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즈마센터와 세원하드페이싱, 3년간 '이트륨옥사이드' 분말 성능 올려
'플라즈마' 처리된 분말, 뭉치지 않아 균일하게 코팅막 만들어
일본 제품보다 입자 크기 작고 유동도 높아···품질 검증, 양산 구축 중

국내 연구소와 기업이 협력해 반도체 공정 장비 코팅용 미세 분말 소재를 개발했다. 

국가핵융합연구소(소장 유석재·이하 핵융합연)는 플라즈마기술연구센터의 기술 지원을 통해 일본에서 전량 수입해온 코팅 소재 이트륨옥사이드(Y₂O₃)를 국산화했다고 29일 밝혔다. 

이 소재는 화학증착장비(CVD) 등 반도체 공정 장비, 자동차, 전자제품 표면에 코팅되어 내열과 내구성 등을 높이는 데 쓰인다. 이처럼 분말 상태 재료를 분사해 입히는 기술을 용사코팅이라고 한다.

그동안 산업계에는 치밀하고 균일하면서 빠르게 코팅이 되는 크기가 작고 유동성이 좋은 분말이 필요했다. 하지만 분말의 크기가 작아질수록 분사될 때 뭉치거나 엉키는 현상이 나타난다.

국내 용사코팅 전문 기업 세원하드페이싱(대표 곽찬원)은 이런 문제를 고유 기술과 플라즈마로 해결하고자 약 3년 전 핵융합연의 플라즈마기술연구센터를 찾아왔다.

핵융합연은 2017년 용사코팅용 재료 분말의 유동성을 높일 수 있는 플라즈마 기술을 기업에 이전한 후 제품 개발을 위해 기업과 협력해왔다. 그 결과 미세 분말 상태에서도 응집하지 않는 이트륨옥사이드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플라즈마가 기술이 적용된 이트륨옥사이드(왼쪽)와 일반 이트륨옥사이드(오른쪽). 왼쪽 이트륨옥사이드 분말이 입자 간 엉김이나 뭉침 없이 부드럽다. <사진=핵융합연 제공>
플라즈마가 기술이 적용된 이트륨옥사이드(왼쪽)와 일반 이트륨옥사이드(오른쪽). 왼쪽 이트륨옥사이드 분말이 입자 간 엉김이나 뭉침 없이 부드럽다. <사진=핵융합연 제공>
핵융합연과 기업이 개발한 이트륨옥사이드는 '플라즈마'가 처리됐다는 점이 특별하다. 플라즈마는 전자와 이온으로 분리된 가스로 물질의 네 번째 상태라고도 한다. 

기술 개발자인 홍용철 핵융합연 박사는 "분말이 플라즈마를 통과할 때 플라즈마에 있는 이온 등 화학종이 분말 표면에 붙으면서 분말끼리 밀어내는 반발력과 동그랗게 변하는 성질을 부여한다"며 "두 성질이 어우러지면서 이트륨옥사이드 분말은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상태가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기술은 25 마이크로미터 이하 크기 용사분말의 유동성을 크게 향상시킨다. 이번에 개발한 코팅재의 크기는 20 마이크로미터, 유동도는 2(g/sec) 내외다.

연구팀은 이 제품이 일본 제품(35 마이크로미터)보다 크기가 작으면서 유동도가 높아 미세하고 치밀한 코팅을 만들 수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세원하드페이싱은 국내 여러 코팅 업체를 통해 이트륨옥사이드의 품질과 신뢰성을 검증받고 양산 플랫폼을 구축 중이다. 

플라즈마 기술이 적용된 이트륨옥사이드(왼쪽)와 일반 이트륨옥사이드(오른쪽). 왼쪽의 이트륨옥사이드 분말은 유동성이 높아 잘 흘러내려 부드러운 경사면을 이룬 반면, 기존의 분말은 유동성이 적어 거친 경사면을 보여준다. <사진=핵융합연 제공>
플라즈마 기술이 적용된 이트륨옥사이드(왼쪽)와 일반 이트륨옥사이드(오른쪽). 왼쪽의 이트륨옥사이드 분말은 유동성이 높아 잘 흘러내려 부드러운 경사면을 이룬 반면, 기존의 분말은 유동성이 적어 거친 경사면을 보여준다. <사진=핵융합연 제공>
플라즈마 기술은 반도체 공정과 부품 가공에서 약 80%를 차지한다. 미세 분말을 만드는 플라즈마 기술은 반도체 공정 외에도 다양한 소재에 활용될 수 있다. 홍 박사는 "이트륨옥사이드처럼 유동성 문제가 있는 여러 분말로 연구 대상을 확대하고 플라즈마로 쉽게 재료를 만드는 연구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석재 소장은 "출연연이 기업과 협력해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반도체 소재를 국산화한 대표 사례"라며 "국내 기업의 반도체 장비·소재 국산화를 위해 연구소가 보유한 기술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핵융합연은 반도체 관련 기업의 기술 국산화와 반도체 관련 기술자립을 위해 플라즈마 소재·부품·장비 개발 R&D 테스트베드를 확충했다.

플라즈마기술연구센터는 반도체·환경·에너지·대기오염·수처리 등 산업에 쓰이는 플라즈마를 연구한다. 이트륨옥사이드 소재 개발 외에도 플라즈마가 필요한 반도체 식각(에칭)공정을 시뮬레이션하고 예측하는 소프트웨어(K-SPEED)를 개발한 바 있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