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 국산화 앞서 기술 분석 필요···특허DB로 미세한 분석까지 가능
출연연 연구자·산업계 기술인 협력해 전략 마련 필요
글: 김일수 위즈도메인 대표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하면서 소재·부품 등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는 중요 품목 중 다수가 수입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일본으로부터의 기술 자립을 강조하고 일본에서 수입하던 품목을 국산화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제품의 국산화에 앞서 먼저 선행되어야 할 일이 있다. 일본의 수출 통제 리스트에 있는 품목들에 대한 기술분석이다. 이때 특허DB를 사용하면 현실적으로 쉽게 매크로 및 마이크로한 분석이 가능하다.

일본이 수출을 규제하는 품목에 대해 어떤 특허들을 누가 언제부터 출원해 왔는지 살펴보면 그들의 기술 내공과 연구소 규모를 추측할 수 있다. 신규 대체 기술이 특허로 나와있는지 그 특허는 누가 가지고 있는지를 파악하면 공급선의 다변화 가능성도 알 수 있다.
 
이런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규제 품목 관련 기술을 잘 이해하고 있는 기술인들이 필요하다. 또 이들이 사용할 수 있는 특허 데이터 검색과 분석 툴을 갖춰야 할 것이다. 즉 분석은 각 기업의 기술인들이 깊게 관여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기술인들이 각 기업에 포진해 있는 만큼 지금 겪고 있는 일본과의 경제 전쟁에서 이기려면 기업이 주체가 되어서 해결을 해야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기업에 속해 있는 기술인들은 지금도 자신의 일상 업무에 묶여있기 때문에 이번 문제처럼 갑작스럽게 추가로 발생하는 비상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들의 시간을 할애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대안으로 생각 할 수 있는 것은 관련 기술에 대한 현장과의 협업 경험, 지식을 이미 보유하고 있는 대학의 연구실 또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이다. 이들이 산업계 기술인과 협업을 바탕으로 소위 말하는 특허맵을 그리게 하고 그 분야의 기술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리포트를 만드는 과정에서 다양한 전략들이 나올 수 있다.

이를 위해서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문제가 된 해당 분야 기술과 관련 있는 학교, 출연연의 기술인과 기업의 기술인을 연결 시켜주고 정부가 리포트를 만드는데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렇게 문제가 생긴 산업분야 리포트들을 다 모아보면 우리가 향후 어떤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지 그리고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구체적이고 매크로한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우리가 국산화해야 하는 기술이 정해지면 그 기술에 관한 모든 특허의 청구항을 분석하고 향후 특허 침해 소송에 휘말리지 않도록 철저히 특허를 회피하면서 소재나 제품을 생산 할 수 있는 기술을 찾아 내야만 한다.

일본에서 만들던 소재나 부품을 국내에서 똑같이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해서 진정한 국산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일본 기업이 가지고 있는 특허를 모두 뛰어넘는 기술을 사용해서 부품이나 소재를 만들어야 진정한 국산화가 되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일본의 특허를 뛰어넘는 기술을 개발해서 특허를 확보하고 도저히 일본 기업의 특허 기술을 회피 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 기업과 미리 장기간 특허 라이선싱 계약을 미리 맺어 놓던가 그 기업의 약점이 될만한 특허를 개발 또는 매입해 크로스 라이선싱 전략을 짜는 등  마이크로한 특허 전략이 나와야 한다.
 
매크로한 분석을 통해 국산화를 위한 기술개발 분야가 정해져도 그 동안 일본에 의존해 왔던 품목들을 국내에서 직접 생산하려면 기업만의 노력으로는 쉽지 않아 보인다. 사업성이 좋은 제품이었다면 벌써 국내 기업들이 제품화하는 노력을 했을 것이다. 

이번 규제 품목을 살펴보면 상당 부분이 깊이 있는 R&D 가 선행되지 않으면 해당 제품을 만들기 쉽지 않아 보인다. 국내 기업이 이런 연구개발에 들어가는 많은 비용과 실패했을 때 감수 해야할 위험도를 생각하면 사업성이 뛰어나지 않다고 판단되었던 품목이 많았을 것이다.
 
따라서 R&D 비용 대비 사업성이 크지 않은 기술분야를 먼저 선별하는 선행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그 중에 국가적으로 중요한 기술이라고 생각되는 분야를 선택해서 국가 R&D 예산을 사용해 출연연, 학교가 기술 및 특허 개발을 담당하게 한다.

개발된 기술을 기업에 이전해 수익의 일부분을 특허 로열티로 받는 구조로 접근한다면 기업이 사업성 문제로 생산하지 않았던 제품들도 생산 가능하도록 유도하는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기존의 기업들이 생산에 관심이 없는 경우 벤처캐피털과 연계, 개발된 기술을 사용해 더욱 기술을 발전시켜 나갈 새로운 벤처기업을 탄생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기존 기업들이 학교나 출연연의 기술에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선입견이다. 현재 학교나 출연연이 특허화한 기술의 대다수가 제품을 양산 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아니고 실험실 수준의 기술이라고 생각하는 기업이 많다는 것이다.

이는 기존의 국가 R&D 프로젝트가 구체적인 제품생산을 위한 프로젝트라기 보다는 특정 연구를 위한 프로젝트였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일본의 수출 규제 상황에서 국산화로 우리가 연구하고 생산 해야할 제품은 명쾌하다. 학교나 출연연이 연구개발 하면서 원천 기술뿐 아니라 실제 양산까지 할 수 있는 사업화 기술까지 책임지고 개발 하고 특허화 해 준다면 '산학연 연계'와 '특허 사업화' 문제 두 가지를 동시에 풀 수 있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것이다.
 
기술개발까지는 완성되었으나 끝내 사업성의 문제로 국내에서 제품 생산까지 갈수 없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런 경우는 해당 제품의 가장 큰 해외 시장을 찾아 특허 라이선싱 전략을 써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특허 로열티 수지는 아직 적자다. 이번 기회에 적극 해외 라이선싱을 도모해 특허 로열티 흑자 국가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김일수 대표는

김일수 위즈도메인 대표.
김일수 위즈도메인 대표.
서울대 조선공학과 학·석사를 마치고 IBM에 입사해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특허 데이터 베이스에 관심을 갖게 됐다. 1999년 자본금 5000만원으로 특허 검색, 분석 비즈니스 모델로 위즈도메인을 창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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