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기관장협의회, 20일 화학연서 '제34회 정책포럼' 개최
인식 변화, 문화 확립 등 필요성 강조

"과학기술계가 주인의식을 갖지 않으면 남 이야기가 되고, 어떠한 정책도 성공하기 어렵다. 과학자도 만족할 수 없다. 공무원이나 국민도 모른다. 대덕의 과학기술인이 중심이 돼 인재 육성에 자신감을 갖고, 일종의 문화운동으로 의견을 확산시켜야 한다. 전임 출연연 원장들은 후배들이 잘하도록 지원해야 한다."(송종국 前 STEPI 원장)

"전문가인 과학기술계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제는 바꿔야 한다. 과학기술인력양성에서 '선택과 집중'이 깨졌다. 과학기술인재는 우수한 사람을 집결시켜야 시너지 효과가 나온다. 원론적 이야기는 그만하고, 하나하나 고쳐야 한다."(노환진 UST 교수)

"출연연에서 인재를 양성하기 어렵다. 52시간 근무제 등으로 칸막이가 더 심화되고, 후배양성도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현문현답(현장에 문제가 있고 답이 있다)이라는 자세로 교육을 비롯한 전반적 시스템을 고쳐나가야 한다."(장문희 대덕클럽 회장)

변화하는 시대 흐름에 맞춰 과학기술계가 주도적으로 인재 양성에 나서고, 정부나 정치권 등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전임출연연구기관장협의회(회장 최영명)는 20일 한국화학연구원 디딤돌플라자 회의실에서 '제34회 정책포럼'을 열고 과학기술분야 인재양성에 대해 논의했다. 

발제에 나선 송종국 前 STEPI 원장은 정부 제도나 정책에 휘둘리지 않도록 과학계가 스스로 문화를 확립하고, 인재 양성 정책을 먼저 요구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송 前 원장은 "지난 인재 육성 정책에는 한계가 존재했으며, 정치·제도 등 환경적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면서 "정부 임기에 맞춘 정책 추진 등으로 단편적이고 전주기적이지 못한 인재가 육성되는 등 2000년대 이후 창의적 과학기술 인재 정책 대부분이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웠다"고 진단했다.

그런 가운데 최근 하드웨어 기술의 발전을 기반으로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빅데이터, 초연결사회 등이 대두되고, 융합과 창조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송 前 원장은 "최소한 교육과 과학 부분에서는 여야 합의가 이뤄져 정권 변화에 관계 없는 인재 양성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면서 "이와 함께 과학계에서도 역으로 정치권, 정부부처에 의견을 전달해 정책화하고, 내부에서도 수월성을 기반으로 건전한 경쟁문화를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 전문가들은 인재정책에 대한 인식 재정립, 새로운 과학기술인재 프로그램 확산, 연구자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 조성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소영 KAIST 교수는 '인력정책'과 다른 차원의 '인재정책' 접근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소영 교수는 "기술개발처럼 투자 대비 효과를 논의할 인력정책과 달리 인재정책은 투자보다 지원에 '가까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대임 前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은 새로운 과학기술인재 프로그램 시행과 확산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강 前 원장은 "실패를 경험하고, 용인하는 문화와 프로그램을 마련해 도전형 인재를 키워야 한다"면서 "이와 함께 정부는 관리자 역할보다 지원자 역할에 충실해야 하고, 단기적 성과보다 장기적 성과를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자가 지속 성장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지속됐다. 

강 前 원장은 "양성된 과학기술 인력들이 활동할 영역과 프로그램 개발을 확대해야 한다"면서 "은퇴가 필요없는 연구 환경을 만드는 등 좋은 인재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환진 UST 교수도 "과학기술"연구인력을 잘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계속 성장할 수 있는 연구기관, 연구중심대학을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국제적 경쟁력이 있는 연구팀의 육성과 기술 축적도 이뤄져야 하며, 윤리·불신·책임 등과 연관해 문화적 요소와 함께 결합해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플로어에서는 교육과 연계한 변화, 성공사례 확산 등이 필요하는 의견이 나왔다. 

장인순 대덕원자력포럼 회장은 "창의·융합하는 인재양성이 중요해지고 있는 반면 교육은 이에 맞춰 변화하지 못했다"면서 "교육은 수월성과 자율성에 기반해야 하며, 수학과 물리를 기반으로 이성적·합리적이고 문제해결 능력을 갖춘 인재들을 배출했으면 한다"고 피력했다.  

김재현 前 한국화학연구원장은 화학연 디딤돌 사업을 예시로 들며, 출연연에서 수행한 우수한 인재양성 사례를 확산시켜, 이를 정부 등에 역제안하는 부분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 前 원장은 "화학연 디딤돌 사업으로 학연생이나 위촉연구원 등이 연구원내 기자재를 활용해 중소기업과 공동연구를 수행하며 성장하고, R&D나 지식재산권 등을 배워 중소기업의 핵심 연구진으로 활약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사례들을 국가적 시스템으로 만들고, 출연연 고유 기능으로 확산할 필요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송종국 前 STEPI 원장은 "정부와 정부부처도 명확한 전략 설정이나 개념 설계를 수행하며 장기적인 제도를 설계하고 구현하기 쉽지 않다"면서 "전문가 집단인 과학기술계가 성공적 사례들을 모으고, 이를 역으로 과기부나 교육부에 제안해서 정책화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임출연연구기관장협의회는 이날 포럼에서 나온 의견들을 취합해 과기부와 교육부에 건의해 정책에 반영하도록 할 방침이다. 
 

발표하고 있는 송종국 STEPI 前 원장.<사진=강민구 기자>
발표하고 있는 송종국 STEPI 前 원장.<사진=강민구 기자>

송종국 STEPI 前 원장은 기존 과학기술인재 육성의 문제점과 해결책을 발표했다.<사진=강민구 기자>
송종국 STEPI 前 원장은 기존 과학기술인재 육성의 문제점과 해결책을 발표했다.<사진=강민구 기자>

패널 토론 진행모습.<사진=강민구 기자>
패널 토론 진행모습.<사진=강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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