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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존폐위기 극복한 과학자들···두 번의 노벨상으로

[일본 대표연구실 ①]우주관측 연구 '도쿄대 우주선연구소'
연구계승으로 한 분야 몰입해 노벨상 수상 연타
"연구자 원하는 연구 하도록 환경 마련하는 것이 내 몫"

1950년 일본, 나가노 기후현 경계에 있는 화산에 15평의 작은 목조건물이 세워졌다. 이곳에 드나든 사람은 등산가도, 관광객도 아닌 과학자들. '제대로 실험이나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드는 높고 작은 공간에서 과학자들은 우주연구를 시작했다. 50년 후 이곳의 연구성과는 노벨과학상 수상 쾌거를 이뤄낸다. 그것도 두 번이나 말이다. 우주관측 연구를 수행 중인 도쿄대 우주선연구소(이하 ICRR) 이야기다.
 
아사이 학술장려금을 통해 목조건물에서 시작한 ICRR은 1953년 동경대와 합쳐지면서 현재 3개 캠퍼스 중 하나인 카시노하 캠퍼스에 자리잡았다. 카시노하 캠퍼스는 동경 중심에서 약간 떨어져있지만 쾌속전철을 타면 동경역에서 캠퍼스까지 약 1시간이면 도착한다. 버스와 전철을 환승해 도착한 ICRR의 첫 느낌은 대학가의 왁자지껄한 모습보다는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많이 느껴지는 곳이였다.

줄맞춰 세워진 비슷한 건물 속에서 카지타 교수의 커다란 현수막이 기자를 'ICRR'건물로 안내했다. 1층에는 2005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카지타 다카아키(梶田隆章) 소장의 입간판이 세워져있었고, 건물 안에는 슈퍼카미오칸데에서 사용하는 장비와 연구성과 및 연구자 사진 등이 소소하게 전시돼있었다.
 
ICRR 1층에 세워진 입간판과 카지타 교수의 노벨과학상 수상을 축하하는 대형 현수막.<사진=김지영 기자>ICRR 1층에 세워진 입간판과 카지타 교수의 노벨과학상 수상을 축하하는 대형 현수막.<사진=김지영 기자>

계단을 따라 도착한 소장실에서 올해로 11년째 ICRR 최장 소장직을 역임하고 있는 카지타 소장을 만났다. 우주 중력파를 관측할 수 있는 카그라 건설을 마무리하고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카지타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ICRR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 우리는 하나! "경쟁 아닌 한 뜻으로 연구"

"각 실험장비들의 데이터들이 이곳으로 모이죠."
 
ICRR에는 약 140여명의 교직원들이 연구생활을 하고 있다. 카시와캠퍼스에 약 절반, 나머지는 외부에 마련된 4개 연구시설에서 연구를 한다. 카미오칸데의 업그레이드 버젼인 세계최대 우주 소립자 관측장치 '슈퍼카미오칸데'와 태양 활동에 따른 고에너지 태양 우주선을 관측하는 '노리쿠라 관측소', 40년의 역사를 가진 '아케노관측소' 그리고 우주 중성미자 관측정보융합센터가 그것이다.

카지타 교수가 연구소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사진=김지영 기자>카지타 교수가 연구소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사진=김지영 기자>
연구시설은 온전히 도쿄대만의 것은 아니다. 외부 연구자들도 이 시설들을 활용하기 위해 일본내 약 100건 이상의 공동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해외 연구자들과 공동연구 영역도 넓히고 있다. 그 중 한국의 서울대도 포함돼 있다.
 
일본 외에도 ICRR은 일본을 넘어 티벳 고원, 미국 유타 사막, 볼리비아 차칼타야에 우주선망원경 등을 설치하는 등 우주선 관측에 적합한 장소를 세계적으로 찾아 연구를 실시하고 있다. 실험 자체는 각 연구시설에서 진행되지만 연구데이터들은 카시노하 캠퍼스로 모여 분석, 해석작업을 거친다.
 
