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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匠人)은 어떤 사람인가?

글=이순석 ETRI 부장
이번 165차 새통사 모임은 연세대 교육연구소 김수지 연구원을 모시고 장인, 장인정신, 장인성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평생교육이나 인재양성이나 인사관리라는 차원에서 '탁월한 사람'들을 많이 길러내거나 확보할 수 있는 길을 알아내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공통적인 바람일 것이기에, 김수지 연구원의 우리나라 IT 1세대 리더들의 장인성과 그들의 장인성을 형성하는 과정을 읽어내는 작업은 흥미로운 주제였다.

김수지 연구원이 그리는 큰 그림 속의 일부분인 IT 1세대 리더들의 삶의 여정 속 특징 분석편에 국한된 내용이긴 했지만, 계량적 사고와 증거기반의 사고에 익숙한 과학과 공학과 기술(이하 SET이라 칭함) 분야의 사람들에게 '질적연구방법론'이라는 독특한 접근 방법론을 소개했다.


김수지 연구원은 영어영문학과 심리학을 공부한 후, 대학원에 진학해 교육학을 전공분야로 택하고 그 중에서도 평생교육과 HRD를 전공하며 연세대 교육연구소 소속으로 우리나라의 장인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한 작업에서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통계적 방법을 사용하여 가설을 검증하는 방식의 계량적 연구방법보다는 아무것도 예단할 수 없는 미지의 세계를 탐구하던 존재하는 모든 것을 가능성 다 살펴본 후 본질이나 특징을 발견하는 발견적 연구방법인 질적연구방법론을 추구한다. 


이는 마치 등불에 밝혀진 분야의 탐색하는 기존의 연구방식의 한계를 뛰어넘어 지금까지 한번도 가보지 않았던 보이지 않는 분야의 탐구들 통하여 학계에 보다 신선하고 풍성한 결과들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질적연구'를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은 바로 현장성이 아닌가 싶다. 사유세계 속에서 놓치기 싶거나 놓칠 수 있는 현장의 증거물이나 경험들을 직접 수집해야 하고, 또 당사자들에게서 다양한 경험들을 쏟아낼 수 있게 유도해야 하는 어려움이 절절히 느껴지는 연구방법론이다.


◆ 장인을 있게 하는 장인성?

김수지 연구원님은 연구대상이 될 IT 1세대 리더들을 발굴하고 선정하는 데 꼬박 1년 8개월이 걸렸다고 하신다. 우리나라의 IT 1세대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라는 문제와 어떤 분들을 리더라고 정의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충분한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지난한 작업이었으리라 집작이 간다. IT라는 분야가 어떤 분야인가. 눈에 보이지 않는 정보를 다루는 분야인지라 확인하지 않고는 상대를 쉽게 인정하지 못하는 분야가 아닌가.

김 연구원님께서 정의한 IT 1세대는 1960년대와 1970년대 우리나라에 컴퓨터를 도입하여 사무효율화를 위하여 메인프레임을 도입하여 데이터처리를 처리하던 시기에 IT에 입문하셔서 국가의 행정전산망이나 금융전산망 구축의 일선에 계셨던 분들로 정의된다. 이런 1세대 선배들의 희생과 노력이 계시지 않았다면 우리나라의 IT의 역사가 어떻게 전개되었을지 모를 일이다.

김 연구원님은 장인이 신체를 활용해 그 어떤 무엇인가를 탁월하게 만드는 사람으로 정의하는 것을 넘어서, 무슨 일의 종류에 상관없이 일을 통하여 존재의 의의를 실현하는 사람인 일하는 사람의 이상적인 모습으로 정의를 해 주신다. 오늘의 이야기는 그런 장인들을 있게 하는 그 무엇, 특징이나 성질인 '장인성'에 대한 이야기다. 

인간의 본성이 오랜 세대를 거치면서 전승되어 온 통계적 축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 오늘날의 뇌과학이 말해주고 있는 사실인 만큼 IT 1세대 리더들의 특징이나 특질 중에서 어떤 것은 물려받았고 또 어떤 것은 길러졌고 또 그런 것들을 통해서 물려받은 것들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하는 사유실험을 해보는 것은 상당히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김 연구원님께서 풀어주시는 장인성은 8가지다. (1) 성장에의 의지, (2) 지독한 학습, (3) 일의 해방, (4) 일의 창조, (5) 배움의 확장, (6) 배움의 베풂, (7) 정상의 경험, (8) 고원 생활 등이다.

성장에의 의지는 한마디로 어떤 길을 걸어가겠다는 욕망과 의지가 존재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내가 찾던 길을 찾았어!"라는 것이리라. 강한 끌림이 있다는 이야기 일수도 있고, 자신 안에 숨겨져 있는 의지(意)의 발견일 수도 있겠다. 그런 의지들은 물려받은 것일 수도 있고 또 성장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성장한 것일 수도 있다.

자신의 직업을 택하거나 진로선택을 위하여 조상들의 직업군을 조사해보는 것도 상당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닿는다. 인간의 독특한 능력이 추상이라 전제한다면, 추상 역시 층위가 있는 것이라, 조상들에게 물려받은 유전자 속에 그 추상의 층위가 있을 수도 있을 것이리라. 성장에의 의지가 후천적 상황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다음의 장인성일 것이다.

