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 야심으로 일본 자체 산업화 성공, 불화수소 日3대 기업으로
일본경제신문, 모리타 대표 인터뷰 "버티고 있지만 한계···日세계점유율 저하 걱정"

일본이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3개 품목의 소재에 대해 규제를 시작했습니다. 수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핵심소재를 수입하기 어려워지며 수출시장도 위기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일본의 수출규제를 전화위복으로 삼아 우리의 소재개발 기술력을 높이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삼을 좋은 기회죠. 하지만 소재개발은 장기전입니다. 인내심을 갖고 연구개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상대를 제대로 알아야 전략을 짤 수 있습니다. 규제 대상인 3개 품목으로 반도체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기업들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포토 레지스트를 생산 판매하는 '도쿄오카공업' 'JSR', 불화수소를 생산 판매하는 '스텔라 케미파', '쇼와덴코', '모리타 화학 공업', 플루오린폴리이미드를 생산 판매하는 '가네카', '다이 킨 공업' 순입니다. (순서는 바뀔 수 있습니다.) <편집자 편지>

"(한국 소재규제로 인해)일본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버티고 있지만 곧 한계다."
 
우리나라에 불화수소를 판매하는 모리타화학공업의 모리타 야스오 대표의 최근 인터뷰 내용이다. 그는 일본경제신문을 통해 일본 정부가 시행한 소재규제와 관련 기업의 위기감을 표명하면서도 "중국에서 불화수소 공장을 가동해 한국으로 보내는 등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방침에 관련 기업들이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현 상황을 직시한 모리타화학공업의 인터뷰가 이목을 끈다. 모리타화학공업은 어떤 기업일까.

모리타화학공업은 불화수소 연구 100년의 역사를 가진 기업이다.<사진=모리타화학공업 홈페이지>
모리타화학공업은 불화수소 연구 100년의 역사를 가진 기업이다.<사진=모리타화학공업 홈페이지>
 
불화수소 연구 100년의 모리타화학공업은 1917년 4월 1일 모리타 제약공장을 시작으로 올해 창업 102주년을 맞았다.

불화수소는 반도체 제조공정 중 회로의 패턴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깎아내는 불순물 제거과정에 사용되는 기체로 독성이 강해 취급하기 어려워 고급기술을 필요로한다. 독성이 강한 만큼 취급을 잘못하면 인체나 환경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모리타화학공업은 환경경영체제에 관한 국제표준 획득에도 힘쓰고 있다. 모리타화학공업을 포함한 일본의 3개 기업이 불화수소 세계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다.
 
오사카에 본사를 둔 모리타화학공업의 자본금은 2억 7000만엔으로 불소의 초고순도화와 고부가가치화를 목표로 한다. 불소 및 불소 화합물 제조뿐 아니라 일반 화학제품제조, 의약품 제조 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모리타화학공업의 초기멤버들. 창업자인 모리타 켄조는 위험한 불화수소산 연구를 우려하는 주변의 걱정에도 국산화에 성공했다.<사진=모리타화학공업 유튜브 영상 캡쳐>
모리타화학공업의 초기멤버들. 창업자인 모리타 켄조는 위험한 불화수소산 연구를 우려하는 주변의 걱정에도 국산화에 성공했다.<사진=모리타화학공업 유튜브 영상 캡쳐>
모리타화학공업의 불화수소 연구는 설립자인 모리타 켄조(森田鎌三)의 야심에서 시작된다. 그는 불소의 특성과 장래성에 주목해 연구개발에 몰두하면서 일본에서 처음으로 불화수소 자체 산업화에 성공했다.

가스에 누출돼 몸에 닿으면 부식되는 등 위험한 연구였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로부터 '그런 위험한 연구는 바보나 하는 거라'며 걱정을 사기도 했지만 남의 흉내를 내는 걸 좋아하지 않았던 그는 연구에 매진하기 위해 모리타 제약소를 설립, 일본 자체 산업화에 성공한다.
 
처음엔 불화수소산의 수요가 적어 구연산, 산화크롬 등을 제작해 판매했지만 모리타 켄조는 계속해 불화수소 연구를 이어갔다. 1차 세계대전으로 수입공업제품이 끊기면서 불소 화학품에 대한 일본 내 수요가 높아지기 시작했고, 모리타화학공업은 오사카부로부터 특수 공산품 제조 장려금을 받아 목재나 단백질 접착제, 불화크롬 등을 모두 일본 자체 산업화하는 데 성공했다.
 
