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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반도체 '발열과의 전쟁'···"내가 느그 열 다 봤어"

[대한민국 대표 연구실⑫]기초지원연 광분석장비개발 연구실
차세대 반도체·디스플레이, 발열 제어 관건···열 분포 측정 가능
공초점 열반사 현미경 개발해 기술이전···"해외 의존 줄이겠다"


기초지원연 광분석장비개발 연구실. <영상=대덕넷 뉴미디어팀>


문제는 알아야 해결할 수 있다. 문제 해결의 출발은 관찰이다. 이 사실은 과학·산업 분야에도 어김없이 적용된다. 특히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는 '보는 능력'이 더욱 중요한 이슈다. 기술 발달로 반도체 회로를 구성하는 소자의 폭은 점점 미세화되고, 같은 면적에 더 많은 트랜지스터가 집적되고 있어서다.

차세대 반도체, 디스플레이 개발은 수명을 줄이는 '발열' 제어가 관건이다. 열이 어디서 얼마나 나는지 어떻게 분포하는지 정밀 측정 기술이 필요하다. 최근 일본과의 마찰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분야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방안은 최우선 과제로 급부상했다. 이 전쟁에 선봉장 역할을 하는 곳이 있다. 해외 의존 연구 장비를 국산화하며 미래 과학기술 전쟁에 첨병 역할을 하는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광분석장비개발 연구실' 얘기다.

장기수 광분석장비개발부 부장은 "매년 연구개발(R&D) 예산 중 1조원 정도는 연구 장비 구매를 위해 해외로 빠져나간다"면서 "특히 광학현미경 국산 비중은 2%에 못 미친다. 해외 의존도를 줄이는 출발점이 되고자 구성원이 한마음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분석장비개발 연구실은 2017년 '공초점 열반사 현미경 기술'을 개발했다. 반도체 발열 측정에 흔히 사용되는 기존 적외선 현미경 기술은 공간 분해능이 낮아 미세 반도체 발열 측정이 어려웠다. 연구진은 마이크로 전자 부품이 동작할 때 발생하는 발열에 의한 온도 분포를 0.3마이크로미터 수준의 고분해능으로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처음으로 개발했다. 또 전자 부품 표면뿐만 아니라 내부 발열 분포를 측정할 수 있는 기술도 구현해냈다.

해당 기술은 2017년 7월 나노스코프시스템에 기술이전 됐다. 그동안 발열 영상 현미경은 해외에서 수입했고, 그 가격이 수억원 이상으로 일부 대기업과 공공 기관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기술이전이 이뤄지면서 대학 연구실, 중소기업까지 연구 장비를 확장할 수 있게 됐다. 가격도 기존 현미경보다 3분의 1 이하로 낮아 경제성도 탁월하다.

광분석장비개발 연구실은 현재 공초점 열반사 현미경 기술을 현장 수요를 반영해 개발하는 업무와 함께 '다중모드 광학현미경'도 개발 중이다. 미세 나노 입자를 한 가지 모드로 보는 현미경이 아니라 공간, 시간 등 모드를 다중으로 달리해 보는 현미경이다. 앞으로 연구가 진전되면 나노, 바이오, 의료 쪽에도 상용화될 수 있는 현미경이다. 

◆ "연구, 경제적 효과 반드시 뒤따라야"

"연구는 경제적인 효과가 있어야 합니다. 우리 연구실 모토는 광학현미경 연구가 연구실에서 끝나는 게 아니고, 연구를 통해 기술이전을 하든 창업을 하든 시장에서 쓰이는 광학현미경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그건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겁니다."

장기수 부장은 연구 목적으로 경제성과 실용성을 들었다. 장 부장은 "기초과학 지원이 경제적 가치하고 동떨어져 있을 것 같지만, 장비 개발은 항상 시장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현장 수요를 기반으로 기술과 장비를 향상해 나가고 있다.

김동욱 선임연구원도 "기초과학은 기본적으로 분석을 잘해야 하는데, 분석은 분석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는 분석을 통해 과학적 현상을 규명하는 것"이라며 "기초과학 발전을 위해 뛰어난 분석 장비를 구축, 개발하는 일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사용자 요구에 맞춰 새로운 업그레이드 버전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광분석장비개발 연구실에서 최초로 개발한 '공초점 열반사 현미경 기술'은 지난해 출연연 우수연구성과 10선에도 선정될 만큼 가치를 인정받았다. 해당 기술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결함 검사, 불량 분석, 나노 소자·발광다이오드 발열 특성 측정 분석이 가능하다. 3차원 적층형 집적회로 발열 분석과 개선 연구에도 활용할 수 있어 활용 폭이 넓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광분석장비개발 연구실'은 '공초점 열반사 현미경 기술'을 개발해 지난해 출연연 우수연구성과 10선에도 선정됐다. <사진=김인한 기자>'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광분석장비개발 연구실'은 '공초점 열반사 현미경 기술'을 개발해 지난해 출연연 우수연구성과 10선에도 선정됐다. <사진=김인한 기자>

