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27일 신진보직자 '창의 혁신 뉴트렌드 생태계 탐방'
산업현장 방문 '기업과 교류' '연구 자극'

ETRI가 지난 26일~27일 서울에서 신임부서장이 참여하는 '창의 혁신 뉴트렌드 생태계 탐방'을 개최했다. LG사이언스파크를 시작으로 AI 관련 벤처기업 탐방 등이 진행됐다.<사진=김지영 기자>
ETRI가 지난 26일~27일 서울에서 신임부서장이 참여하는 '창의 혁신 뉴트렌드 생태계 탐방'을 개최했다. LG사이언스파크를 시작으로 AI 관련 벤처기업 탐방 등이 진행됐다.<사진=김지영 기자>
"연구원 울타리에서 20년 가까이 생활했습니다. 밖을 나와 기업현장을 둘러보니 세상이 빠르게 바뀌고 있구나를 느꼈습니다. 의욕적이고 창의적으로 생각하며 연구에 임할 것을 재다짐하는 기회가 됐습니다." (박찬우 플렉시블전자소자연구실장)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원장 김명준)가 지난 6월 인공지능(AI)연구소를 비롯한 4개 연구소와 3개 본부로 조직개편을 단행한 후 서울에서 첫 보직자 워크숍을 실시했다. 실장급 중간관리자 20명이 참여한 가운데 지난 26일~27일 '새꿈 새몸짓, 창의 혁신 뉴트렌드 생태계 탐방'을 주제로 진행됐다. ETRI 관계자들은 기술창업 최전선의 R&D 생태계를 살펴보기 위해 대기업부터 AI 벤처기업, 창업가 융복합 실현을 위한 코워크(co-work, 협업) 공간 등을 직접 찾았다.
 
첫날 교육은 마곡산업단지에 조성된 'LG사이언스파크'와 성수동 창업지원 공간 '스테이션니오', 로봇 자동화 전문기업이 만든 카페 '카페봇'을 둘러봤다. 둘째 날은 AI를 주제로 암 진단 프로그램을 만드는 '루닛'과 음성합성 AI를 개발하는 '네오사피엔스', AI 관련 교육 및 벤처 지원 '모두의 연구소(이하 모두연)' 양재 캠퍼스를 방문했다.
 
워크숍을 준비한 최익봉 인력개발실장은 "연구실에서 벗어나 빠르게 변화하는 외부 환경을 직접 보고 느껴보자는 취지에서 워크숍을 기획하게 됐다"며 "외부로부터의 자극이 연구에 더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LG사이언스파크에 도착한 연구원들에게 안승권 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안 사장은 "국민 경제발전에 기업과 출연연이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ETRI 방문 의사를 전했다.<사진=김지영 기자>
LG사이언스파크에 도착한 연구원들에게 안승권 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안 사장은 "국민 경제발전에 기업과 출연연이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ETRI 방문 의사를 전했다.<사진=김지영 기자>
첫 방문지인 LG사이언스파크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R&D 인력을 한자리에 모은 곳이다. LG전자, 디스플레이, 화학, 하우시스, 생활건강, CNS 등 8개 계열사가 입주해 있다. 1만 6506명이 근무하고 있다. 그 중 약 70%가 R&D 인력이다. 20개 연구동 중 16개가 완공된 상태로 모두 완공되면 약 2만 2000명이 이곳에서 근무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사이언스파크에서 ETRI 박사들은 안승권 LG사이언스파크 사장과 인사를 나눴다. 이후 최정웅 기술전략담당 상무를 통해 계열사 설명 및 Q&A시간과 LG 최첨단 기술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갤러리 투어를 진행했다.
 
