들로부터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을 받았다.<이미지=산업통상자원부>
◆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문제 해결위해 '원자력 발전 사회적 논의' 필요

정부의 '3차 에너지기본계획안'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된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문제 해결에도 전혀 대안이 되지 못하는 지적도 제기됐다. 그러면서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위해 원자력발전을 사회적 논의의 장에 올려야 한다'는 과학계의 주장도 나왔다.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상임대표 노석균, 이하 과실연)은 과학의 날(4월 21일)을 맞이해 '원자력발전을 사회적 논의의 장에 올려 놔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22일 발표했다.

성명서에 의하면 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가 지정한 1군 발암 물질. 그러나 정부의 미세먼지 저감 대응은 주의보와 경보 발령, 외출자제, 마스크 착용 등 소극적 차원으로 실질적인 저감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이산화탄소는 기후변화를 유발하는 가장 큰 위험 요인. 우리나라 역시 기후변화로 폭염, 가뭄, 국지성 폭우 등 여러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환경부는 폭염이 지속될 경우 활발한 광화학 반응으로 2차 생성 미세먼지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

과실연은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 문제를 가장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배출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라면서 "배출 차단 방법이 있다면 최우선 순위에 두고 고려하는게 합리적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지난 2년간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 해결책으로 원자력발전 논의조차 봉쇄되고 있는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과실연은 "전체 미세먼지의 15%가 화석연료를 사용한 발전에서 배출된다. 하지만 원자력발전은 미세먼지도 이산화탄소도 배출되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기술 선진국이라는 강점도 있고 대외 의존도도 낮아 에너지주권 확보에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물론 원자력 발전은 사고가 나면 막대한 피해가 따른다. 때문에 그 위험이 발현되지 않도록 관리가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원자력 발전이 도입되고 수십년간 관리우위를 유지해 왔다. 원자력 선진국들도 기술면에서 한국이 앞섰다고 인정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번 정부 들어서면서 탈원전 기조가 강조되며 에너지 정책도 정쟁화로 원자력 발전은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대안으로 논의초자 이뤄지지 못한게 사실이라고 과실연은 지적했다.

과실연은 끝으로 사회 문제로 부각된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문제 해결 위해 원자력발전을 두고 소모적 논쟁을 중지하고 과학적 근거와 사회적 논의로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방안을 찾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다음은 과실연이 성명서를 통해 정부에 권고한 내용이다.
- 탈원전 정책이 진영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이념적이고 정쟁적으로 활용돼 이에 대한 올바른 논의를 봉쇄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흐리게 하는 시도는 중지되어야 한다.
- 정부는 권위 있는 과학기술 및 인문사회 단체에 의뢰해 지난 2년간의 탈원전 정책 결과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그 결과를 국민에게 보고하라.
- 정부는 원자력발전을 사회적 논의의 장으로 불러내 과학적, 사회적, 정책적 차원에서 미세먼지 배출, 이산화탄소 배출, 신재생에너지 등과의 관련성을 거침없이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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