다이쇼(1912~1926) 말기, 도쿄 전기주식회사(현 도시바)가 전구를 발명하면서 불화수소산과 불화 암모늄의 수요가 성장하며 모리타화학공업의 불화수소산과 산성불화암모늄의 수요도 확대됐다.

수요가 늘어난 만큼 일이 바빠지면서 모리타 켄조가 직접 오사카↔도쿄를 야간열차로 오가며 불화수소산을 에보나이트병(내후성, 내산성, 내알칼리성이 뛰어난 고무병)에 담아 옮기는 일을 시작했다. 그러다 플루오린화 수소가 들어간 60kg 항아리를 지고 상경하던 모리타 켄조가 빗길에 넘어지면서 등 위로 불화수소산을 쏟는 사고를 겪는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간담이 서늘했던 사고 이후에도 그는 불화수소에 관한 연구를 멈추지 않았다.
 
어려운 시기도 있었다. 금융공황의 여파와 관동대지진, 2차 세계대전에 패하면서 불소 화합물 제조에 필요한 원료를 구하는 것뿐 아니라 먹고살기도 힘든 시기를 맞이한다.

하지만 모리타화학공업은 일본에서 처음 불화수소산을 제조한 공적 등을 인정받아 1957년 산업포상 등을 받으며 다시 한번 이름을 알렸다. 교토대 교수와 협력해 교토시의 충치 예방을 위한 불화소다의 무상제공 등을 통해 정부로부터 감수 포장(자기 재산을 공익을 위하여 바친 사람에게 정부가 주는 상)을 수여하는 등 사회공헌을 위한 일도 진행했다. 지금도 예방 가능한 전염병으로 목숨을 잃는 아이들을 위해 일본의 NPO 기관인' 세계의 어린이들에게 백신을 일본위원회'에 협력 중이다.
 
불화수소의 빠른 생산과 공급을 위해 국외 법인도 설립했다. 불화수소의 주원료인 천연자원 형석이 생산되는 중국에 현지법인을 설립해 현지에서 원료를 안정적으로 조달하고 있으며, 수요가 왕성한 우리나라에 신속 대응하기 위해 2010년 한국 아산시에 펨 테크놀로지(FEM Technology)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 모리타 대표 인터뷰 "고순도 불화수소 재고 거의 바닥, 한계"
 

모리타화학공업의 대표 모리타 야스오. 그는 최근 현지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소재 규제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사진=모리타화학공업 홈페이지>
모리타화학공업의 대표 모리타 야스오. 그는 최근 현지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소재 규제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사진=모리타화학공업 홈페이지>
모리타화학공업의 대표는 창업자의 손자 모리타 야스오가 맡고 있다.

그는 최근 일본경제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6월 신청분은 7월 4일이 지난 7월 첫째 주에 출하할 수 있지만 킨키경제산업국에 신청한 만큼 수출하지 못했다"면서 "한국형 고순도 플루오린화 수소의 일본기업의 점유율은 60% 정도지만 이번 사건으로 일본기업의 점유율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에 따르면 모리타화학공업은 고순도 불화수소를 한국 합작회사에 수출하고, 그 회사에서 반도체 제조용 에칭제를 만들어 삼성이나 SK 하이닉스 등 회사에 판매한다. 고순도 불화수소 재고는 1개월 여유분을 갖도록 했으나 수출이 어려워져 바닥을 보이고 있다.

그는 "중국 기업 등에서 구입한 고순도 불화수소로 에칭제를 만들어 반도체 회사에 납품해 평가를 받고 있지만 우리가 만든 것보다 순도가 낮다는 단점이 있어 반도체 제조업이 중국제를 쓰지는 않고 있다. 지금은 버티고 있지만 한계가 다가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외 생산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경제신문에 따르면 모리타화학공업은 반도체 생산이 한국에서 중국으로 이전하는 것을 감안해 2년 전부터 중국 공장에서 고순도불화수소 생산을 계획했고 연내 추진할 계획이다. 올해 중국에서 생산해 한국으로 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그는 인터뷰를 통해 "일부 제품에 수출 허가가 난 것으로 알려졌다. 최초 허가가 났으니 당사 제품 허가도 빨리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