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과총-항공우주학회, 달착륙 50주년 기념 공동포럼
뉴 스페이스·민간주도·인력양성·기본계획 향후 전망 등 다양한 토론

9일 한국과학기술회관 중회의실. '달 착륙 50주년'을 기념하는 공동포럼에 한 초등학생이 나타났다. 우주개발에 종사하고 싶은 꿈을 품고 스스로 포럼에 참가 신청했다는 학생은 포럼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진지하게 경청하고 '국내외 우주개발 연구환경'과 '우주인육성 프로젝트' 등을 질문했다. 과학자들은 미래 우주과학자의 질문에 답하며 인력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과학자들이 모이는 전문가 포럼에 어린 학생이 참석하는 일이 드물기도 하지만 이슈가 된 것은 우주개발 인력 부족과도 연관이 있다. 우주개발에서 R&D 연구인력의 불균형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회장 김명자)와 한국항공우주학회(회장 박정선)가 공동으로 개최한 이날 포럼의 화두 중 하나도 '인력양성'이었다.
 

달 착륙 50주년 기념 포럼이 9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미래 우주과학자를 꿈꾸는 한 소녀가 참석해 과학자들의 주목을 받았다.<사진=과총 제공>
달 착륙 50주년 기념 포럼이 9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미래 우주과학자를 꿈꾸는 한 소녀가 참석해 과학자들의 주목을 받았다.<사진=과총 제공>
우주 인력양성 관련 발제를 맡은 김종암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에 따르면 인공위성과 발사체 등은 국가 주도로 진행되고 있지만 숙련된 인원이 적어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 국가 우주개발 중장기계획을 담당하려면 4800여명의 숙련된 우주전문인력이 필요하지만 2017년 기준 3000여명으로 집계됐다. 이마저도 대부분 인공위성 분야와 발사체 분야에 집중된 상태로 우주탐사, 우주위험대응 및 감시, 우주정책, 우주관광 등 산업전반에 필요로 하는 핵심개발 인력확충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는 인력부족 이유 중 하나로 우주전공이 독립적이지 않다는 부분을 꼽았다. 그는 "항공은 기계 등과 함께 붙어있어 커리큘럼을 받다가 전공의 혼란을 겪는 경우가 있다. 또 우주분야는 다학제적이고 융합적이라 체계적 교육이 필요한데 우리는 그런 시스템이 부족해 산업체에서 원하는 실무능력을 갖춘 학생을 제공하는 것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어 김 교수는 "우주개발 전반을 다루는 전문적인 교육체계 구축과 산업현장에 인력이 적기에 공급될 수 있도록 하는 실무중심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주에 흥미를 가질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 필요성도 제기됐다. 김 교수는 "미·중·일·러 등은 우주고급인력 양성을 위해 경진대회나 인턴십, 여름학교 등 연구지원프로그램과 우주산업 현직 종사자들의 재교육, 심화교육 등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운영하며 우주전공자가 아니더라도 흥미를 갖게 하는 프로그램이 많은데 우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노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2015년부터 '우주교육시스템 구축사업'에 참여하며 서울대 중심 우주시스템전공 설립 및 운영을 위한 활동을 지원했다. 서울대는 우주분야 전공학부 신설까지는 아니지만 우주분야 융복합 교육과정을 고려한 협동과정 형태의 대학원을 설립해 운영 중이다.

하지만 김 교수는 "현 커리큘럼에서는 학생들이 받은 지식에 비해 직접 체험활동이 많지 않다"면서 "우주시스템 교육에 필요한 전용 실험공간과 연구공간이 부족하다. 여전히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제3차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안)<자료=과기부>
제3차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안)<자료=과기부>
정부가 지난 2018년 2월 발표한 '제3차 우주개발 진흥 기본계획'에서도 인력양성의 중요성이 빠져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기본계획에 일부 참여 한 바 있다는 김종암 교수는 "뭘 언제까지 개발해 발사한다는 이야기는 많지만 인력양성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서 "최근 과기부에 찾아가 우주개발인력 양성사업관련 설명을 했지만 워낙 많은 사안이 오가다 보니 관심을 둘 여력이 없어 보였다. 이것이 우리나라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우주분야의 산업체가 약한 만큼 BK사업(융합형 과학기술인재를 양성 프로그램)보다 더 강화된 인력양성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면서 "정부 과제도 교육프로그램과 접목해 논문을 쓰면서 인력도 만들어나가는 인력양성 측면도 지향해야 할 점"이라고 덧붙였다.
 
패널토론 사회를 맡은 방효충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김 교수 발표에 공감하며 "국제학회에 가면 한국인(1) : 일본인(10)의 비율을 체감한다. 양국의 인구비례는 그 정도는 아닌데 학회에 갈 때마다 우주개발 인력에서 큰 차이를 느낀다"며 "우주개발 R&D비용은 늘었지만 사람은 늘지 않았다. 연구는 사람이 하는 것이고 돈보다 사람의 아이디어가 더 중요할 때가 많은데 이대로는 걱정"이라고 말했다.
 

주제발표 후 뉴스페이스와 민간주도 우주개발을 위한 다양한 논의를 하는 토론을 가졌다.<사진=김지영 기자>
주제발표 후 뉴스페이스와 민간주도 우주개발을 위한 다양한 논의를 하는 토론을 가졌다.<사진=김지영 기자>
'올드 스페이스->뉴 스페이스'전환기에서 개선돼야 할 점들도 도출됐다. 올드 스페이스는 정부가 많은 부분을 주도해온 전통적인 우주 프로그램을 말하며, 뉴스페이스는 민간이 주도하는 것을 말한다. 뉴스페이스에서 초소형위성, 저가소형, 비용절감 등이 화두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3차 우주개발 진흥 기본계획을 통해 민간주도 우주개발 시작을 알린 바 있다.
 
하지만 산업체에서는 마냥 반가운 정책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김병진 쎄트렉아이 연구소장은 국가 R&D 개발자금을 산업체가 받으면 매출로도 인건비로도 쓸 수 없는 상황이라 월급을 안 주고 일을 시키는 모양이 된다며 우려했다. 그는 "진짜 산업체 주도가 되려면 월급과 매출, 인건비로 쓸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면서 "뉴 스페이스뿐 아니라 올드 스페이스도 중요하다. 양쪽의 비중을 모두 높여야 산업체도 살아남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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