안 사장은 "개인적으로 ETRI의 CDMA 이후 출연연과 기업의 협력형태나 역할분담이 만들어져 국가 미래를 위한 탄탄한 준비가 가능했다고 생각한다"면서 "국민 경제발전에 기업과 출연연이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 많은 관계자와 방향을 논의하고 싶다. 오늘 자리를 통해 많은 대화가 이뤄지길 바란다. ETRI에도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LG 계열사 소개에서 최 상무는 화학, 전자, 생활건강, 하우시스 등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ETRI 관계자로부터 최근 화두인 AI 관련 질문을 받기도 했다. 해당 질문에 최 상무는 최근 신설된 AI 담당 그룹을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LG 그룹은 구글과 아마존, 토론토 대학 등과 협력을 하면서도 LG 그룹만의 차별영역을 두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최근에는 사이언스파크 지하주차장에 자율주행차도 운영 중이다. 내년에는 마곡지구를 운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AI뿐 아니라 급격하게 변화하는 기술을 선도하기 위해 최 상무는 "최근 LG가 강조하는 것이 '오픈이노베이션'"이라고 말했다. 최근 LG그룹이 M&A, 스핀오프, 과감한 벤처기업 투자 등을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 상무는 "LG사이언스파크에 1만 7000여명의 인력이 있지만 우리가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다"면서 "대학, 출연연 등 연구기관과 함께 프로젝트를 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 스타트업들에게 임대료 없이 공간을 빌려주는 무상공간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는 9월 LG와 협력하고자 하는 벤처기업들이 모여 기술소개를 하는 '스타트업테크페어'가 열린다. 관심그룹에 LG그룹이 투자하며 협업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테이션니오는 기출창업자들이 가장 고민하는 공간 임대를 지원한다. 뿐만 아니라 투자사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이 무엇인지 파악해 입주기업과 매칭시키는 등 초기투자를 끌어내는 역할도 하고 있다.<사진=김지영 기자>
스테이션니오는 기출창업자들이 가장 고민하는 공간 임대를 지원한다. 뿐만 아니라 투자사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이 무엇인지 파악해 입주기업과 매칭시키는 등 초기투자를 끌어내는 역할도 하고 있다.<사진=김지영 기자>
LG 탐방을 마친 연구원들은 코워킹스페이스 '스테이션니오'를 찾았다.

성수역에서 보도 1분 거리에 있는 빌딩에 도착한 연구원들은 '회사가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고 빌딩 7층으로 올라갔다. 굳게 닫힌 검은 문을 열자 자연광으로 밝으면서 창업의 열기가 느껴지는 새로운 공간이 펼쳐졌다. 
 
스테이션니오는 창업한지 2년된 스타트업이다. 사무실 임대가 필요한 기술 창업기업들을 대상으로 사무실 공간을 임대한다. 입주사 간 원활한 소통이 이뤄질 수 있도록 오픈스페이스를 다양하게 확보하고 있다.

공간임대뿐 아니라 기술창업자들과 투자사, 관계자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가치를 창출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스테이션니오 관계자들은 입주사들이 어떤 기술을 가졌는지, 투자사들은 어떤 기술을 필요로 하는지 파악하고 이를 매칭시켜 초기투자를 끌어내는 등 역할을 하고 있다.
 
스테이션니오의 장지현 공동대표는 "창업에서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이 인건비와 공간비용이다. 그중 우리는 공간 마련을 기획한 것"이라며 "투자자와 기업들의 요구를 파악하고 매칭하는 것이 저희의 업무이자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둘째 날 견학은 AI를 주제로 관련 기업을 탐방하는 시간을 가졌다. 첫 방문지는 목소리합성 AI를 개발하는 네오사피엔스다.

ETRI 연구원들이 AI로 목소리합성 오디오 콘텐츠를 개발하는 네오사피엔스에 방문했다. 김태수 대표가 회사소개 및 Q&A 시간을 가졌다.<사진=김지영 기자>
ETRI 연구원들이 AI로 목소리합성 오디오 콘텐츠를 개발하는 네오사피엔스에 방문했다. 김태수 대표가 회사소개 및 Q&A 시간을 가졌다.<사진=김지영 기자>
네오사피엔스는 AI가 사람 육성 원본을 딥 러닝해 한국어, 영어 등 다양한 언어로 사람 목소리를 구사할 수 있는 음성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의 한국어 연설을 구현했다.

또 백범 김구 선생의 서거 70주년을 기념해 그의 목소리를 재탄생시켜 21세기 대한민국 희망 메시지 구현 이벤트를 통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기존의 문자음성 자동변환 기술(이하 TTS)은 목소리 톤이 일정하고 어색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네오사피엔스는 이런 단점을 보완하는 '타입캐스트'를 개발했다. 텍스트를 입력하고 30개 캐릭터(목소리) 중 자신에 콘텐츠에 적합한 캐릭터를 클릭하면 오디오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원하는 감정을 표현하고 발음이 어색한 부분은 수정을 통해 매끄럽게 표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김태수 네오사피엔스 대표에 따르면 이 음성기술을 활용하면 사람이 한 두 달 녹음해야 완성되는 오디오북을 하루 이틀 만에 완성할 수 있다.

현재 대형출판사와 함께 오디오북 출시도 앞두고 있으며, 하나은행과 협업해 사내 점심시간 방송 일부 코너를 네오사피엔스의 TTS가 진행하고 있다.
 