지독한 학습. 장인들은 끈질기게 배우고 익힌다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고 한다. 배운 것을 백번 익힌다는 것이 학습이 아닌가. 백번을 익히며 배우 것을 명확하게 한다. 배운 것을 100%, 120% 완성시키려는 습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 역시 몸속에서 성취와 성취에 대한 보상회로가 작동하는 단계에 이르고 있음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한 축적의 과정이란 바로 이런 몸속에서의 성취와 성취에 대한 보상회로가 형성되고 작동되게 하는 것이다. 단기성과를 노리며 정말 큰 성과를 놓치는 많은 사람들과 국가의 다양한 시스템들을 저절로 떠오르게 하는 부분이다.


일의 해방이라는 뜻을 일에 종속되지 않고 일을 주도해 나간다는 의미다. 일이 무엇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일 자체를 목적으로 삶는 정신이다. 장인들은 일 자체를 통하여 해방감과 자신의 성장을 경험하는 일의 주인이다. 하는 일의 본질을 추구한다.

새통사 151차 모임에 만나 뵈었던 소리를 찾는 장인 김경호 현악기장에게서 우리는 그 분이 추구하는 일의 해방을 간접적으로 느껴봤다. 김경호 현악기장은 바로 소리의 궁극을 추구하고 계셨다. 존재하지 않았던 소리를 찾아가면서 그 분은 희열을 느낀다고 하셨다.

일의 창조. 전통의 일이 궁극에 도달하며 새로운 자신의 방식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새로운 방식에 대한 전통의 기원이 된다. '청출어람'이다. 얼마전 대전에서 전시회를 하셨던 강태춘 도예가의 모습이 떠오른다. 분청사기 장인의 경지를 뛰어넘어, 흙판을 죽구(竹具)를 무심하게 무수히 두드려서 산을 표현하는 새로운 전통의 기원을 만든다.

저 산은 왜 저런 산이 되었나를 강태춘 작가에게 묻는다면 아마도 '그냥 생긴 것'이라고 말할 것 같다. 무심한 공(空) 속에도 색(色)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색즉시공이다. 무심코 두드리는 죽구의 여운 속에 산 속 바위 돌 위에 萬佛이 나타난다.


배움의 확장. 기술은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와 같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기술은 끊임없이 변신을 하기 마련이다. 이미 존재하는 것을 그대로 재현해내는 技能(기능)의 한계를 뛰어 넘는 것이 기능의 경계를 넘어 기능과 기능간의 새로운 관계성을 부여하는 메타언어가 기술이다. 그래서 기능은 끝이 있을지 모르지만 기술은 끝이 없다. 필요성의 종말이 오기 전까지 기술은 끊임없이 변화는 생명체다. 그래서 세상은 기능과 기술을 구분한다.

장인들은 기능 하나에 머물고 않고 연관된 기능을 꾸준히 섭렵하여 그 기능들의 통합하는 메타언어를 완성한다. 수많은 기능(skill)들을 종합적으로 대체하는 기계들의 등장은 그래서 기술(technology)이라는 개념을 붙이는 이유다. 그런 기술을 다루는 사람들을 우리는 기술자(technician)라 칭한다. 그런 기술자의 세계 또한 장인(master craftman)들이 걸어가는 길만큼이나 층위가 다양하다.

배움의 베품. 장인들은 전승의 가치를 이해한다. 인류의 축적의 가치를 이해한다. 그런 이해는 자연스럽게 전승의 개념이 우러나온다. 마치 자신의 정신이 영원히 이어지길 원한다. 그 또한 욕망이겠지만, 인류는 그렇게 축적을 통한 발전, 축적을 기반으로 하는 유전을 통한 발전을 거듭해 왔다. 그 유명한 진화생물학자인 도킨스 박사가 ‘이기적 유전자’라 했지만, 장인들을 보고 있으면, 유전자 또한 인간의 그런 욕망의 전승의 도구가 아닌가 싶다.

정상의 경험. 어떻게 보면 장인성 추구의 보상이 아닐까 싶다. 연예인들이 느끼는 보상 심리와 비슷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정상의 경험에 대한 종류가 다양함을 우리는 놓쳐서는 안될 것 같다. Local first, Local best도 있지만 global first, global best라는 정상의 층위가 존재함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 부분에서 우리의 IT 1세대 리더들이 local first local best에 머물며 안주하신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간 아쉬움을 느낀다. 아직 우리나라에 장인들과 기술자들과 공학과 과학과 수학 등의 분야가 그 무엇인가의 수단으로 존재하고 있는 사회문화적 분위기 때문이다. 'SET 앙뜨쁘레러'라 부르고 싶다. 과학과 공학과 기술이 독립적인 영역으로 존재하지 못하고 있는 사회문화적 분위기는 곧 'SET 앙뜨쁘레러'의 부재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고원 생활. 정상에서 느끼는 보람과 희열이 전부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사회 속에서 형성되는 장인들에 대한 기대와 역할론이 싹틀 수밖에 없다. 이것이 곧 장인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과 임무와 권리라는 '장인정신'을 형성하는 요인이다.

