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국바이오연료포럼 초대 회장 '유영숙 KIST 박사'
"'온실가스 감축위해 '효율 낮아도 '한 톨'이라도 더 모아야"

유영숙 KIST 박사는 환경부 장관으로 임명되면서 타던 차를 폐차했다. 장관직 수행 이후에도 자가용 구입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작지만 꾸준하게 환경보호를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 그가 지난 6월 바이오연료포럼 초대회장직에 선임됐다. 바이오연료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으로 개발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포럼의 역할이다.<사진=KIST 제공>
유영숙 KIST 박사는 환경부 장관으로 임명되면서 타던 차를 폐차했다. 장관직 수행 이후에도 자가용 구입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작지만 꾸준하게 환경보호를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 그가 지난 6월 바이오연료포럼 초대회장직에 선임됐다. 바이오연료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으로 개발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포럼의 역할이다.<사진=KIST 제공>
유영숙 KIST 분자인식연구센터의 박사는 2011년 14대 환경부 장관을 지내면서 타고 다니던 차를 폐차시켰다.

관용차가 있으니 따로 차를 둘 필요가 없었다고 생각했다. 관용차도 다른 장관이 타고 다니는 대형 세단 대신 배기량이 절반인 하이브리드 차량을 선택했다.
 
장관직 수행 이후 KIST에 돌아와서도 자가용을 사지 않았다. 2013년부터 지금까지 대중교통을 이용 중이다.

"여름 출퇴근길이 걱정이네요"라며 웃으며 말하는 유 박사의 모습에서 수수하고 소탈함이 느껴졌다. 작지만 꾸준하게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은 그의 일상이 된 지 오래다.
 
그런 그가 최근 바이오연료포럼의 초대회장직에 선임됐다. 2016년 7월 출범한 바이오연료포럼은 법인화 후 2019년 6월 공식 출범한 조직이다. 바이오연료란 바이오매스 즉, 자연에서 얻어지는 곡물이나 식물, 나무, 해조류, 축산폐기물 등에서 추출해 직·간접적으로 얻을 수 있는 연료를 말한다. 바이오연료는 화석연료보다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해 신재생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다. 이런 바이오연료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으로 개발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포럼의 역할이다.
 
포럼은 지난 2년간 다양한 콘퍼런스와 심포지엄 개최를 통해 바이오연료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이슈화시키는 데 힘써왔다. 하지만 유 박사는 바이오연료포럼 초대회장직에 고민이 많았다. 생화학을 전공하고 환경에 주 관심을 둔 그이기에 '에너지에 깊게 관여하는 관계자가 회장직을 수행하는 것이 더 맞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무진들에게 다시 한번 논의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하고 회장직을 고사했지만 평소 기후변화 이슈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회장직을 수행하기로 했다.
 
그는 "바이오연료의 활성화가 기후변화 이슈 등 환경적인 부분과 맞물리는 부분이 많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그 부분에 크게 공감했다"면서 "특히 파리기후협정으로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이 글로벌 메가트랜드가 됐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바이오연료포럼 실무진이 우리나라가 바이오연료를 활성화하는 것은 환경적 측면이 크다고 생각했다. 소명이라고 생각하고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바이오연료 창립총회 모습.<사진=바이오연료포럼 제공>
한국바이오연료 창립총회 모습.<사진=바이오연료포럼 제공>
 
◆ "경제성 낮지만 '온실가스 저감' 모든 방법 동원해야"
 
그가 언급한 파리기후협정은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지구 평균온도가 2℃ 이내로 가능한 1.5℃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키로 약속한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오는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배출전망치(BAU) 대비 37%(3억1500만 톤) 줄이기로 했다.
 
3억1500만 톤을 줄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화력발전소를 완전 정지해야 겨우 온실가스를 2억 톤을 줄일 수 있으니 어마어마한 양이다. 유 박사는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줄이는 측면에서 바이오연료의 활성화와 보급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식량난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고려하지 않고 옥수수나 사탕수수 등 식량으로 개발해 비판을 받았던 1세대 바이오연료 연구를 넘어 폐식용유와 축산폐기물 등을 활용해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2, 3세대 바이오연료 연구는 다양한 자원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 예로, 발전용 바이오 중유는 폐식용유와 동·식물성 유지, 바이오디젤 공정 부산물 등 미활용 원료로 만들어진다. 폐식용유 1리터(L)를 정화하는 데 필요한 물은 약 35만L로 연간 배출되는 폐식용유를 바이오 중유로 개발하면 소양강댐 23개정도의 물을 절약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긍정적인 면도 많지만, 화석연료 대비 높지 않은 경제성과 효율성으로 갈 길이 멀다. 일부 국가들은 셰일가스 개발 등으로 바이오연료 개발붐이 사그라지기도 했다. 하지만 유 박사는 "그건 다른 나라 이야기"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우리나라는 사정이 다르다. 기후변화는 생태계 파괴로 이어질 것이다. 우리 후손들에게 밝고 맑은 미래를 열어주기 위해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박사의 말처럼 기후변화로 지구 평균온도가 2도 상승하면 지구상의 30% 동식물이 멸종할지도 모른다. 2018년 8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산업화 이전인 1880년 대비 지구 온도가 2도 상승하면 온난기에 진입, 북극의 빙하가 녹아 저지대가 물에 잠기고 사막은 넓어져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 점차 줄어들게 된다.