특히 ICRR하면 빼놓을 수 없는 연구시설 카미오칸데와 업그레이드버전인 슈퍼카미오칸데는 연구소의 핵심 장비로 꼽힌다. 카미오칸데는 1983년 물리학의 가장 기본적인 문제인 물질의 안정성을 추구하는 연구를 수행하는 것을 목적으로 카미오카 광산 지하 1000m에 설치됐다.
 
산과 계곡 등에 둘러쌓여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오랫동안 품고 있던 이 폐광산은 카미오칸데라는 연구시설로 옷을 갈아입고 우주에서 날아온 중성미자와 X선을 처음으로 관측할 수 있게 해줬다. 그 공로로 2002년 고시바 마사토시 도쿄대 명예교수가 노벨상 물리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후 카미오칸데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슈퍼카미오칸데에서 고시바 교수의 뒤를 이어 연구한 ICRR의 연구소장 카지타 교수는 중성미자가 검출기에 도달하기 전 진동을 일으켜 다른 중성미자로 변환된다는 것을 확인, 이를 통해 중성미자의 질량이 전자의 100만분의 1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중성미자의 질량의 유무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밝힌 공로는 2015년 노벨과학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연구를 계승하며 한 분야만 몰입한 연구자들에게 주어진 노벨과학상 연타의 쾌거였다.

카미오칸데의 업그레이드버젼 슈퍼카미오칸데 내부모습. 카지타 교수에게 노벨상을 안겨준 중요한 연구가 이곳에서 진행됐다. <사진=우주선연구소 홈페이지>카미오칸데의 업그레이드버젼 슈퍼카미오칸데 내부모습. 카지타 교수에게 노벨상을 안겨준 중요한 연구가 이곳에서 진행됐다. <사진=우주선연구소 홈페이지>

노벨상을 두 번이나 안겨준 이 실험시설들은 어떻게 운영될까. '슈퍼카미오칸데'의 연구자들은 24시간 실험장치를 운영하며 3교대로 일한다. 여기서 관측된 데이터는 이곳 카시와 캠퍼스로 모이고, 해당 데이터들을 카시와의 연구진들이 해석하고 시뮬레이션한다.
 
큰 연구실 규모만큼이나 업무도 세분화돼있다. 데이터를 해석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PMT(광전자증폭관)의 유리굴절을 최소화 하기위해 유리를 관리하는 사람, 물의 투명도를 관리하는 사람, 실험에 방해가 되는 잡음을 분석하는 사람 등 연구실 규모만큼이나 다양한 연구자들이 모여있다.
 
연 2회 슈퍼카미오칸데를 이용하는 연구자들이 모여 심도있는 토론을 하는 시간도 갖는다.
 
ICRR에서 연구를 하고 있는 한국인 연구자 한승호 학생은 "슈퍼카미오칸데는 여러 연구분과로 나눠져있다. 동경대 사람이 아니더라도 이 장치와 관련된 연구자들은 일년에 2번 슈퍼카미오칸데 근처에서 3박하며 연구에 대해 공유한다"면서 "국내 뿐 아니라 해외 12여개국 사람들도 모인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프로젝트를 만들기도 하는데 비슷한 연구주제를 가진 사람끼리 경쟁하는게 아닌, 일본 전역의 연구자들이 협업하는 느낌이 드는 모임"이라고 설명했다.
 
◆ 연구소 존폐의 위기, 과학자들 스스로 더 나은 연구로 보답
 
"30년 전인 1987년 우주선연구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정부에 리스트업 된 적이 있습니다. 없어질 위기였죠. 위기의식을 느꼈습니다. 세상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해야한다고 연구자들의 결의를 다졌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게 슈퍼카미오칸데입니다."
 
