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어떻게 사랑하고 미워하며 언제 행복하고 불안해지는가?
저자 :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 출판사 : 다산사이언스
글=출판사 리뷰

◆ 물질과 생명에 이은 마지막 탐구 주제 '마음'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말해주듯, 인간의 마음은 오래전부터 미지의 영역으로 간주되어 왔다. 하지만 애덤 스미스와 찰스 다윈을 거쳐 인공지능 연구까지 250년간 끊임없이 이어져 온 마음 탐구의 역사는 21세기에 신경과학 연구를 기점으로 분수령을 맞았다.

인간의 생각과 감정, 즉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실마리가 잡힌 것이다. 이 연구 성과들은 많은 것을 바꾸었다. 행동경제학이라는 학문이 생겨났고, 인간에 대한 이해, 즉 인간관이 달라짐에 따라 정치나 경제를 비롯한 사회 시스템이 크게 변화를 맞았다.
인문학과 과학기술이 어떻게 만나는지를 다룬 '지식의 대융합'을 펴낸 융합전도사이자 대한민국 과학칼럼니스트 1호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이 책을 통해 그간 학계에서 진행해온 마음 관련 연구를 소개한다.

그는 1992년 국내 최초의 인지과학 개론서 '사람과 컴퓨터'를 출간한 이후 지금까지 마음 연구와 인공지능 분야의 새로운 지평이 열릴 때마다 가장 먼저 대중에게 소개해왔다. 이 책은 이인식 소장이 30년 가까이 사람의 마음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하고 더 나아가 미래 인류의 모습을 예견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연구들을 선별해 집대성한 작업의 결과물이다.
책에 소개된 연구들은 심리학은 물론 경제학과 정신의학, 정치학, 로봇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표된 최신 결과다. 더불어 연구 결과가 학업과 직장생활, 인간관계 등 삶의 각 영역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설명해준다. '매번 시작을 미루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타적인 사람의 본성은 선함에서 나오는가?' '마음을 몸이 아닌 다른 곳에 보관할 수 있을까?' 등 다채로운 123가지의 마음 관련 키워드가 담겨 있다.

◆ 오늘날 가장 주목받고 있는 마음 연구 123가지

책은 메시지에 따라 크게 5부 1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는 미루는 습관, 남의 불행을 보고 고소해하는 감정(샤덴프로이데), 사랑하는 이를 사별한 후에도 금세 웃는다는(회복탄력성) 죄책감 등을 겪는 개인이 자신의 마음을 성찰할 때, 또 지구력이나 기억력이 매우 뛰어난 특별한 사람들의 마음에 비밀이 있는지와 행복이나 긍정성 등 일상에서 개인을 대상으로 많이 언급되는 연구 주제들을 모았다.

2부 '사회생활을 지배하는 마음'에는 논리를 뛰어넘어 단숨에 상대를 납득시키는 초설득, 사회적 협력과 이타적 행위, 잠재된 폭력성의 발현이나 데이트 심리 등 우리가 타인과 더불어 생활하면서 겪는 심리 현상 33가지가 망라되어 있다. 3부 '마음이 세상을 움직인다'에서는 개인이 소비나 마케팅 같은 경제적 활동이나 정치적 선택을 할 때 개인과 집단의 마음속에서 나타나는 28가지 현상을 설명한다. 여론, 즉 대중의 심리가 얼마나 쉽게 조작되는지 보면 놀람을 금치 못한다.
물론 지금까지 마음 연구가 많이 진행되었지만 그렇다고 마음 연구가 끝난 것은 아니다. 4부 '우리가 모르는 불가사의한 마음'에는 신념을 초월한 굳건한 믿음, 명상에 대한 연구, 또 우리에게 잘 알려진 '플라시보 효과'의 반댓말 '노시보 효과' 같이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을 다룬 25가지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5부 '미래의 마음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는 인공지능과 뇌과학에 의해 마음의 본질과 기능이 바뀌게 될 미래를 11가지의 측면에서 상상한다. 특히 '마음의 미래'에는 뇌과학과 인공지능의 놀라운 발전으로 등장할 놀라운 미래 세계가 묘사되어 있다. 마음 인터넷, 디지털 마음, 마음 업로딩, 초지능은 마음의 미래를 읽다 보면 마음이 꼭 사람의 신체 속에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상상을 하게 만든다.
◆ 인간 탐구의 현주소이자 마음 연구의 결정판

'성격을 바꾸고 싶다' 누구나 가끔씩 하는 생각이다. 성격은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그럴 필요가 없다는 안도감이 생긴다. 저자가 소개한 연구에 따르면 오히려 내 성격의 뾰족한 면을 드러나게 만든 환경을 바꾸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인간에 대한 이해는 사회 시스템뿐 아니라 개인에게도 영향을 준다. 사람으로 인한 내적 갈등은 늘 존재한다. 그럴 때 비교할 상대가 나와 주변인밖에 없다면 자신의 선택이나 판단, 혹은 감정이 옳은지 그른지 판단하지 못해 혼란을 겪고, 반성하다 못해 '나는 왜 이럴까?'라며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이럴 때 인간의 본성에 대해 좀 더 잘 알고 있다면 그렇게 혼란스럽지 않게 된다.
어쩌면 우리는 평생토록 자신의 숨은 본성을 다 못 만나고 죽을지 모른다. 물속에 70퍼센트 이상이 잠겨 있다는 빙산처럼, 마음 한구석에 숨어 있는 우리의 얼굴은 수천 가지가 넘을 것이지만 그중 대부분은 큰 사고나 감당 못할 스트레스 같은 급격한 환경의 변화가 아니고서는 드러날 계기조차 얻지 못한다.
이 책에 소개된 연구자들은 그런 특별한 상황에서 인간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실험을 통해 통계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인간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해준다. 자신, 혹은 그 사람, 혹은 어떤 집단이 마음 지도의 어디쯤을 맴돌고 있는지 개인부터 사회, 나아가 마음의 미래까지 전망하고 있는 '마음의 지도'는 우리의 생각과 감정이 표류할 때 사람에 대한 이해, 그보다도 먼저 큰 사고나 스트레스를 겪지 않고도 자신의 숨겨진 모습을 더 잘 이해하게 되는 좋은 계기를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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