◆ 세상에 없던 기술 탄생···과정선 격론 벌어지기도

수 마이크로미터까지 들여다보는 현미경 개발 과정은 미세함과 정교함의 싸움이다. 다양한 전공 지식이 현미경으로 형상을 드러낸다. 광분석장비개발 연구실은 광학, 물리, 기계, 바이오, 반도체 등 다양한 전공자 25명이 모여 있다. 이렇다 보니 연구 협업과 지속적인 의사소통은 필수적이다. 

이계승 책임연구원은 "창의는 누구 한 사람에게서 나온다기보다는 집단지성을 통해 유기적으로 어우러지면서 만들어진다"면서 "새로운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선 각 개인이 아이디어를 내고 다양한 의견을 교류하는 과정은 매우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의사소통을 지속하다 보니 연구원 내부에서도 광분석장비개발 연구실의 남다른 팀워크를 인정한다. 매일 10명 이상 함께 식사를 하고, 식후 커피 내기를 통해 커피 살 사람을 정한다고 한다. 장기수 부장은 "연구실 문화가 소통이 많은 편이고, 한 명이 늦어도 기다리는 분위기"라며 "연구 조율 과정에선 격론이 벌어질 정도로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광분석장비개발 연구실은 '다중모드 광학현미경' 개발과 현장 수요를 반영한 광학현미경 기술 개발에 집중할 예정이다. 공초점 열반사 현미경과 다중모드 광학현미경은 향후 차세대 반도체, 디스플레이, 의료, 바이오 등 분야의 열 측정과 미세 구조 측정에 중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외에서 과학·기술 격차를 앞세워 패권 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광분석장비개발 연구실이 미래 과학기술 전쟁에 첨병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장기수 부장은 "연구는 주어진 것만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찾아가는 것"이라며 "즐겁게 일하는 게 성과도 나오는 지름길이다. 큰 틀의 주제 안에서 해결책을 찾아가고, 때로는 주제 조차도 스스로 만들어가는 분위기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비전을 밝혔다. 
 
◆나에게 연구실이란?

왼쪽부터 정찬배 연구원, 김동욱 선임연구원, 장기수 부장, 이계승 책임연구원. <사진=김인한 기자>왼쪽부터 정찬배 연구원, 김동욱 선임연구원, 장기수 부장, 이계승 책임연구원. <사진=김인한 기자>

장기수 부장 = 여행이다. 제 여행 성향이 새로운 곳을 가서 새로운 풍경을 보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걸 좋아합니다. 새로움에 대한 설렘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연구 진행도 새로움을 추구해야 하는 과정입니다. 새로움은 두려움을 동반하거든요. 여행도 생소한 곳을 가면 약간의 두려움이 있거든요. 하지만 그 두려움이 설렘을 배가시키죠. 아무도 안 해본 연구를 할 수 있다는 두려움과 설렘이 함께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하는 연구는 여행과도 같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계승 책임연구원 = 놀이터다. 연구는 즐거워야 성과가 나옵니다. 저희는 일정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결과물이 나와야 하기 때문에 그 결과물은 즐거운 과정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퍼스트 무버가 돼야 한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기업, 연구소에서도 유연 근무제로 조직 문화가 바뀌고 있는데, 이렇게 문화가 바뀌어 가면 퍼스트 무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제 바람을 섞어 연구실은 놀이터라고 얘기하겠습니다.

김동욱 선임연구원 = 성장통이다. 무엇이든 항상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선 노력을 해야 하죠. 연구를 하다 보면 다양한 백그라운드를 가지신 분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상대의 마음을 읽고 어떻게 배려해야하는지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학교가 아니고 사회이기 때문에 허용하는 범위도 달라지고, 제가 해야 할 책임도 달라집니다. 저도 연구실에 와서 배우고 성숙해지고 있는 단계입니다. 제가 한 단계 성숙해 가는 과정, 성장통을 겪게 해주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찬배 연구원 = 집이다. 2년 정도 기숙사에 있으면서 주말에도 나와서 잔업을 했습니다. 그때 다른 선배 연구자들도 연구실에 나와서 '집보다 연구실이 편하다'라는 말씀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저도 앞으로 연구실이 집보다 편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서 집이라고 하겠습니다. 초심 잃지 말고 꾸준히 열심히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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