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움 가득한 故 이민화 회장 빈소···국가 미래 이야기도고인 페이스북에 지인과 제자들 추모 댓글···"바쁘셔도 늘 밝은 모습"5일 저녁 추모식, 6일 오전 7시 발인, KAIST 도곡캠퍼스까지 노제

빈소 분위기는 안타까움이 가득 묻어났다. 황망한 부고에 휴일임에도 서둘러 달려온 이들은 너무 이른 운명에 아쉬움을 그대로 드러냈다. 사인을 묻고 유족들을 걱정하고 장례 일정을 논의하면서도 당혹함을 감추지 못했다. 고인이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긴 국가를 걱정하는 페이스북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며 최근의 한일 무역 분쟁과 전망 불투명한 경제환경 등에 대한 의견도 진지하게 교환했다.

마치 고인의 평소 삶이 그대로 재현된 듯한 빈소 풍경이다.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새로 도전하는 사람들을 격려하고, 끊임없이 나라 걱정, 공동체 걱정, 벤처 생태계 활성화를 화두로 살다 간 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의 성정이 사람들에게도 그대로 전염된 듯한 느낌이다. 빈소에서 모든 이들은 한 사람을 한마음으로 추모했다. 어느 고관대작이나 재벌도 못 했던 것이다. 이 회장의 족적이 얼마나 크게 사람들의 마음에 남았고, 우리 사회를 변화 시켜 왔는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가 아닐까?

함께 한국벤처기업협회를 만들었던 조현정·장흥순 등 역대 회장과 남민우·정준·안건준 등 전·현직 회장 등 벤처인들은 물론 벤처 2세대라 할 김봉진·장병규 대표 등도 첫날 조문을 했다. 벤처 업계의 대부로 이 회장의 기여를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한국의 벤처 1세대이자 메디슨 창업자인 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이 3일 새벽 별세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0호실. 5일 오전 11시 입관식, 오후 7시에는 추모식이 있을 예정이다. 발인은 6일 오전 7시. <사진=대덕넷>
한국의 벤처 1세대이자 메디슨 창업자인 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이 3일 새벽 별세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0호실. 5일 오전 11시 입관식, 오후 7시에는 추모식이 있을 예정이다. 발인은 6일 오전 7시. <사진=대덕넷>
이 회장으로부터 투자를 받아 사업을 시작한 김후식 뷰웍스 대표(벤처리더스클럽 회장)는 메디슨 시절 6명이 창업했는데 이 회장의 격려와 지원이 없었으면 사업을 못 했을 것이라며 정말 감사드리는 분이라고 말한다. 창업자 6명이 1천만 원 씩 6천만 원을 자본금으로 회사를 설립했다. 여기에 기술 및 창업자들의 가능성을 보고 이민화 회장과 메디슨이 투자했는데 연구개발비 등으로 6억 원을 지원했다. 그러면서도 가져간 지분은 15%. 창업자들이 신나게 일하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기업이 성장한다는 이 회장의 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김 대표는 "우리 회사뿐 아니라 벤처협회와 코스닥 시장 등 벤처 생태계를 만드는데 이 회장은 행동으로 보여주셨다"며 "고인의 뜻을 이을 방법에 대해 개인 차원은 물론 주변 사람들과도 의견을 나누어 볼 것"이라고 밝혔다.

4일 빈소를 찾은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민화 회장님을 빼고 대한민국 벤처 역사를 논할 수 없다. 이민화 회장님이 대한민국 벤처의 산증인이다. 본인이 성공하기도 하고 어려움도 겪었지만, 대한민국 벤처들을 위해 일생을 다 바치신 분이다. 개인적으로는 회장님께 자문을 구한 적도 있다. 앞으로 할 일이 너무 많으신 분이 일찍 떠나셨다"며 안타까워했다.

