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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관의 아·사·과 ②] 떨림과 울림

글 : 최병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홍보실장·'과학자의 글쓰기' 저자
'떨리고 울리게'하는 물리학의 매력
대덕넷은 8월부터 수요일 격주로 '최병관의 아·사·과'를 연재합니다. '아주 사적인 과학'이라는 의미로 과학 도서를 일상적인 언어로 풀어낼 예정입니다. 저자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홍보 실장으로 올해 '과학자의 글쓰기'를 집필하는 등 과학 대중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최병관 작가의 과학 서평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편지> 

최병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홍보실장은 과학 대중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올 초에는 '과학자의 글쓰기'라는 책을 집필해 화제를 모았다. <사진=대덕넷 DB>최병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홍보실장은 과학 대중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올 초에는 '과학자의 글쓰기'라는 책을 집필해 화제를 모았다. <사진=대덕넷 DB>
지난 7월 '따뜻한 과학마을 벽돌한장(이하 벽돌한장)' 강연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정용환 회장은 보통 50~60여명이 사전 신청을 하는데 이번에는 170여명이 참가신청을 했다며 즐거워했다.

이유는 뭘까? 경희대 김상욱 교수의 강연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인기 TV 프로그램 '알쓸신잡'에 출연한 스타 과학자라서 그럴까? 아니면 사람들이 물리학에 대한 궁금증이 많기 때문일까? 어쨌든 이날 벽돌한장 강연에는 초등학생부터 70대 어르신까지 많은 청중이 모였다.

필자도 강연에 참석하기 전 '떨림과 울림'을 공감하기 위해 책을 읽었다.  과학은 더구나 물리학은 어렵고 모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기 위해 모르는 부분에 밑줄을 그어가며 읽었다. 강연 때 김 교수의 말을 더 많이 알아듣기 위한 예습인 셈이다.

'떨림과 울림'이 어떤 책인가? 이 책은 '물리'라는 새로운 언어를 통해 우리 존재와 삶, 죽음의 문제부터 타자와의 관계, 세계에 관한 생각까지 새로운 틀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물리학 교양서이다. 김 교수의 영향력 때문인지 베스트셀러에도 올랐다. 그는 프롤로그에서 물리학의 가장 기본이 되는 개념을 소개하려 한다는 의지를 피력한다. 물리학자인 저자가 보는 물리의 모습을 쉽게(?) 설명할 계획이라고 얘기한다.

'우주는 떨림이다'로 시작하는 이 책은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떨림을 얘기하면서 '소리는 떨림'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말하는 동안 공기는 떨고 있다며 떨림을 전한다. 빛도 떨림이며 전기장과 자기장이 시공간상에서 진동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물리학을 전공하지 않은 독자들은 이 쯤에서 "역시 물리학은 어려워!" "이 책도 쉽지 않네!"하고 겁을 먹을지도 모른다.

독자들이 겁을 먹을 무렵, 저자는 독자를 달래기라도 하듯 '인간은 울림이다'며 슬쩍 화제를 바꾼다. 우리는 주변에 존재하는 수많은 떨림에 울림으로 반응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세상을 떠난 친구의 사진은 마음을 울리고, 영화 '레미제라블'의 '민중의 노래'는 심장을 울리고, 멋진 상대는 머릿속의 사이렌을 울린다. 우리는 다른 이의 떨림에 울림으로 답하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고 말한다.

과학과 인문학의 절묘한 조화는 김상욱 교수의 강점이자 그의 글의 매력이다. 이미 '김상욱의 과학 공부'에서 그 진한 맛을 보여줬다. 물리학의 대중화, 과학의 대중화를 생각하는 그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그래서 가능한 쉬운 언어로 물리 이야기를 하고 있다. '물리'하면 도망갈 준비를 하는 사람들을 붙들어 매는 것은 그의 최대 장점이다. '알쓸신잡'에서 유시민 작가가 말했던 "김상욱에게 배웠다면 물리를 다정하게 대했을 텐데"라는 '떨림과 울림' 책띠 문구는 단순한 광고 카피만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각 장의 제목이 흥미를 끈다. 중력을 설명하는 글의 제목은 '서로가 서로에게 낙하한다'라고 표현했고, 에너지를 풀이하면서 '사라지는 것은 없다, 변화일 뿐'이라고 표현한다. 이건 물리학인지 인문학인지 헷갈린다.

김상욱 교수가 나와 같은 독자를 염두에 두고 물리학을 아무리 쉽게 설명한다 해도 책을 읽을수록 미로를 헤매는 것 같다. 그는 "내가 물리학을 공부하며 느꼈던 설렘이 다른 이들에게 떨림으로 전해지길 바란다. 울림은 독자들의 몫"이라며 은근슬쩍 공을 독자에게 던진다. 일종의 출구전략인가. 하긴 저자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여기까지인지 모를 일이다. 동감한다.

떨림과 울림-저자 김상욱 (동아시아 출판사).떨림과 울림-저자 김상욱 (동아시아 출판사).
'떨림과 울림'이 나에게는 '떨리고' 동시에 '울리며' 다가온다. 바로 그의 문장 때문이다. 그는 물리학자인데 어쩌면 시인처럼 짧고 명료한 단문을 사용해 그 어렵다는 물리학을 설명하고 있는지 부럽기만 하다.

사실 물리는 차갑다. 물리는 지구가 돈다는 발견에서 시작되었다. 이보다 경험에 어긋나는 사실은 없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구는 돌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우주의 본질을 보려면 인간의 모든 상식과 편견을 버려야 한다. 그래서 물리는 처음부터 인간을 배제한다.(p 7)

책에서 저자는 물리학의 기본 개념을 소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말 물리학을 모르는 일반인에게 물리학을 알아들을 수 있게 잘 설명했는지는 의문이다. 열심히 밑줄을 그어가며 공부한 나도 예전보다 물리학을 더 이해했는지 자신이 없다. 심지어 그의 강의를 들은 후 물리학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는지도 의문이다.

이건 자칫 '떨림과 울림'이 물리학의 변죽만 울렸기 때문은 아닐까. 복잡한 물리학을 쉽게 설명하려고 한 과학 대중화의 딜레마가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떨림과 울림'은 충분히 나를 떨게 하고 울렸다. 그가 늘상 얘기하듯 "과학을 널리 알릴수록 사회에 과학적 사고방식이 자리 잡을 것이고, 그러면 이 세상이 좀 더 행복한 곳이 될 것"이라는 주장에 박수를 보낸다. 나는 그의 사실을 철저히 따지고 합리적 의심을 하는 '과학적 태도'를 매우 좋아하는 독자 중 한 명이다.

'우주는 떨림이다. 인간은 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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