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연 연구팀, 식물성 단량체에 '상전이 촉매' 넣어 화학반응성 높여
200℃ 열에 견디고 팽창 수치 낮아···비스페놀A계 석유 플라스틱 대체 기대

환경호르몬이 없고 강철보다 강하며 200℃ 이상 고온에서 견디는 '슈퍼 바이오플라스틱'이 개발됐다.
한국화학연구원(원장 직무대행 김창균)은 오동엽·박제영·황성연 박사 연구팀이 식물성 성분 아이소솔바이드(isosorbide)로 고강도·고내열성 투명 바이오플라스틱을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그동안 세계 연구진들은 식물성 성분 단량체를 이용해 바이오플라스틱을 만들었다. 그러나 식물성 성분 단량체의 반응성이 떨어져 바이오플라스틱의 강도가 석유 플라스틱의 절반 이하에 불과했다.
화학연 연구진은 '상전이 촉매'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단량체 아이소솔바이드를 길게 이어서 플라스틱을 만드는 화학 반응에 상전이 촉매가 들어가자, 단량체의 화학반응성이 높아졌다.

그 결과, 바이오플라스틱의 비강도(무게 당 강도)가 69KN·m/kg으로 같은 무게인 강철의 비강도(63KN·m/kg)보다 높았다. 이 수치는 학계에 발표된 바이오플라스틱 중 가장 높다. 슈퍼 바이오플라스틱의 인장강도는 80MPa을 기록했다.

슈퍼 바이오플라스틱은 OLED 투명기판을 만드는 실제 화학공정에서 300℃가 넘는 고온을 견뎌냈다. 300℃ 이상의 진공 상태에서도 팽창하거나 변형되지 않았다. 산소와 물리적 스트레스가 있는 환경에서는 212℃까지 형태가 유지됐다. 반대로 320℃가 넘는 열에는 녹기 때문에 재활용이 가능하다.

단위 온도가 증가할 때 팽창되는 수치(열팽창 계수)도 약 255ppm/℃로 석유 플라스틱보다 최소 2배, 최대 10배 우수하다. 이는 슈퍼 플라스틱이 전자제품의 부품으로 사용됐을 때 온도 상승으로 인한 소재 팽창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300℃ 전극 기판에서 안정성 비교 실험 결과, 슈퍼 바이오플라스틱 기판(왼쪽)의 LED는 1시간 이상 불이 들어왔고 기존 석유계 플라스틱 기판의 LED는 7분에 소등됐다. <사진=화학연 제공>
300℃ 전극 기판에서 안정성 비교 실험 결과, 슈퍼 바이오플라스틱 기판(왼쪽)의 LED는 1시간 이상 불이 들어왔고 기존 석유계 플라스틱 기판의 LED는 7분에 소등됐다. <사진=화학연 제공>
연구팀이 국제표준기준(ISO 10993-6)에 따라 쥐 모델에서 독성 실험을 한 결과, 독성강도 범위 0~5점 중 1점 미만을 기록했다. 박제영 박사는 "쥐의 진피와 표피 사이에 플라스틱을 삽입한 후 염증 반응을 정량화했더니 1점 미만이었다"며 "인공 뼈와 임플란트 소재로 사용해도 무방할 만큼 안전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슈퍼 바이오플라스틱이 기존 비스페놀A(Bisphenol-A)계 석유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비스페놀A계 단량체로 만들어진 폴리카보네이트와 폴리술폰은 고강도·고내열성 특성이 있어 정수기 필터, 치아 교정기, 젖병, 밥솥 등에 쓰인다. 그러나 비스페놀A는 환경호르몬으로 여러 질병에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졌다. 

오동엽 박사는 "아이들의 입에 들어가는 장난감, 젖병의 소재는 믿을 수 있어야 한다"며 "우리 아이가 사용한다는 생각으로 연구했다"고 말했다. 황성연 바이오화학연구센터장은 "케모포비아라는 이름으로 플라스틱에 대한 불신이 퍼지고 있다"며 "국민이 안심하고 쓸 수 있는 안전한 바이오플라스틱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6월 13일 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논문명은 'Sustainable and recyclable super engineering thermoplastic from biorenewable monomer'다.

한국화학연구원 바이오화학연구센터 연구진. 왼쪽부터 오동엽 박사, 박제영 박사, 박슬아 연구원, 황성연 센터장, 전현열 박사. <사진=화학연 제공>
한국화학연구원 바이오화학연구센터 연구진. 왼쪽부터 오동엽 박사, 박제영 박사, 박슬아 연구원, 황성연 센터장, 전현열 박사. <사진=화학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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