노벨상을 두번이나 수상한 ICRR도 존폐의 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시절도 있었다. 1987년 정부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 연구소 리스트를 추렸는데 ICRR도 포함되어있었던 것. 카지타 교수는 당시를 연구소의 가장 어려운 시기로 기억한다.
 
카지타 소장은 "연구소가 없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에 많은 연구자들이 위기의식을 느꼈었다. 세상에 도움이 되는 연구가 무엇일까 고민했고 슈퍼카미오칸데를 통해 더 나은 연구를 해야겠다고 의견을 모았다"며 "아라후네 지로(荒船次郎)박사를 소장으로 모시고 모두가 한 마음으로 슈퍼카미오칸데를 만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아라후네 박사는 ICRR을 10년동안 이끈 연구자로 취임한 1987년부터 슈퍼카미오칸데를 연구자들과 함께 계획했다. 4년이 지난 1991년 본격 건설을 시작했고, 5만톤의 초순수를 직경 39.3m, 41.1m의 원통형 물탱크에 채워넣음과 동시에 1만 3천 광 센서로 벽을 둘러쌓기를 끝내고 1996년 4월 첫 관측을 시작했다.

연구소 존폐의 위기에 우주선연구소 과학자들은 슈퍼카미오칸데 설립을 통해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하고자 했다. 당시 젊은 과학자였던 카지타 소장도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맨 아래 앉아있는 연구자가 당시 10년차 연구원 카지타 소장이다.<사진=교토대 홈페이지> 연구소 존폐의 위기에 우주선연구소 과학자들은 슈퍼카미오칸데 설립을 통해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하고자 했다. 당시 젊은 과학자였던 카지타 소장도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맨 아래 앉아있는 연구자가 당시 10년차 연구원 카지타 소장이다.<사진=교토대 홈페이지>

그 현장에 10년차 연구원 카지타 소장도 있었다. 그는 "탄광 내에서 일이 무사히 진행되도록 하는 역할을 수행했다"며 "많은 연구원들이 계획대로 일을 진행해줘 큰 사고없이 예정대로 설치가 잘 마무리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건설은 무사히 끝냈지만 또 한 번의 위기가 찾아왔다. 2002년 슈퍼카미오칸데가 사고를 일으켜 장치의 절반을 잃은 것이다. 연구팀의 최대의 시련이었다. 이 위기에서 리더십을 발휘한 것이 고시바 교수의 애제자이자 카지타 소장의 선배 도쓰카 요지(戶塚洋二)교수다.
 
대장암 수술을 한 지 1년밖에 지나지 않아 몸이 성치않았지만 도쓰카 교수는 멤버들에게 '1년 이내에 실험을 재개할 것'이라는 성명을 보내면서 10개월 안에 일부 관측을 재개시켰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연구자들이 스스로 나서 새로운 연구방향을 고민하고 연구전통을 계승하기 위해 선배들이 해온 노력은 카지타 교수에게도 귀감이 되고 있다.
 
그는 "연구전통계승은 정말 중요한 부분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면서 "우리는 언제나 연구만을 생각하는 연구소다. 우리 구성원들이 연구에 몰두해 전통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자유로운 연구 환경 만드는 일, 선배과학자 몫"
 

"우리 연구자들에게 몇 편의 논문을 쓰라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제가 사람을 뽑는 기준도 마찬가지로 논문 수는 상관없습니다. 연구를 좋아하는 것은 물론이고 우주선 관련현상을 이해하고자 하는 강한 마음을 가진 사람과 함께 일을 하고 싶습니다."
 
소장으로 재직하며 외부일정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는 카지타 소장이지만 "함께 할 연구자들을 선정할 때 중요하게 보는 것이 있다"고 했다. 학벌도 논문수도 아닌 연구를 좋아하는, 또 우주선 관련 현상을 이해하고자 하는 강한 마음이다.
 