전 세계 생물 종 20~30%가 멸종위기에 놓이고 폭염과 폭우, 산불 등 자연재해와 전 세계 산림파괴로 이산화탄소도 다량 방출돼 온도가 걷잡을 수 없게 올라간다. 인류가 더는 손쓸 방법이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미 지구는 산업화 이후 1도가 상승한 상태다.
 

"우리나라 바이오디젤 수송용 연료 의무 혼합은 3%비율로 이는 독일과 프랑스 등에 비해 낮은 상황이다. 우리 바이오연료 기술과 실력이 다른 나라에 비해 뒤떨어진다고 생각하지않는다. 정책결정자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자료를 제공하고 이해당사자들과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등 역할을 해나가겠다"<사진=김지영 기자>
"우리나라 바이오디젤 수송용 연료 의무 혼합은 3%비율로 이는 독일과 프랑스 등에 비해 낮은 상황이다. 우리 바이오연료 기술과 실력이 다른 나라에 비해 뒤떨어진다고 생각하지않는다. 정책결정자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자료를 제공하고 이해당사자들과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등 역할을 해나가겠다"<사진=김지영 기자>
유 박사는 "앞으로 10~20년이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다. 이 시기를 놓치면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될지도 모른다"며 "기후변화를 막을 방법이라면 우리는 한 톨이라도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오연료 활성화와 보급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유 박사는 "바이오디젤 3% 혼합률을 더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바이오디젤의 경우 수송용 연료 의무혼합제도에 따라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의 비율로 자동차용 경유에 바이오디젤을 혼합해야 한다. 2015년 2.5%에 비해 혼합비율이 상승했지만, 독일과 프랑스, 스페인 등 혼합비율이 7~8%인 것에 비하면 낮은 상황이다.
 
그는 "정유사의 반대 등으로 어려운 부분도 있으나 우리나라도 혼합비율을 높이는데 뒤떨어지지 않은 기술과 실력이 있다고 본다. 정책결정자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자료를 제공하고 이해당사자들과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등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대중교통 이용하고 그린카드로 녹색소비 지원
 
바이오연료 활성화를 위해 전방위 노력이 필요한 가운데 유 박사는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환경부가 2011년 7월 시행한 '그린카드'를 애용하는 등 소소하지만 꾸준한 환경보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린카드는 온 국민의 녹색 생활과 녹색 소비를 지원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고자 도입한 제도다. 해당 카드를 통해 친환경 제품, 친환경 기업의 제품을 사거나 대중교통 및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면 정부와 관련 기업에서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카드에 쌓이는 포인트는 현금으로 돌려받거나 환경단체에 기부할 수 있는데, 그는 모은 포인트 일부를 환경단체에 기부했다. 금액도 금액이지만 온실가스저감에 작게나마 보탬이 된 것 같아 뿌듯함이 앞선다고.
 
카드가 출시된 지 8년이 됐지만, 그는 에코마일리지 카드 팸플릿을 주변 지인들에게 나눠주며 환경보호를 위한 운동을 함께 할 것을 추천하고 있다.
 
◆ '생생지락, 후일지효' 즐기며 일하라, 훗날 그 노력이 창대해진다
 
KIST에 돌아온 유 박사는 직접 연구하고 논문을 쓰는 시간은 많이 줄었지만, 강의나 논문지도 등 본인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특히 강연을 준비할 때는 후배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무엇인지, 선배과학자로서 남길 메시지가 뭔지 고민하기 위해 TV 시청도 안 하면서 오로지 강의 준비에만 몰두한다.
 

그의 사무실 한쪽에 붙여있는 세종의 어록 중 하나인 '후일지효'. '큰 일을 이루려 할 때 처음에는 비록 순조롭지 못하더라도 후일 그 공효는 창대할 것'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그는 이 말이 마치 과학자들에게 하는 말 처럼 느껴진다고.<사진=김지영 기자>
그의 사무실 한쪽에 붙여있는 세종의 어록 중 하나인 '후일지효'. '큰 일을 이루려 할 때 처음에는 비록 순조롭지 못하더라도 후일 그 공효는 창대할 것'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그는 이 말이 마치 과학자들에게 하는 말 처럼 느껴진다고.<사진=김지영 기자>
강의의 특성마다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후배들에게 늘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세종대왕이 평소 자주 말했다고 알려진 생생지락(生生之樂)과 후일지효(後日之效)다.
 
후일지효는 '큰일을 이루려 할 때 처음에는 비록 순조롭지 못하더라도 후일 그 공효는 창대할 것'(세종실록 19년 8월 6일)이라는 뜻을 담은 세종의 어록 중 하나다. 그는 이 한자를 사무실 한쪽에 붙여놓았다.
 
또 다른 사자성어인 생생지락은 백성들이 모두 생업에 종사하며 삶을 즐거워하는 것을 뜻하는 사자성어다. 그는 연구원들이 연구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신이나 몰입을 하는 생생지락을 실현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세종께서 통치하셨던 당시 업이란 농사였습니다. 농사는 기다려주지 않는 치열한 업이지만 즐거움을 누리며 살길 바라는 것이 세종의 꿈이자 통치 철학이었죠. 여기에 당장 알 수는 없지만, 미래를 위해 땀 흘려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노력이 훗날 창대하리라 생각하기에 스스로 생생지락과 후일지효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후배들도 본인이 일이 재밌어서, 신이 나서 연구에 몰입할 수 있기를 바라고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저 또한 노력하겠습니다."

그는 후배연구자들에게 "연구가 재밌고 신이나 몰입할 수 있기를 바라고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사진=김지영 기자>
그는 후배연구자들에게 "연구가 재밌고 신이나 몰입할 수 있기를 바라고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사진=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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