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기술개발' 시큐웍스 '기술상용화' 역할 분담 '합작품'
시큐웍스, SOFIS S·M·H 시리즈 내놔···KT와 공동 연구개발도
"日 절반 이상 차지하는 '센서의 소재·부품' 국산화 효과 지녀"

[ETRI-시큐웍스가 소리 변화로 침입·화재를 감지하는 센서를 개발했다. 영상은 사람이 몸을 움직이자 '침입 주의'라는 경고등이 뜨는 모습. <영상=대덕넷>]

#. 사람 없는 빈방에 소리가 일정하게 울려 퍼진다. 사람이 방 문을 열고 들어오자 '침입 주의'라는 문구가 모니터에 떠올랐다. 일정한 소리가 내부 공간을 지배하다가 소리·음파 변화를 감지해 침입을 감지한 것이다. 해당 원리는 화재 감지에도 적용된다.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와 연구소기업 시큐웍스는 음장(音場·음파 공간) 변화를 통해 침입·화재를 감지하는 스마트센서를 개발했다. 연구소는 기술개발, 기업은 기술상용화로 역할 분담해 이뤄낸 성과다.

이주철 시큐웍스 대표가 음파 변화를 통해 화재·침입을 감지할 수 있는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인한 기자>
이주철 시큐웍스 대표가 음파 변화를 통해 화재·침입을 감지할 수 있는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인한 기자>
이주철 시큐웍스 대표는 "기술개발 과정에서 벽에 부딪치면 연구소에 조언을 구하고 즉각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며 "도움이 없었다면 기술을 제품화·사업화하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승주 시큐웍스 부사장도 "기술 제품화 과정에서 신뢰도를 높이는 과정이 있다"면서 "ETRI에서 수많은 테스트를 실시해줬고, 과학적 근거를 제공해줘 제품화로 가는 과정을 상당히 단축했다"고 덧붙였다.

음장센서가 음장의 스펙트럼 혹은 주파수의 변화로 침입 혹은 화재 상황을 감지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자료. <사진=ETRI 제공>
음장센서가 음장의 스펙트럼 혹은 주파수의 변화로 침입 혹은 화재 상황을 감지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자료. <사진=ETRI 제공>
시큐웍스는 2018년 3월 설립됐다. 기업 핵심 기술은 음장 센서다. 음장은 음파가 존재하는 공간으로, 시큐웍스는 음파 변화를 감지하는 센서를 개발하고 있다. 특히 빈집에 사람이 침입하거나, 화재가 발생하는 상황을 감지하는 제품을 개발했다. 이번 달 첫 시제품을 출시했고, KT와 공동 연구개발도 진행 중이다.

제품의 차별성은 모든 공간을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이다. 화재·보안 센서는 주로 빛을 활용하는데, 장애물이 있으면 감지하는데 어려움을 지닌다. 또 기체 변화에 따른 화재 감지 센서는 화재가 상당 부분 진행된 상황에서 감지가 이뤄지는 한계가 있었다. 시큐웍스는 박강호 ETRI 지능형센서연구실 책임연구원이 개발한 음장보안센서 원천기술을 이전받아 기술을 진전시켰다.

시큐웍스는 3가지 분야에서 제품을 출시했다. 음장 센서를 뜻하는 'SOFIS'(Sound Field Sensor) 시리즈로 ▲SOFIS-S(소프트웨어) ▲SOFIS-M(모듈) ▲SOFIS-H(하드웨어) 3가지다. 소프트웨어 제품은 가장 차별성을 지닌다. 일반 가정에 있는 인공지능(AI) 스피커에 소프트웨어만 깔면 된다. 컴퓨터에 프로그램을 깔듯, 스피커에도 소프트웨어를 깔면 화재·침입을 감지하는 시스템이 곧바로 구축된다.

하드웨어는 H1, H2로 나뉜다. H1은 스피커와 마이크를 장착해 음장 변화만을 감지하고, H2는 여기에 카메라까지 장착해 즉각적인 모니터링이 가능하도록 했다. H 시리즈는 가정 보안을 위해 어디든 가져다 놓을 수 있다. 모듈 시리즈는 제품을 개발하는 공정 과정에서 장착하는 방식으로 기업 간 거래(B2B·Business to Business)에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박강호 ETRI 지능형센서연구실 책임연구원(위)이 음장센서 기반 화재감지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김승주 시큐웍스 부사장(아래)이 SOFIS(Sound Field Sensor) 시리즈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인한 기자>
박강호 ETRI 지능형센서연구실 책임연구원(위)이 음장센서 기반 화재감지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김승주 시큐웍스 부사장(아래)이 SOFIS(Sound Field Sensor) 시리즈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인한 기자>
◆"日, 센서의 소재·부품 절반 이상 차지···이번 성과, 국산화 도움" 

이번 성과는 기업과 연구소 간 협업의 표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연구소에서 개발한 기술은 상당 부분 연구소에 머물며 시장에 적용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시큐웍스가 적극적으로 ETRI에 기술 이전을 요청하고, 박강호 책임연구원은 연구소 차원에서 기술개발 전 과정을 도왔다. 역할 분담을 통해 만들어낸 성과다.

최근 한일 갈등으로 국내 소재·부품 자립 방안이 강구되고 있는 상황에서 음장센서 소재·부품 국산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전망이다. 박강호 박사는 "현재 열화상 카메라 등 세계 센서 시장은 일본이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어 해당 센서가 상용화되면 수입 대체 효과도 지닌다"며 "센서 제품과 소재·부품 국산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큐웍스는 향후 데이터를 확보해 AI를 학습 시켜 응용 서비스를 개발할 계획이다. 독거노인 이 집안에서 움직임이 없으면 위험 상황을 감지하는 홈케어 서비스 등이다. 또 사람이 들리지 않는 소리를 활용한 센서 개발과 딥러닝을 통해 움직임과 온도 변화를 종류별로 구별하는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아직 보완점도 많다. 딥러닝 기술 고도화, AI 인력 수급, 음장 센서 신뢰도 향상, 응용 서비스 확장 등이다. 박강호 박사는 "위험 상황을 감지하기 위해선 세밀함이 있어야 한다"면서 "데이터를 쌓아가고, AI를 학습 시켜 상황을 세밀하게 구별할 수 있도록 향후 관련 분야 기술개발에 힘쓰겠다"고 언급했다. 

시큐웍스와 ETRI가 개발한 음장센서. <사진=ETRI 제공>
시큐웍스와 ETRI가 개발한 음장센서. <사진=ETRI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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