김 대표는 "대충 찍은 비디오가 마치 전문가가 촬영한 영상처럼 자동편집되는 시대가 곧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오디오 분야의 주도권을 우리가 갖자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네오사피엔스에 이어 인근에 있는 '루닛'에 방문했다. 루닛은 X레이를 기반으로 폐암이나 폐 질환을 검출할 수 있는 솔루션 '루닛 인사이드'를 개발했다. 암을 AI로 정복하는 것이 루닛의 목표다.
 

루닛은 X레이를 기반으로 폐암과 유방암 질환을 검출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 암을 AI로 정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기업이다.<사진=김지영 기자>
루닛은 X레이를 기반으로 폐암과 유방암 질환을 검출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 암을 AI로 정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기업이다.<사진=김지영 기자>
루닛 인사이드는 폐암과 유방암을 보조 진단할 수 있다. 그에 따르면 A 환자가 2013년부터 같은 병원에서 매년 폐 엑스레이를 촬영했지만 조기발견되지 못하고 2016년 최종 폐암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이 자료들을 루닛 인사이드를 통해 검진한 결과 2013년부터 폐암 진단 가능성이 발견됐다. 
 
해당 프로그램은 국내 인허가를 받아 국내병원 15개 임상에 사용 중이다. 향후 글로벌 확장을 위한 FDA 인허가 등을 준비 중이다. 뿐만 아니라 암세포의 정밀분석 연구도 함께 하고 있어 환자에게 적합한 약물치료를 제공하거나 바이오마커개발 등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범석 루닛 대표는 "암 진단에 현실적으로 사용이 된다면 암조기발견과 비정상 케이스 판독 등에 의미 있게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서울시와 KAIST가 함께 운영 중인 '모두연' 양재 캠퍼스다. 모두연은 남녀노소 불문 하고 싶은 연구주제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오프라인 랩을 만들고 흥미로운 연구실에 참여할 수 있는 열린 연구소다. 2015년 강남캠퍼스에 이어 2017년 양재 캠퍼스가 문을 열었다.
 

모두의 연구소는 서울시와 KAIST가 공동으로 운영 중이다. 연구를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올 수 있다. 올해 소속 연구원 400명을 돌파했다.<사진=김지영 기자>
모두의 연구소는 서울시와 KAIST가 공동으로 운영 중이다. 연구를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올 수 있다. 올해 소속 연구원 400명을 돌파했다.<사진=김지영 기자>
이곳을 드나드는 연구원들은 대부분 직장인이나 학생, 교수들이다. 김승일 모두연 소장은 "운동기구 사용을 위해 헬스클럽에 다니듯 일정 멤버십 비용을 지급하고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모두연은 2015년 3개의 연구실로 시작해 현재 50개의 연구실이 운영 되고 있다. 그 중 2곳의 연구실이 창업으로 이어졌다. 소속된 연구원은 최근 400명을 돌파했다. 김승일 소장은 "새로운 대학원 형태라고 이해할 수 있다. 예산도 많지 않고 유수 대학만큼의 실력은 아니지만 하고 싶어서 꾸준하게 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곳"이라며 "앞으로는 새로운 형태의 연구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때라고 생각한다. 5년 뒤 ETRI보다 더 큰 연구소가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ETRI 연구원들은 연구개발과 관련해 기업에 다양한 질문을 하며 산업현장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활력과 생기가 넘치는 산업현장을 둘러보면서 받은 자극을 어떻게 연구현장에 접목할지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강동민 RF전력부품연구실장은 "미세공정을 연구하는 사람이 현대중공업의 수십만 톤의 배를 볼 때 느끼는 감정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며 "연구현장에서 벗어나 기업의 공정 설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기업인들의 생각을 들어보면서 우리가 뭘 해야 할지 스스로 반문하고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규성 신소재연구실장은 "AI는 나와는 관련 없다 생각했는데, 이번 견학을 통해 생각이 달라졌다"며 "대기업이든 벤처든 협업을 위해 다양한 연구자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기업의 움직임을 보며 우리도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면 의외의 좋은 연구결과를 낼 수 있겠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허철 진단치료기연구실장은 "사람처럼 움직이고 생각하는 것만이 AI가 추구해야 할 기술이 아니란 걸 느꼈다. 구글의 맞춤검색처럼 AI 알고리즘을 간단하게 도입하는 것이 진짜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기술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모두의 연구소' 양재캠퍼스에 방문한 연구자들. <사진=김지영 기자>
'모두의 연구소' 양재캠퍼스에 방문한 연구자들. <사진=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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