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석희 항우연 선임연구원 백북스서 '우주 동향' 발표
"뉴스페이스는 민간 기업 주도···국가 경계 허물어져"
"룩셈부르크, 미래 먹거리 '우주' 꼽아···기업 전폭 지지"

"미국 항공우주 학회에서 만난 분이 스쿠버 다이버였어요. 바닷속 동굴을 스캐닝해서 지도를 그릴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면서 화성에 적용할 수 있는지 묻더군요. 미국은 비(非)우주분야에서 자기 전문성을 어떻게 우주에 연결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임석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20일 대전의 독서 모임 '백북스'(100books)를 찾아 우주 산업에 비우주분야 전문가가 참여하는 사례를 이같이 들었다. 패트릭 스티넌이 집필한 '로켓 컴퍼니'를 소개하기 위해 이날 강연자로 나선 임 선임연구원은 "2005년 책을 쓴 패트릭 스티넌은 당시 상상해서 글을 썼는데 실제로 구현된 부분이 상당히 많다"고 했다. 

항공우주 과학 장편소설인 로켓 컴퍼니는 저비용 우주수송 시대를 여는 방법에 대해 논의하고, 이러한 논의를 장려하기 위한 목적으로 쓰여졌다. 현업에서 직접 습득한 저자의 경험과 저비용 우주수송을 이루고자 했던 이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얻은 교훈을 소설 형식으로 집필했다. 특히 자동차처럼 로켓을 판매할 가능성을 스토리로 풀어내며 민간 기업의 '우주 러시'라는 흐름을 예견했다. 

임석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20일 대전의 독서 모임 '백북스'(100books)를 찾아 비우주분야 민간 참여가 두드러지는 우주 산업의 사례를 소개했다. <사진=김인한 기자>
임석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20일 대전의 독서 모임 '백북스'(100books)를 찾아 비우주분야 민간 참여가 두드러지는 우주 산업의 사례를 소개했다. <사진=김인한 기자>
임 선임연구원도 청중들에게 뉴스페이스 시대는 민간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임 선임연구원은 "현재 반도체 산업처럼 50년 안에 우주 산업도 일반인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산업이 될 것"이라며 "뉴스페이스 시대는 누가 더 빠르게 발사하고, 기술을 업그레이드하고 혁신해나가느냐에 달렸다. 수많은 민간 기업은 이러한 기술 혁신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언급했다.

임 선임연구원은 항우연의 굵직한 로켓 개발 과정에 참여한 대표적인 '로켓 과학자'다. 현재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에 속해 있는 그는 1999년부터 과학 로켓 KSR-3 개발, 2013년 나로호 개발, 2018년 누리호 시험 발사 과정에 모두 참여했다. 임 선임연구원은 "한국은 발사를 수년에 한 번 하고, 그와 관련한 데이터도 수없이 쌓여있다"면서 "한국은 우주 분야에서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바깥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임 선임연구원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발표한 '아르테미스' 임무를 소개했다. 아르테미스는 2024년까지 달에 사람을 다시 보내겠다는 계획이다. NASA는 단순히 달에 가는 것을 넘어 달에 머무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달을 전초기지 삼아 인간을 화성으로 보낼 야심을 품고 있다. 아르테미스 임무에선 우주정거장 '게이트웨이'(달 궤도 정거장)를 거쳐 달 표면으로 간다. 미국은 게이트웨이 개발에 국제·민간 협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임 선임연구원은 1999년부터 과학 로켓 KSR-3 개발, 2013년 나로호 개발, 2018년 누리호 시험 발사 과정에 모두 참여했다. <사진=김인한 기자>
임 선임연구원은 1999년부터 과학 로켓 KSR-3 개발, 2013년 나로호 개발, 2018년 누리호 시험 발사 과정에 모두 참여했다. <사진=김인한 기자>
임 선임연구원은 "미국은 달·화성에 가겠다는 비전을 명확히 제시하고 실제로 하나씩 실행하고 있다"면서 "비전과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국제 협력, 민간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국경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우주에 가려면 의식주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하다"면서 "미국 항공우주 학회에선 비우주분야 전문가가 찾아와 자신의 기술을 검증하고 써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고 언급했다. 

또 임 선임연구원은 "우주에 거주하기 위해선 인공지능(AI), 3D 프린팅 기술 등 지구상의 모든 직업군이 필요하다"며 "심지어 미국 학회에선 승무원도 찾아와 우주 산업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방법을 찾기도 했다"고 말했다. 

임 선임연구원은 한국이 참고할 사례로 룩셈부르크를 꼽기도 했다. 그는 "룩셈부르크는 1980년도에 미래 먹거리를 고민했고, 그때 우주를 택했다"면서 "현재 룩셈부르크는 정지 궤도 위성 38개를 가지고 있을 만큼 관련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룩셈부르크에선 해외에 있는 우주 기업에 아이디어만 가지고 오라고 하더라"며 "사무실, 기술, 인력 등을 전폭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강연을 주최한 백북스(100books)는 2002년부터 만들어진 대전의 자발적 독서 모임으로 2주에 한 번 저자를 초청해 책을 집중 분석한다. 백북스 홀은 2009년부터 '박성일한의원'에서 '공간이 있어야 사람이 모이고 미래를 공유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박성일 원장이 제공한 공간이다. 임석희 선임연구원의 '로켓 컴퍼니' 발표는 402회차로, 403회차 백북스 모임은 김현옥 항우연 선임연구원이 이번 달 27일 '욕망이 멈추는 곳, 라오스'라는 도서로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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