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병·학·연·관, 23일 '한마음 워크숍'서 바이오클러스터-병원 연계 논의
의사들, 진료하며 개발한 아이템 소개···기업 대표, 창업 조언 건네

"대전에 바이오 기업 커뮤니티가 생긴 지 15년 정도 됐는데 의사들과 창업 아이템을 주제로 대화를 나눈 것은 처음이다. 병원과 기업이 함께 바이오 사업화를 고민하는 의미 있는 자리다." (이상목 바이오큐어팜 대표)

대전 바이오 기업 대표와 창업을 준비하는 의사가 선배와 후배로 만났다. 바이오 클러스터와 병원이 예비 창업가의 성장 방안을 논의하는 '산·병·학·연·관 한마음 워크숍'이 지난 23일부터 2일간 우정공무원교육원에서 열렸다. 이날 바이오 기업인, 의사, 연구원, 대전시 공무원 등 40여명이 참여했다.

지난 23일부터 2일간 열린 '산·병·학·연·관 한마음 워크숍'에서 대화를 나누는 참석자들. 대전시·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주최하고 대전테크노파크가 주관한 이 행사는 2019년 지역클러스터-병원 연계 창업인큐베이팅 지원사업의 일환이다. <사진=한효정 기자>
지난 23일부터 2일간 열린 '산·병·학·연·관 한마음 워크숍'에서 대화를 나누는 참석자들. 대전시·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주최하고 대전테크노파크가 주관한 이 행사는 2019년 지역클러스터-병원 연계 창업인큐베이팅 지원사업의 일환이다. <사진=한효정 기자>
◆ "갈 길 명확히 정하고 교류 모임 이어가야"

이번 워크숍의 핵심은 창업 아이템 멘토링. 창업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수상한 의사와 초기 창업가가 자신의 아이템을 소개하고 고민을 털어놨다. 

신종욱 충남대학교 병원 교수는 "설익은 아이디어를 가다듬고 사업화하고 싶은데 어디서 전문가를 만나고 연구비는 어떻게 얻는지 궁금했다"고 밝혔다. 정재욱 충남대 병원 교수는 "의료기기 회사에 연락해 시제품 제작을 요청하는 게 맞는지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경영컨설팅 전문가 방상규 메이트 앤 어쏘시에이츠 대표는 첫 단계는 갈 길을 분명히 정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방 대표는 "창업을 하려면 사업화 활동에 주력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은 목표를 세웠다면 사업화를 해줄 수 있는 협력자에게 기술을 완전히 넘기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기술 개발의 본질을 고려해 제품 구조를 다양하게도 생각해보고, 한 번에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말고 사용자가 수용할 수 있도록 조금씩 변화를 주면 좋다"고 덧붙였다.

이상목 대표는 "대전 바이오클러스터에는 의사의 아이디어에 조언을 주고 사업으로 키우거나 투자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많이 있다"며 "이런 만남을 이어가서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경훈 E&S헬스케어 대표는 "아이디어가 시장에 도달하기까지 많은 단계를 거친다"며 "어디서 조언을 얻을지 막막한 예비 창업자들에게 단계별로 도움을 주고 지식을 공유하는 모임이 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창업아이디어 공모전 수상자들에게 조언을 건네는 선배 바이오 기업인들. (왼쪽부터) 조군호 바이오헬스케어협회 부회장, 이상목 바이오큐어팜 대표, 방상규 메이트 앤 어쏘시에이츠 대표, 서경훈 E&S헬스케어 대표. 창업 멘토링은 올해 12월까지 이어지며 하반기에 IR 발표가 있을 예정이다. <사진=한효정 기자>
창업아이디어 공모전 수상자들에게 조언을 건네는 선배 바이오 기업인들. (왼쪽부터) 조군호 바이오헬스케어협회 부회장, 이상목 바이오큐어팜 대표, 방상규 메이트 앤 어쏘시에이츠 대표, 서경훈 E&S헬스케어 대표. 창업 멘토링은 올해 12월까지 이어지며 하반기에 IR 발표가 있을 예정이다. <사진=한효정 기자>
◆ 의사들, 환자 진료하며 구상한 '의료기기' 발표

공모전 대상 수상자인 정재욱 교수는 10여개 부위에서 동시에 호흡음을 듣는 '스마트 청진기 조끼'를 개발했다. 청진기 조끼는 호흡음 이상 여부를 판단하고 정밀 검사가 필요한 질병을 알려준다. 정 교수는 "청진기 조끼는 환자가 많은 응급실에서 의사 대신 1차 스크리닝을 하거나, 만성 호흡기 환자가 집에서 상태를 파악할 때 유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수술 후 가래를 배출하지 못해 고생하는 환자를 보고 'X, Y자형 가래 배출 석션 카세터'도 구상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현재 병동이나 중환자실에서 사용하는 기관지 내시경은 기관 내 가래는 제거할 수 있지만 가래가 많이 고여 있는 폐의 하부에는 도달하지 못한다. 반면, X, Y자형 카세터는 기도에 진입할 때는 일자형이지만 기관에 도달하면 양쪽으로 벌어져 폐로 들어간다. 두 카세터는 특허로 등록됐다.

신종욱 교수는 한 쪽 시야가 안 보이는 환자를 돕는 '웨어러블 안경'을 개발했다. 이 안경에는 한쪽 눈을 대신할 카메라와 가상 디스플레이, 물체를 인식하고 알려주는 센서, 기계학습·통신 장치 등이 장착된다.

이 밖에도 김주영 더나은부부한의원 원장이 '의료용 바늘 냉 전달장치'를, 김동석 아이비스바이오 대표가 'PROTAC을 이용한 난치성 질병 치료제'를 설명했다.

의료 산업 해외 동향을 이야기하는 참석자들. (왼쪽부터) 신종욱 충남대 병원 교수, 김철준 엔테로지노믹스 대표, 박영우 와이바이오로직스 대표. <사진=한효정 기자>
의료 산업 해외 동향을 이야기하는 참석자들. (왼쪽부터) 신종욱 충남대 병원 교수, 김철준 엔테로지노믹스 대표, 박영우 와이바이오로직스 대표. <사진=한효정 기자>
◆ '바이오' 대전 대표 선수로···시민과 함께 가자

워크숍 2일 차에는 대전 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한 좌담회가 있었다.

최수만 대전테크노파크(TP) 원장은 "바이오가 대전 대표 선수로 부각되도록 세계로 시선을 넓히자"며 "대전에서 여러 차례 큰 규모로 바이오 국제 컨퍼런스를 열어 바이오 역량이 있음을 보여주자"고 피력했다.

맹필재 바이오헬스케어협회장은 "미국 보스턴의 바이오클러스터에 있는 기관 랩센트럴(LabCentral)은 소기업을 입주시켜 아이디어가 사업화되도록 필요한 장비와 자금 등 모든 것을 지원해준다"며 "대전에도 창업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인큐베이팅 공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바이오를 시민의 생활에 들어가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경훈 대표는 "우리나라 기업과 정부는 각자 자신의 입지를 높이는 데 치중하다 보니 사업 기획이 형식적"이라며 "이제 시민도 바이오의 중요성을 느끼도록 이들과 의견을 공유해야 할 때다. '바이오가 나와 무슨 상관이냐?'에서 '바이오 덕분에 건강하게 잘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의 전환을 이끌어야 한다"고 밝혔다.

명함을 주고받는 류진협 바이오오케스트라 대표와 조경미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팀장. <사진=한효정 기자>
명함을 주고받는 류진협 바이오오케스트라 대표와 조경미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팀장. <사진=한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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