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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으로 잇단 '파열음'···"인재 수급 어렵고 산업붕괴"

최성민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장 "탈원전 논리, 학생 도전정신 말살 행위"
인재 유출·수급 어려움 물론 공기업 적자, 산업 붕괴 조짐
1959년 국민총생산(GNP) 81달러에 불과했던 한국은 원자력발전에 투자했다.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통해 국가 산업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였다. 1978년 4월 첫 가동된 고리 1호기를 시작으로 안전성과 경제성이 향상된 원전을 개발하며 국가 에너지 자립의 기틀을 갖췄다. 한국이 독자 개발한 'APR 1400'은 2009년 UAE(아랍에미리트)에 약 200억 달러 규모 계약을 성사시켰고, 원전 종주국인 미국으로부터 세계 최고 안전성을 인증받았다. 

하지만 최근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원전 분야에선 잇단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급진적인 속도로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하며 탈(脫)원전을 선언하면서다. 국내 과학기술 최고 대학인 KAIST(한국과학기술원) 원자력및양자공학과 입학생은 평균 20명에서 올해 4명으로 줄었다. 한국전력은 지난달 초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라 재무여건이 악화될 것이라며 탈원전 후유증을 고백했다. 원전 관련 산업 분야는 이보다 상황이 더 안 좋다. 

최성민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장은 "어느 분야든 인재양성 없이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다"면서 "우수 인재가 없으면 2류·3류로 떨어지는 길밖에 없다. 공든 탑을 무너뜨리기는 쉬워도 다시 쌓기는 정말 어렵다"고 했다. 최 학과장은 탈원전 정책이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과 국가 에너지 자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역설했다.

◆"정부 탈원전 논리는 학생 도전정신 말살 행위"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는 평균 20명이 지원하는 학과였지만, 정부가 탈원전을 선언하며 입학생이 5분의 1로 줄었다. 최성민 학과장은 "우수 인재가 없으면 2류·3류로 떨어지는 길밖에 없다. 공든 탑을 무너뜨리기는 쉬워도 다시 쌓기는 정말 어렵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사진=김인한 기자>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는 평균 20명이 지원하는 학과였지만, 정부가 탈원전을 선언하며 입학생이 5분의 1로 줄었다. 최성민 학과장은 "우수 인재가 없으면 2류·3류로 떨어지는 길밖에 없다. 공든 탑을 무너뜨리기는 쉬워도 다시 쌓기는 정말 어렵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사진=김인한 기자>

"과학적 사실을 들여다보지도 않고 원자력이 위험하니 버리자고 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사고 때문에 자동차가 위험하니 자동차를 버리자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정부가 미래를 책임질 젊은이들, 어린 학생들에게 도전정신을 가지지 말라고 강조하는 꼴입니다."

최성민 학과장은 인류가 직면한 어려움은 도전으로 극복해왔다며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도전정신을 말살하는 행위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최 학과장은 "지금까지 저희 학과로 유학 온 외국인 학생은 약 150명 정도"라며 한국 원자력 연구와 기술이 세계적인 수준에 올랐다고 말했다.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는 1980년에 설립돼 박사급 인력을 400여 명 이상을 배출했다. 원전 자립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는데, 최근 정부가 탈원전을 선언하며 입학생이 5분의 1로 줄었다. 최 학과장은 에너지 전환에 따른 인재 유출과 인재 수급 어려움은 여러 문제를 낳는다고 경고했다. 

최성민 학과장이 정부가 급진적으로 추진하는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라 인재 유출은 물론 원자력계 전체가 타격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김인한 기자>최성민 학과장이 정부가 급진적으로 추진하는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라 인재 유출은 물론 원자력계 전체가 타격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김인한 기자>
그는 "인재가 없으면 국가 원전산업은 물론 핵 안보, 방사선 의료, 미래 핵융합, 국제정치 외교 분야 등이 무너지는 것"이라며 "장기적인 측면에서 원자력 안전을 관리할 수 있는 인력이 줄면 원전 안전성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국가적 손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지난 60년간 각고의 노력으로 쌓아 올린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기술이 빛을 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정부가 걷어차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인재 유출은 물론 공기업 적자, 산업 붕괴 조짐

최 학과장은 "퇴직자 중 일부는 해외 경쟁 원전업체에 재취업하는 분도 있다"면서 "원전 산업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중국에 인력이 유출되고 그와 함께 기술이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원전 이용 비율 축소로 관련 기관들이 적자와 어려움에 허덕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한국전력은 탈원전 후유증을 고백했다. 그간 한전은 정부의 탈원전·에너지 전환 정책에 의한 실적 악화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지만, 지난달 초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사업보고서에서는 입장을 뒤집었다.  

한전 '2018년 사업보고서'에는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 추진으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까지 확대하는 과정에서 전력망 확보를 위한 투자비 증가 및 전력망의 안정적인 연계 문제가 대두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대규모 설비투자 및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드는 정책 비용의 증가 등으로 연결회사의 재무여건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또 한전은 "원전이용률 하락으로 민간발전사로부터 전력구입비가 증가해 매입채무가 증가했다"면서 "전력설비 투자 및 부족자금 조달로 차입금이 6조2872억원 증가했기 때문이다"라고 기술했다. 원전을 줄이고 액화천연가스(LNG) 등으로 에너지를 대체하다 보니 전력구매비가 늘어난 상황이다. 한전 연결회사의 총부채는 114조 1563억원으로 전년 대비 4.9% 증가했다.

그나마 정부 기관은 상황이 나은 편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경남지역본부가 지난 2월 지역 소재 85개 원전 부품 생산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현황 조사를 한 결과 제조기업의 85.7%가 탈원전 정책으로 경영난에 처했다고 답했다. 최근 원전에 우라늄 농축 관련 장비를 납품하는 기업도 결국 부도처리 됐다. 

최 학과장은 "정치와 이념이 과학기술을 지배하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면서 "전문가 의견이 이념이나 선동가의 주장에 묻혀서는 국가 발전이 있을 수 없다. 국민 세금으로 국가를 위해 연구하는 사람들이 과학적 사실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학생들은 '녹색원자력학생연대'를 발족하고 2월 2일부터 전국의 주요 역은 물론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에서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총 15개 대학, 학생 450여 명이 서명운동을 독려하고 있다. 또 원자력 바로알리기 운동,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목소리 내고 있다. 30일 기준으로 이들이 받은 서명은 약 4만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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