김 연구원님께서 분야에 상관없이 장인성이라는 개념을 적용할 수 있다면, 우리 사회에는 어떤 분야는 장인성을 거쳐 장인정신이 발현되고 이어서 장인문화가 형성된 분야가 있고 그렇지 못한 분야가 뚜렷이 나누어진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 아닌가 싶다.


◆ 장인정신과 직업정신

마지막 질문을 이어가야 할 것 같다. 질의응답 시간에도 논의된 것처럼, 장인성을 갖는 것이 개인적인 것인가라는 질문을 가져봐야만 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장인성은 짧게는 개인적인 것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환경적인 성질이 것임을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장인성의 모든 단계마다 사회적인 응원이 있다면 사회적인 그 단계를 촉진하는 지원 시스템이 있다면 얼마든지 그 장인성을 기를 수 있는 여지가 있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전편의, 마지막 질문이 우리나라에 희박한 장인정신이 존재성이 희박하거나 장인문화가 존재하지 않는 영역이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라는 것이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결국 갖추어야 할 환경의 부재와 부실함이 가장 큰 원인이었을 것이다.


자신의 장인성에 대한 빈약함은 결국 오늘날 우리사회에 만연한 직업정신의 빈약한 문제로 연결되고 있음을 직감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직업정신이 약하는 이야기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것 같다. 직업정신이란 자신이 業(업)으로 삼고 있는 일에 대한 자부심이고 자신의 업에 대한 책임을 다하겠다는 마음가짐이다. 

사회 전반적인 직업정신의 빈약함을 여기서 다 이야기 할 수는 없다. 대신 우리가 몸 담고 있는 과학과 공학과 기술 분야에 대해서 만이라도 같이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런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 수밖에 없다. 굳이 성리학과 쇄국정책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나올 이야기와 연관시켜 생각해보면 되겠다 싶다.

모두 잘 알고 있다시피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것이 선진기술의 수입이다. 과학도 마찬가지다. 공학도 마찬가지다. 기계나 시스템을 수입하였기에 자연스럽게 기술을 수입할 수밖에 없었다. 기술을 수입하였기에 새로운 가치 생산을 위한 기술을 잉태시키는 공학이 발을 붙일 수가 없었다. 


일제 강점기를 보자. 근현대사 속의 한국 엔지니어들이 변천사를 다룬 <엔지니어들의 한국사, 한정희, 게리 리다우니 저, 김아림 옮김, 휴머니스트, 2016>를 보면, 일본은 조선사람들에게 기술교육을 시키지 않아도 철저하게 특별한 교육을 받지 않아도 해낼 수 있는 비숙련된 일, 반숙련의 기능적인 일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사람을 키우는 기능교육에 그쳤고, 해방 후 이어진 미군정 치하에서도 기술교육을 통한 엔지니어의 양성에는 턱도 없는 분위기였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기술보국이라는 이름하에 다양한 기술교육 체계의 도입과 기술자 우대정책의 도입과 산업의 형성과정에서 많은 다양한 공법과 기술들을 우리 것으로 만드는 획기적인 성과를 얻기도 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SET분야는 목적이 아닌 수단의 개념이 팽배한 분위기를 지울 수가 없다. SET인 스스로 자신이 하는 일을 목적이 아닌 부나 출세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분위기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한 이유로 기술자 우대정책으로 생긴 기술사라는 제도는 장인성의 발현보다는 영역싸움의 수단으로만 활용되며 스스로 좌초하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원인이 무엇일까. 우리 사회에서는 장인성을 응원하고 촉진하는 환경이 부재할 뿐 아니라 SET인들 스스로 자신의 분야에서 주인된 삶을 살아가려는 자존감의 결여가 그 원인의 뿌리가 아닐까 싶다. 관료사회와 학교사회를 보자. 그들의 영역에도 수많은 많은 문제들이 존재하지만 그들 스스로 문제의식을 가지고 뜻을 모아 꾸준히 조금씩 개선해 나가고 있지 않는가.

SET분야에서 장인성을 배양하고 발현시키기 위한 고민들을 시작해야 할 때가 되었다. 문화적 환경적 문제를 제3자적 관점에서 진단해줄 수 있는 전문가들에게 과감하고 투명하게 우리를 맡겨보는 노력도 필요하다.


우리의 당면과제는 하루 빨리 세상이 필요로 하는 수많은 새로운 가치들이 생산에 있어서 주도적인 위치를 점하는 것이다. 주도적인 위치란 새로운 가치의 Originality를 확보하는 것이다. 독창성은 지존에 존재하는 수많은 가치들의 새로운 형태의 편집으로부터 나온다. 그것은 집요한 몰입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이제 '아!' 하는 깨달음이 필요하다. 궁극의 '심리적 안정'은 우리가 하는 일에 정통하는 것이지 않겠는가? 우리가 하는 일에 정통하기 위한 길에 남이 등 떠민다고 되는 것인가. 우리가 해내야 할 일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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