김학도 중소벤처기업부 차관도 이날 "지금의 벤처 생태계가 있기까지 많은 기여를 하신 분이 갑작스레 떠나 안타깝다"면서 "벤처 업계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민화 회장님께서 하실 일이 많은데 떠나셨다. 고인은 벤처 업계의 대부로서 정말 많은 일을 하셨다"고 말했다.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도 "한 분야에 국한되지 않으셨고 종합적이고 통섭적으로 생각하셨던 분이다. 정책과 제도 설계자이면서 후배들을 키워내는 교육자, 벤처를 일군 기업가, 무엇보다도 시대에 필요한 일을 구상하는 사상가셨다"며 "고인이 꿈꾼 사회, 생전에 하시려고 했던 것들이 가려지지 않도록 벤처기업협회, KAIST, 창조경제연구회 등에서 이어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창용 대전시 과학산업국장은 "대전시가 4차 산업혁명 특별시로 가는 여정에서 이민화 회장님의 역할이 정말 컸다. 최근 대전시가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던 시기에 회장님께 자문을 받기도 했다. 회장님께서 대전시를 위해 해주신 조언을 계승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의 페이스북에서도 추모 물결이 일고 있다. 지난달 31일 마지막으로 그가 올린 '낙산 해변 쌍무지개 사진' 포스팅에는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댓글이 400여 건 넘게 이어지고 있다. 사람들은 그를 국가의 변화를 위해 뜨거운 열정으로 모험의 세월을 보낸 벤처영웅, 대한민국 멘토, 시대를 논할 수 있는 귀한 논객, 국가의 보배라고 이야기했다. 
▲"나라의 변혁을 위해서 힘써 주신 정말 귀하신 분을 잃었습니다." 
▲"뜻깊은 비전과 전략을 가르쳐주시고, 우리나라의 신성장을 위해 여러모로 애써주셨습니다."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분인데 참으로 아쉽고 슬픕니다." 
▲"애국 위민 사훈대로 현 일본과의 시국이 심각할 때 고견을 말씀해주실 중차대한 시기에 떠나십니다."

그의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도 감사함과 애도를 표했다. 제자들은 그를 바쁜 일정에도 평안하고 밝은 모습으로 격려, 조언, 혜안을 아낌없이 주었던 스승으로 기억했다.

▲"가르쳐주신 기업가정신은 이곳에서 아이들에게서 언제까지나 이어질 것입니다."
▲"KAIST에서의 첫 학기, 교수님의 '4차 산업혁명과 기술대융합' 강의를 들으며 매시간 큰 가르침을 얻었습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격려해주셨던 것도, 따뜻한 미소 지으시며 책에 사인을 해 주시던 순간도 기억이 납니다."
▲"한 달 전에 교수님이 주최하신 강의를 듣고, 희망을 품었습니다."
▲"그동안 교수님 조언에 큰 힘을 얻었습니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 20호에 마련됐다. 5일 오전 11시에는 입관식이, 오후 7시 1층 영결식장에서는 추모식이 있을 예정이다. 추모사는 벤처기업협회가 맡는다. 

발인은 6일 오전 7시다. 이날 7시 30분에는 빈소에서 KAIST 도곡캠퍼스까지 노제가 진행된다. 고인은 오전 9시 10분 양재동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된다. 장지는 경기도 이천시에 있는 에덴낙원이다.

이 회장은 지난 3일 새벽 향년 66세로 별세했다. 사인은 부정맥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1985년 메디슨을 창업한 국내 벤처 역사의 산증인으로 벤처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특히 KAIST 교수로 재직하며 기업가 정신의 중요성을 강조, 한국 벤처 업계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 왔다. 1995년에는 벤처기업협회를 설립해 초대회장 이후 5년간 회장을 맡으며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벤처기업특별법' 제정에도 기여했다.

아래는 고인이 마지막으로 공공의 문제에 의견을 남긴 페이스북 포스팅이다.
 

글로벌 가치 사슬에 적극적인 국가는 발전하고 부정하는 국가는 추락했다.
미중 분쟁의 최대 수혜국은 누가 될 것인가. 중국 화웨이의 5G장비 견제의 최대 수혜자는 한국의 삼성전자다. 이미 삼성전자는 5G 장비 수주 글로벌 1위로 올라섰다. 스마트폰의 핵심인 CPU 라이선스와 OS 라이선스를 제공을 ARM사와 구글이 중지하면서 중국이 타격받은 스마트폰 산업의 최대 수혜자도 한국이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좌절되면서 한국의 메모리 산업은 탄탄대로의 길이 열렸다. 한국 IT의 미래를 미국이 열어 주고 있다.

그런데 피할 수 있는 한일 분쟁으로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칠 위기에 직면했다. 역사의 판단은 너무나 명확해 보인다. 최악의 경우에는 미국와 일본이 반도체 대국으로 재부상할 시나리오도 심지어 가능해 보인다. 과연 한국의 미래는 ?
 

 

빈소 복도를 채운 화환들. 많은 기업인들과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진보와 보수 모두가 화환을 보냈다. <사진=대덕넷>
빈소 복도를 채운 화환들. 많은 기업인들과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진보와 보수 모두가 화환을 보냈다. <사진=대덕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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