'등수보다 꿈을 가져야 좋은 연구를 할 수 있다' 고 강조한 그는 "우주선 연구소 내부 과학자들에게 매년 몇 편의 논문을 쓰라고 하지 않는다. 연구를 좋아하는 강한 마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성과는 당연히 따라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르침은 코시바 교수의 조언과 연관이 있다. 그는 "코시바 선생은 늘 자기 연구의 씨앗을 잘 품으라고 이야기했다. 미래 어떤 연구를 하고싶은지를 늘 생각하라고 했고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예산을 함부로 쓰지말라고 했다. 코시바 선생의 연구열정은 지금도 귀감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진단하는 일본 과학기술계는 암울하다. 정부가 직접적으로 도움되는 성과를 내길 바라며 푸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2004년 도입된 대학의 법인화로 교수들 사이에서 평가와 경쟁를 부추겨 일본과학기술계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2016년 당시 그는 이 같은 고민을 한국과학기자들과의 만남에서 털어놓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그동안 변화가 있었는지 묻자 그는 "지금도 여전히 변화가 없고 일본의 과학연구는 매우 힘든상황"이라고 아쉬워했다. "많은 연구자들이 문제라는걸 인식하고 있고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일본은 과학자들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연구를 했으면 한다. 하지만 연구내용을 자꾸 바꾸는 연구는 결국 큰 일을 하지 못한다"면서 "우리는 우리가 하고 싶은 연구를 하고 있고, 연구소 내에서 젊은 사람들이 안심하고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길 매우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ICRR은 최근 슈퍼카미오칸데 부근에 우주 중력파를 관측하는 카그라 건설을 마무리지었다. 연구자들은 땅 속의 거대 망원경 카그라는 우주의 파동인 중력파를 관측을 통해 우주의 신비를 풀어낼 계획이다. <사진=구글맵>ICRR은 최근 슈퍼카미오칸데 부근에 우주 중력파를 관측하는 카그라 건설을 마무리지었다. 연구자들은 땅 속의 거대 망원경 카그라는 우주의 파동인 중력파를 관측을 통해 우주의 신비를 풀어낼 계획이다. <사진=구글맵>

ICRR은 최근 슈퍼카미오칸데 부근에 우주 중력파를 관측하는 카그라(KAGRA)건설을 마무리지었다. 연구자들은 땅 속의 거대 망원경 카그라는 우주의 파동인 중력파를 관측을 통해 우주의 신비를 풀어낼 계획이다. 이 외에도 슈퍼카미오칸데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하이퍼카미오칸데 설치를 위한 준비도 진행 중이다.
 
카지타 소장은 "카그라를 완성시켰고, 하이퍼카미오칸데의 이행을 위한 예산이 결정돼 정부의 결단을 기다리고 있다. 이 외에도 스페인에 우주에서 오는 감마선을 검출하는 망원경을 짓고있는데 이 또한 우리의 큰 프로젝트 중 하나"라면서 "이를 통해 우주의 관한 연구를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관련자료
-도쿄대우주선연구소(영상)
-카지타 교수 인터뷰
 
과학기술이 인류의 삶과 더욱 밀접해지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의 진화는 연구실에서 시작되죠. 남다른 연구 문화를 보유한 연구실은 연구성과와 인재 배출의 산실입니다. 대덕넷은 올해 '대한민국 대표연구실' 기획 취재를 통해 우리나라의 연구실 문화를 발굴하고 있습니다. 또 과학선진국인 미국, 유럽, 일본 등 연구 현장을 심층 취재해 '과학선진국 100년 연구실을 가다' 기획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해외 취재가 순조롭게 완료되기까지 도움을 주신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 최의묵 NIH 박사, 카지타 다카아키 도쿄대 교수, 김유수 RIKEN 박사, 스칸디나비아 한인과학기술자협회, 재독과학기술자협회 등 많은 분들께 지면을 통해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글 싣는 순서 미국 3편-일본 4편-유럽 3편.<편집자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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